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

[인터뷰] “금연은 의지가 아니라 과학입니다”

pulmaemi 2009. 2. 5. 21:12

창원파티마병원 산업의학과 금연클리닉 박정래 소장

[쿠키 건강] 연초 대다수의 흡연자들이 시도하지만, 대부분이 실패하고야 마는 금연. 매번 애꿎은 자신의 의지만을 탓하지만, 애당초 금연은 자신의 의지만으로 극복하기엔 힘든 사안이다. 그래서 많은 금연시도자들이 찾게 되는 것이 금연보조제. 패치, 껌, 먹는 약 등 다양한 금연 보조제들의 특징은 무엇이며, 나에게 맞는 금연치료 보조제는 무엇인지, 박정래 금연클리닉 소장(창원파티마병원 산업의학과 금연클리닉)을 통해 알아보자.

Q. 많은 흡연자들이 새해에 금연을 결심하지만 실패를 반복하고 있다. 담배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담배의 강력한 중독성 때문이다. 우리 뇌의 니코틴 수용체에 결합한 니코틴은 쾌감을 불러일으키는 도파민을 분출시켜 흡연자를 잠시나마 기쁨과 쾌감 등의 정신적 충만감에 빠져들게 한다. 이런 과정에 오랜 기간 반복해서 길들여지면 그 중독성의 포로에서 쉽게 벗어날 수 없다.

흡연으로 폐가 손상대 한 쪽 폐를 절제한 환자의 절반이 담배를 끊지 못하고, 심근경색으로 입원한 환자의 40% 가 이틀을 견디지 못하고 다시 담배를 찾게 되며, 후두절제술을 받고 목으로 숨을 쉬는 환자의 50% 가 담배를 여전히 찾게 되며, 임산부의 80% 가 담배를 끊지 못한다는 사실이 담배의 강력한 중독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

담배는 용법대로 사용했을 때 사용자를 죽음에 이르게 하는 유일한 제품이기도 하고, 또한 어떠한 제품도 담배처럼 고객을 확실히 장악하는 제품이 없다는 점에서 담배산업은 고객관리의 필요가 없는 고수익산업으로 간주되기도 한다. 통계에서도 입증되듯이 청소년시기에 흡연을 시작한 흡연자의 75% 이상이 평생 흡연자로 머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약물중독치료가 활발한 미국의 의사들도 니코틴 중독에서 벗어나는 것이 헤로인, 코카인, 암페타민, 마리화나, 알코올 등의 약물중독에서 벗어나기보다 훨씬 어렵다는 의견을 보이고 있다.

Q. 개인 의지로 금연에 성공하기 어려운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본인의 의지만으로 금연에 완전히 성공할 확률은 5%를 넘지 못한다. 금연을 시도하면 우리의 뇌는 니코틴의 급작스런 고갈에 따른 흡연충동과 금단증상을 나타낸다. 흡연충동은 금연 후 7∼8일까지 극심하게 나타나는데 대개 금연시도자의 70∼80%가 이 기간을 넘기지 못하고 다시 담배를 찾게 된다.

금연시도자들도 다른 약물중독 치료자들처럼 금단증상을 겪게 되는데 구체적으로는 초조, 불안, 우울, 안절부절, 집중력 저하 등의 정서적인 불안정과 함께 사소한 자극에도 충동적이면서 공격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대인관계에 악영향을 미치는데 이런 것들이 모두 금연성공을 어렵게 한다.

이 때문에 금연시도 초기의 극심한 흡연충동과 금단증상을 효과적으로 줄여주는 금연보조제가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또한 금연성공률을 높이려면 확고한 의지도 중요하지만 그 못지않게 금연과정에서 몸에 어떤 변화가 오는지를 제대로 예측하고, 그 변화에 대해 적절히 대처할 수 있는 요령을 갖추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의사의 금연진료는 금연보조제를 처방받는 것 이상으로 이에 대한 전문적인 도움을 구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Q. 금연 성공을 도와주는 다양한 금연 보조제들이 있다. 각각의 특징과 장단점은?
 
-시중에는 다양한 금연보조제가 출시되어 있지만 미국 식품의약품안전청(FDA)에서 치료적 효능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으로는 니코틴 껌, 니코틴 패치, 니코틴 사탕과 같은 니코틴 보충용 제제들과 부프로피온, 바레니클린과 같은 의사의 처방을 필요로 하는 전문의약품이 있다.

