먹거리와 건강

당신의 식탁은 안전하십니까?

pulmaemi 2010. 11. 30. 15:56
당신의 식탁은 안전하십니까?

올해 국내외에서 발생했던 식품안전 사고는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 정도다. 사람들은 먹거리의 단순한 소비를 넘어 건강한 소비를 원하고 있지만, 아직 사회분위기는 이를 뒷받침하지 못 하고 있다.

 

"과거에는 먹거리가 단지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용도로만 생각되었지만, 산업화 이후 수익모델로 인식되면서 기업의 관리대상으로 전락했습니다. 여기서 모든 먹거리 문제가 시작된 거죠."

 

한살림 김현경 홍보팀장은 확신에 찬 듯 말을 이어갔다.

 

"자본주의 시대에서 현재 도시와 농촌의 환금 가치는 다르게 매겨지지만, 근본적인 가치는 다르지 않습니다. 그 차이를 줄여나가는 게 한살림의 역할입니다."

 

 

 ▲ 한살림은 안전한 먹거리, 건강한 먹거리를 염원하는 이들이 힘을 모아 세운 협동조합이자, 생활공동체이다. 

▲ 한살림 매장의 모습

 

지난 1986년 작은 쌀가게로 시작한 한살림은 현재 15만명의 조합원과 6천여 명의 샌산자, 연간 물품공급액 1,100억원의 국내 최대 생활협동조합이 되었다. 우리나라의 생협은 외국의 경우처럼 소비자들의 권익만을 생각하는 전통적인 형태가 아니다.

 

한살림 운동은 생산자와 소비자가 단순한 '수요-공급' 관계에 있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를 형성하고 생명평화정신을 실천하는 운동이다. 1986년 한살림운동이 시작하면서 당시 법제도상 가장 잘 맞는 생협 모델로 시작했는데, 현재 대부분의 후발주자 생협들이 이 모델을 따르고 있다.

 

 

 

 

생명가치 실현과 생태적 지역농업 육성 

 

한살림은 매장(서울 25개, 전국 85개)과 일반 주문(인터넷, 전화)을 통해 물품을 공급하고 있다. 한살림에 소속된 생산자들이 직접 기르고 만들어낸 친환경 농수축산물과 생활용품만이 소비자 조합원들에게 공급된다. 하지만 이것은 생협 운동의 일부분이다. 

 

매장운영 외에도 지역한살림, 생산자연합회, 학교급식, 우리밀제과, 흙살림, 물살림, 모심과실림 연구소 등 농산물 공급뿐만 아니라 각종 연구, 사회활동에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다. 지난 7월에는 계간 『살림이야기』라는 생활교양지를 창간해 한살림의 생명운동과 그 정신을 사람들에게 알리기 시작했다.

 

"한살림 매장은 정부가 정한 기준보다 훨씬 엄격한 기준으로 관리됩니다. 더 큰 차이점은 일반기업은 유기농 매장으로 수익을 내는 것이 목적이지만 생협은 수익이 목적이 아니란 것이죠.

 

가공식품보다는 일차식품을 권하고 있어요. 생명가치 실현과 생태적 지역농업 육성이 우리의 역할입니다." 

 

 


유기농식품은 비싸다?

 

사람들이 유기농식품에 대해 갖고 있는 가장 큰 오해는 가격이다. 가까운 마트에서도 유기농 식품은 일반 식품에 비해 1.5배-2배정도의 가격에 팔리고 있기 때문이다.

 

"단순비교를 하면 유기농이 비쌉니다. 하지만 우리는 계약재배를 하기 때문에 외부환경의 영향을 받지 않죠. 여러해로 보면 시중보다 비쌀 때도 있고 쌀 때도 있지만 일정한 가격으로 가계에는 계획된 지출을, 생산자에게는 일정한 소득을 보전해주는 것이죠."

 

농산물은 수요공급의 원칙이 작용하기 때문에 그해 수확량에 따라 가격이 천지차이다. 올해만 해도 배추와 과실이 풍년이지만, 농민들은 오히려 사진가격 폭락으로 밭을 그대로 갈아엎고 있다.

 

"올 여름 오이가 풍년이 들어 생산자들이 문제에 봉착했을 때, 문제를 알게 된 조합원들이 모두 산 경우도 있습니다. 단지 물건을 사고파는 관계가 아니라 공동체가 되는 거죠." 

 

또한 건강한 식습관으로 인해 줄어드는 의약품비 등을 따지면 오히려 이익이 되는 경우도 많다는 게 한살림의 설명이다. 

