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과도한 가사, 시댁 식구가 스트레스로 작용
[메디컬투데이 허지혜 기자]
베테랑 주부인 김형자(55) 씨는 명절 때마다 우울하다. 맏며느리가 된 죄(?)로 집안 대소사에 앞장서는 것이 미덕이라 여겼지만 그래도 음식 준비와 시댁 식구들이 들이닥칠 일을 떠올리면 한숨만 나온다.
이렇듯 명절 때만 되면 우울증에 빠지는 주부가 많다. 이를 흔히 ‘명절 우울증’이라고 부르고 있으나 흔히 알고 있는 우울증 증상으로 여겨선 안 된다. 특정 시기만 되면 찾아오는 일시적인 증상이기 때문이다.
◇ 명절 가사 일과 시댁 식구들, 스트레스로 발생
명절 우울증은 추석 준비로 평소와는 다르게 육체적, 정신적 스트레스를 강하게 받아 발생한다. 또 전통적 며느리 역할에 순응해온 기성세대의 생각에 반대하는 신세대 주부일수록 많이 겪는다.
이러한 명절 우울증의 증상은 의욕상실, 불면증, 소화불량 및 두통, 탈모 등의 자각증상을 동반한다. 심한 경우 이는 가족 간의 불화를 유발하고 자칫 가족 해체의 도화선이 되기도 한다.
명절 우울증의 주된 원인으로는 전통적 며느리 역할에 염증을 느낀 주부와 시댁 어른들 간의 가치관 충돌이 가장 크다. 명절의 강도 높은 가사 때문에 육체적으로 힘든 데다 정신적 스트레스도 가중돼 우울증이 심해지는 것이다.
주변 사람들이 우울증을 더 부추기기도 한다. 우선 명절만 되면 남편이 TV 앞에 앉아 특집 프로그램만 시청하고 아무 도움을 주지 않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명절 때만 보는 시댁 식구들은 자신의 남편과 자식들의 근황을 공개적으로 비교, 평가해 불편하기만 하다.
◇ 가족 간의 대화와 남편의 배려로 극복 가능
명절 우울증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가족 간의 대화로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 가족 구성원 간의 가치관 차이를 줄일 수 있는 인식의 변화도 필요하다.
각종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주부 자신도 무조건 속으로 삭힌다고 능사는 아니다. 남편이나 시댁 식구, 동서들에게 자신의 생각을 솔직히 토로하고 이를 개선시킬 방법을 찾아야 한다.
아울러 가족들은 서로 가사를 분담하고 주부를 지지하고 위해 주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여기엔 남편의 도움이 필수로 따른다. 아내의 고충을 이해하고 명절 전후 따로 시간을 내어 처가를 방문하는 등 아내 입장을 최대한 배려해줘야 한다.
실제 명절 연휴 남편에게 가장 듣고 싶은 말이 “여보, 고생 많았어”라는 설문 조사 결과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에 대해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정신과 이화영 교수는 “명절 우울증을 예방하려면 본인의 스트레스 관리도 중요하지만 대화를 통한 주변인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 교수는 “명절 우울증은 시기와 대상에 따라 찾아오는 특정 스트레스로 일시적인 현상인 우울감은 괜찮지만 증상이 심해지면 반드시 치료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메디컬투데이 허지혜 기자(jihe9378@md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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