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거리와 건강

값비싼 알칼리이온수, 잘못마시면 오히려 독

pulmaemi 2010. 8. 12. 10:55
신장질환자 음용시 위험, 업체들 정수기와 경계 모호한 제품 출시

 

물 한잔도 건강하게 마시겠다는 이들을 공략해 ‘위장장애 개선’ 등의 효과를 내세우며 출시되고 있는 알칼리이온수기의 물을 과량 섭취할 경우 사람에 따라 오히려 독이 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알칼리이온수기를 일반 정수기와 같다고 오인하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 알칼리이온수기는 의료기기에 해당한다.

따라서 알칼리수의 특성상 신부전, 칼륨배설장애 등의 신장질환자가 음용할 경우 위험할 수 있으며 지병이 있는 사람은 의사와 상담 후 음용해야할 만큼 까다롭게 선택해야 한다.

이에 따라 식약청에서는 1일 음용 적정량을 500~1000ml로 권장하고 매월 1회이상 수소이온농도를 측정해 적정 pH를 확인토록 하는 등 주의사항을 권고하고 있다.

◇ "정수기야? 이온수기야?", 경계 불분명 제품 출시

하지만 정작 업체들은 ‘소화불량에 좋다’, ‘위장내 이상발효를 억제한다’, ‘위산과다를 억제한다’, ‘만성설사에 좋다’는 효능을 강조하며 알칼리이온수기를 마치 일종의 ‘건강용품’으로 홍보하고 있어 소비자들에게 혼란을 주고 있다.

더구나 최근 출시되고 있는 제품들 가운데는 아예 제품명 자체에 ‘정수기’라는 단어를 넣어 정수기와 알칼리이온수기의 경계를 모호하게 흐리는 경우도 있었다.

올해 출시된 위니아만도의 ‘냉이온정수기’의 경우 이름에는 정수기를 붙이고 홍보내용은 ‘알칼리이온수라 인체에 유익하다’는 식의 문구를 삽입해 소비자들을 공략하고 있다.

실제로 위니아만도의 제품의 경우 알칼리이온수기와 정수기의 기능을 합쳐 식약청으로부터 의료기기로 등록허가를 받았다. 그러나 제품을 소개할 때 정수기라는 표현을 쓰기 때문에 알칼리이온수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없는 소비자들은 혹시 모를 부작용에 노출될 수 있는 상황이다.

위니아만도 관계자는 “해당 제품은 의료기기 법적규정 표시를 따르고 있다”고 소개하면서도 소비자에게 제품을 팔때 정수기로 소개하느냐 의료기기로 소개하느냐에 대해서는 “거기까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며 답변을 흐렸다.

심지어 알칼리이온수기를 생산하는 업체 관계자가 알칼리이온수기가 의료기기인지 아닌지 조차 모르는 경우도 있었다.

LG전자 관계자는 “알칼리이온수기가 의료기기로 등록된다는 말은 처음 들어본다”며 “알칼리이온수기는 본사 제품들 가운데 극히 일부에 해당돼 잘 몰랐던 것 같다”고 답했다.

◇ 소비자 건강보다는 산업발전이 우선?

문제는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알칼리이온수기에 대한 규제를 오히려 완화시키고 소비자들에게 알칼리이온수기의 사용상 주의사항을 홍보하는데만 열을 올리고 있다는 점이다.

위니아만도의 제품처럼 정수기와 이온수기의 기능을 합쳤을 때 정수와 이온수를 따로 분리해 토출구를 2개로 만들어야 한다는 규제를 놓고 한때 환경부와 업체들간의 신경전을 벌인바 있다.

당시 환경부는 의료기기를 일반인들이 음용할 수 있도록 판매하면서 토출구까지 하나라면 소비자들이 일반 물과 먹기에 적합한 산도(pH 5.8~pH 8.5)를 벗어난 알칼리수를 오인해 음용할 수 있다며 관련 업체들과 대립했었다.

하지만 식약청은 2007년 ‘알칼리이온수기 관리 개선방안 공지’를 통해 “토출구가 2개라 하더라도 과학기술의 발달과 제품 디자인 개발의 중요성을 감안할 때 토출구를 1개로 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허용하는 것이 산업발전과 수출에 기여할 수 있다”며 업체들의 의견을 수렴했다.

식약청 관계자는 “토출구가 1개라도 문제가 없다면 꼭 2개로 해야한다는 것은 과도한 규제라고 판단했다”며 “대신 허가를 내줄 때 제조업체에게 판매시 사용방법을 정확이 알려주고 판매하라고 권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식약청에서 사용상 주의사항을 소비자들에게 홍보하고 안심하게 쓸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계속돼야할 과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소비자단체측은 업체들이 알칼리이온수기를 건강용품처럼 홍보하는 상황에서 토출구를 1개로 할 경우 알칼리수를 남용할 수 있어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한국소비생활연구원 관계자는 "식약청이 주의사항 등의 정보를 제공한다 하더라도 알칼리이온수기는 먹는물 기구가 아닌 엄연한 의료기기기 때문에 토출구를 확실하게 구분지어 줘야 한다"며 "대부분의 사람들이 정확한 정보없이 구입하기 때문에 업체들의 과대광고도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메디컬투데이 손정은(jems@mdtoday.co.kr)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