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량한 사회

"해운대 고층건물 화재 책임을 왜 청소노동자에게 묻나"

pulmaemi 2010. 11. 18. 15:13

검찰과 경찰이 부산 해운대 고층건물 화재사고와 관련해 청소미화원 3명 등을 업무상 실화와 업무상 과실치상 등의 혐의로 불구속 입건하기로 한 가운데, 청소노동자들의 사법처리 방침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다.

 

해운대경찰서는 지난 10월 1일 해운대 마린시티 내 주거용 오피스텔 우신골든스위트(지하 4층, 지상 38층)에 난 화재의 원인이 4층 남자 탈의실 출입문 바깥 바닥에 놓여 있던 전기 콘센트에서 발생한 스파크라고 밝혔다.

 

경찰은 전기용품인 속칭 '문어발식' 콘센트를 사용한 책임을 물어 환경미화원 3명을 포함한 5명을 업무상 실화와 업무상 과실치상 등의 혐의로 불구속 입건하고, 건축법 위반 혐의로 시공사 대표를 비롯한 7명을 입건했다.

 

  
10월 1일 오전 부산 해운대 주상복합 우신골든스위트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이날 오후 4시까지 불이 꺼지지 않아 소방헬기가 물을 담아와 뿌리고 있다.
ⓒ 윤성효
해운대

 

그러나 청소노동자를 사법처리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는 수사 결과를 납득할 수 없다며 청소노동자의 사법 처리에 반대하는 청원서명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화덕헌 해운대구의원을 비롯한 민주노동당·진보신당 소속 구의원들이 환경미화원 3명의 사법 처리 방침에 반대하고 나섰다. 이들은 민주노동당 부산시당, 진보신당 부산시당, 공공노조 부산본부, 부산참여자치시민연대, 노동인권연대와 함께 3일 오전 부산지방검찰청 동부지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노동자들은 사업주 명령에 의해 불법 용도 변경된 시설을 사용했을 뿐"

 

이들은 회견문을 통해 "그동안 우신골든스위트에서 화재가 발생한 원인과 왜 그렇게 대형화재가 됐는지에 대해서 많은 분석이 있었다"며 "각종 배관을 청소, 수리하도록 만들어져 건축법상 비워져 있어야 하는 4층 피트층이 불법으로 용도 변경돼 실제로는 재활용품 집하장과 미화원 탈의실로 사용된 점이 가장 직접적인 원인으로 지목되었다"고 설명했다.

 

또 이들은 "외벽에 부착된 황금색 패널이 인화성이 강한 재질이어서 불길의 빠른 확산을 도왔다는 지적도 있었다"며 "이번 화재의 원인과 확대에 대한 여러 분석들을 볼 때 '인재'의 측면이 강하기에 법을 어긴 관계자들이 처벌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환경미화원의 사법처리에 대해서는 찬성할 수도, 용납할 수도 없다는 뜻을 밝혔다. 이들은 "환경미화원들은 냉난방 시설도 없고 환기시설, 소방시설도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은 배관실을 휴게시설로 사용하고 싶은 생각이 없었을 것"이라며 "다만 사업주의 명령에 의해 강제적으로 불법으로 용도 변경된 그 시설을 사용했고 조금 더 편안한 휴식을 취하고 싶다는 지극히 인간적인 욕구로 각종 전기기구를 사용하기 위해서 문제의 그 문어발식 콘센트를 사용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청소노동자 노동환경 개선에 앞장설 것"

 

이들은 "이번 경찰의 수사 결과를 접한 수많은 누리꾼과 국민들도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이라며 "이번 수사 결과는 국민들의 일반 법 상식에도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진보신당, 민주노동당, 시민사회단체는 "검찰이 억울하게 입건된 청소노동자들을 사법 처리하기보다 이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노동을 하도록 강제한 건물주와 건축주, 불법 용도변경을 제대로 감시, 감독하지 못한 관계 기관을 엄벌에 처할 것"을 요구했다.

 

이들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청소노동자들에게 제대로 된 휴게공간이 주어질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기를 기대한다"며 "해운대구부터 대형건물 내에서 청소노동자들이 제대로 쉴 수 있는 합법적인 휴게실 설치 여부에 대한 실태조사를 시작으로 청소노동자들의 노동환경 개선에 앞장설 것"이라고 밝혔다.

 

오마이뉴스

10.11.03 09:58 윤성효 (cj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