 

 ▲ 한살림 조합원들이 가을걷이 잔치 한마당을 함께 하고 있다.   


 

 

커피문화를 반대한다

 

한살림이 최근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사업은 가까운 먹거리(로컬푸드) 운동이다. 영국의 환경운동가 팀랭이 창안한 푸드마일리지는 처음에는 식재료가 생산, 운송, 소비되는 과정에서 운반된 거리만을 뜻했지만 ,현재는 생산, 이동과정에서 배출된 온실가스의 양까지 포함한 개념으로 확장됐다.

 

현재 우리나라의 평균 푸드마일리지는 6637km/ton이다. 이는 영국(3195㎞/t), 독일(2090㎞/t), 프랑스(1798㎞/t), 미국(1051㎞/t)보다 월등히 높은 수치로 그만큼 수입농산물이 우리 식탁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음을 나타내 준다.

 

그럼 운송되면서 사용되는 에너지와 우리나라에서 가온재배를 할 때 사용되는 에너지를 비교한다면 어느 쪽이 더 많을까? 

 

"수입농산물이 오히려 푸드마일리지가 적은 경우가 있는 건 사실이에요."

 

김현경 홍보팀장도 가까운 먹거리 운동의 한계점은 인정했다.

 

"하지만 수입농산물의 가장 큰 문제점은 생산 및 운송과정을 전혀 알 수 없다는 것입니다. 우리농산물은 생산과정을 알고 관리할 수 있지만 수입농산물은 우리가 감독할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거든요. 여기에 지역농산물을 먹음으로써 지역 경제를 활성화 시키는 것이 더해진 개념이 가까운 먹거리 운동이죠."

 

커피문화 역시 마찬가지다. 커피가 공정무역의 주 상품이 되면서 긍정적인 점이 많아졌지만 커피는 우리나라에서는 재배할 수 없는 상품이다.

 

"우리에겐 우리 고유의 차문화가 있는데 커피를 선택하면 그만큼 우리 차농업은 손실을 받을 수밖에 없어요. 또한 공정무역이 주로 이뤄지고 있는 것이 커피나 설탕 등인데 그러한 품목들이 공정무역이더라도 그 지역의 빈곤문제를 해결해줄 수 없습니다. 집약적인 단작으로 토양을 착취하고 농민들을 자립의 기회로부터 계속 멀게 할 뿐입니다."

 

한살림이 공정무역에 선뜻 나서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아직은 우리 농업을 살리고 농업구조를 다원화시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 한살림은 육식을 권장하지는 않지만 조합원들의 식습관이 많이 바뀌어, 육류도 다루고 있다.

 

"전통적으로 농축산은 하나의 순환구조였어요. 밭에서 농작물을 키워 동물에게 먹이고 동물의 분뇨가 땅으로 돌아가 작물을 키워 사람에게 소비되는 식이었죠. 하지만 지금은 순환이 깨지면서 축산이 환경오염의 새로운 원인이 되고 있어요. 순환구조를 통해 우리나라의 전통 식문화를 일으켜 세우자는 차원에서 축산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한살림 축산은 무항생제 투여, 케이지 사육금지 등 가축들의 건강한 사육환경을 최우선으로 삼는다.

 

▲ 광우병 쇠고기, GMO농산물 등은 학교급식에서도 중요한 부분이다. 한살림 학교급식관련 기자회견 모습

 

 

생협운동, 이제는 마을로 돌아가야 할 때

 

현재 우리나라에는 한살림 이외에도 생협전국연합회, 한국생협연합회, 두레생협연합회 등 많은 생협이 활동하고 있다. 각 단체들은 안전한 먹거리와 농생물 다양성보존 등을 위해 연대활동을 펼치고 있다. 

 

마지막으로 생협운동이 나가야 할 방향은 무엇일지 김현경 팀장에게 물어보았다.

 

"생협운동의 거대화와 집약화를 견제해야 합니다. 무엇이든 커지면 작은 부분을 놓치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래서 지역 마을의 작은 모임들을 육성할 계획입니다. 한살림은 모든 지역이 균형적으로 발전하고 자원이 유기적으로 순환할 수 있도록 노력을 계속할 것입니다.

 

먹거리 운동이 정치적이라고는 절대 생각하지 않아요. 식품안전문제는 과정과 결과가 분명합니다. 소비자의 입장이 하나로 통일되기 쉬운거죠.

 

먹거리가 우리에게 보편타당한 무엇을 의미하는가, 어떻게 다루고 길러내고 소비할 것인가 바로 알려내는 그런 활동을 할 계획입니다."

 

한살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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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_최승섭/해피리포터, 사진_한살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