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생활

기후변화로 인한 건강피해, 남의 일이 아니다

pulmaemi 2010. 9. 6. 08:55

8월 폭염으로 325명 진료받아, 1℃ 상승시 전염병 4.27% 증가

 

[메디컬투데이 손정은 기자] 점차 체감수준이 높아지고 있는 기후변화의 움직임이 실제 직·간접적으로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주는 것으로 밝혀졌다.

기후변화는 평균기온 상승, 강수량 증가와 같은 통계상으로도 이미 나타나고 있으며 이러한 변화가 사망자 증가와도 유의한 관계에 있다는 분석이다.

1일 열린 제4차 아시아 지역 기후변화 전문가 학술대회에서 아주대 예방의학교실 장재연 교수는 ‘한국의 기후변화가 공중위생에 미치는 영향’이란 보고서를 통해 무더위가 유난히 심했던 1994년 7∼8월간 전국의 폭염으로 사망자가 예년 평균치보다 10%가량 늘었다고 발표했다. 특히 37년동안 국내 7대 도시의 평균 기온은 1.44℃ 상승했다.

장 교수는 “기온과 강수량 등이 변화하면서 생태계와 인체건강에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면서 “특히 7~8월 하루 평균 최고기온과 하루 평균 사망자 사이에 유의한 관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폭염이 기승을 부렸던 올 8월 폭염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는 모두 325명이었고 사망자는 6명으로 집계됐다.

실제 한반도는 얼마나 뜨거워지고 있을까. 국립기상연구소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우리나라 연평균기온은 12.8℃이며 평년보다 0.5℃ 상승했고 특히 겨울철에 0.7℃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연강수량은 1388.7mm이며 평년보다 76.6mm(5.8%) 증가했다.

이 같은 연평균기온 상승은 이산화탄소 농도 증가와도 관련이 깊다. 기상청이 발간한 ‘2009 지구대기감시보고서’를 보면 2009년 이산화탄소 연평균 농도가 392.5ppm으로 1999년 370.7ppm 보다 5.9% 증가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산업화로 인한 이산화탄소 농도 증가로 지구의 온도는 약 0.74℃ 상승했다”며 “인간의 체온이 2°C만 올라가도 몸이 떨리고 4℃ 오르면 생명이 위태로운 점을 감안했을 때 0.74℃ 증가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될 경우 40~50년 이내에 지구의 온도가 약 1.4℃~5.8℃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다. 결국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 중인 이산화탄소 저감 사업도 이 같은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것과 무관하지 않은 셈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기온이 올라가면 여름철 대기 중 오존농도가 증가해 광화학스모그가 발생한다. 광화학스모그는 식물을 말라 죽게 하고 사람에게는 두통, 호흡곤란, 폐수종, 기관지염이나 폐렴을 일으킬 정도로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경희의료원 호흡기내과 박명재 교수는 “고농도의 오존은 기도염증을 심화시켜 가래가 많아지고 기관지가 수축하는 등의 증상을 일으킨다”고 설명했다.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김호 교수 팀이 조사 결과에서는 일 평균 기온이 기준온도보다 1℃ 높아지면 사망률은 서울에서 1.33%, 부산에서 2.4% 각각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오존이 미치는 효과를 반영하면 기온 1도 상승시 서울의 사망률은 2.22%, 부산의 사망률은 0.94% 각각 올라간다.

한편 이 같은 기후변화는 한반도를 점차 아열대기후로 변화시켜 말라리아, 렙토스피라증, 뎅기열 등의 질환도 함께 증가시킨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기후 변화에 따른 전염병 감시체계 개선 방향' 연구결과 국내 평균 온도가 1℃ 상승하면 기후의 영향을 받는 쯔쯔가무시, 말라리아, 세균성이질, 렙토스피라, 장염비브리오 총 5가지의 전염병 평균 발생률이 4.27%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재연 교수는 “모기개체수와 기온 간에는 유의한 상관관계가 있다”면서 “쯔쯔가무시병을 매개하는 주요종인 활순 털진드기의 한계분포가 1996년 충청 지역에서 2008년 경기 지역까지 북상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기온이 계속 올라가면 뎅기열과 같은 열대지역 바이러스가 나타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메디컬투데이 손정은 기자(
jems@md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