니코틴 보충용 제제는 금단증상을 완화시키기 위해 니코틴을 보충해 주는 것으로 보건소나 약국에서 쉽게 구할 수 있고, 그 사용기간이 오래된 만큼 부작용 등의 안전성 논란이 비교적 적다는 것이 장점이다. 이중 가장 널리 이용되는 니코틴 패취의 경우 피부발진이 생기는 비율이 높아서 치료를 중단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과 강렬한 흡연충동에 시달리는 분에게 그 치료만족도가 낮다는 것과 이 주요한 단점이다. 흡연충동을 완화시키기 위해 니코틴 패취와 니코틴 껌을 병용하는 방법이 추천되기도 하지만 중증의 심장질환자에게는 그 사용이 제한된다.

부프로피온(상품명 웰부트린)은 우울증 치료제로 주로 처방되는 약제인데 복용자들의 금연효과가 인정되어 뒤늦게 금연치료제로도 인정된 약제이다. 금연과정에서 우울증이 심한 경우에 도움이 되며, 금연초기의 체중증가가 적다는 것도 장점이다. 반면 니코틴 보충제에 비해 확연히 뛰어난 치료효능을 보여주지 못하는 점과 간질 병력자에게 사용이 제한되는 것 등이 단점이다. 이 약제가 어떻게 금연에 도움이 되는지는 아직도 밝혀지지 않았다.

가장 최근에 출시된 바레니클린(상품명 챔픽스)은 금연목적으로 개발된 최초의 전문의약품이다. 뇌의 니코틴 수용체에 결합하여 일정한 양의 도파민을 분출함으로써 흡연충동과 금단증상을 완화시켜주며, 흡연에 따른 쾌감을 저하시켜 금연시도중의 흡연재발 가능성을 낮춰준다. 무엇보다 금연진료를 하는 의사의 입장에서도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명확하고 근거 있는 작용기전을 가진 점과 현재까지의 금연보조제중 가장 높은 치료효능을 보이는 것이 최대의 강점에 해당한다.

또한 약제특성상 간에서의 대사과정을 거치지 않아 다른 약제들과 함께 복용하는데 별다른 문제가 없기 때문에 만성질환자군을 포함한 폭넓은 환자층에게 안심하고 처방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을 수 있다. 이상의 이유로 현재 병의원급의 금연진료에서 가장 많이 처방되고 있다.

단점으로는 비싼 약제비와 복용자의 1/3 에서 호소하는 속 메스꺼움 증상, 우울증을 앓았던 금연시도자의 경우 약제복용과정에서 자살충동 등의 이상행동 등이 나타나는지 추적관찰을 요하는 것 등이다. 니코틴 보충제와의 병용을 피해야 한다는 것도 주의점이다. 여타 금연보조제와는 달리 뇌의 니코틴 수용체에 대한 과학적인 분석과 그 해결방안을 근거 있게 제시했다는 점에서 금연을 개인의지만의 문제가 아니라 과학의 차원으로 접근할 수 있게 한 점이 높이 평가될 만하다.

Q. 흡연 정도·성별에 따른 효과적인 금연 보조제는 무엇이고, 그 이유는?

-오랜 기간에 걸쳐 규칙적으로 많은 양의 흡연을 반복할수록 뇌의 니코틴 수용체의 함량이 증가하게 되고 그 결과 금연시도에 따른 흡연충동이나 금단증상을 보다 강하게 겪게 된다.

이 경우는 개인의지만으로는 금연성공이 어렵고 무엇보다 치료효능이 높은 전문의약품의 도움을 적극 고려할 필요가 있다. 또한 여성이 흡연충동이나 금단증상을 보다 심하게 호소하는 편이며, 일부 연구에서는 똑같은 니코틴 보충용 제제를 사용했을 때 여성의 금연성공률이 남성보다 낮다고 한다.

최근에 진행된 연구에서는 여성의 경우 뇌의 니코틴 수용체 함량이 남성보다 약 20% 더 많으므로 니코틴의 작용에 대해 더욱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사실을 그 이유로 밝히고 있다. 따라서 여성에서도 전문의약품과 같은 금연보조제의 적극적인 활용이 도움이 될 수 있다.

Q. 금연 보조제 활용과 함께 금연 성공에 도움을 주는 방법은?

-금연시도 초기의 12주 동안을 의사와의 지속적인 상담을 통해 금연성공에 대한 여러 가지 전문적인 도움을 얻어나가는 것이 가장 힘든 고비를 넘기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

또한 금연결심을 가족과 직장동료에게 널리 알리고, 흡연충동에 시달리거나 금연결심이 누그러질 때 주변의 도움을 청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다음으로 금연일기를 써보기를 적극 추천한다. 하루 일과 중에서 흡연충동을 느끼는 시간과 장소, 상황 등을 파악해서 기록해 두고 이후 그 상황을 어떻게 피할 것인지 혹은 그 상황에 직면할 경우 어떻게 대처해 나갈 지에 대한 자기 나름의 계획을 세워나가는 것이다. 이 방법은 금연성공이후에도 지속적인 금연상태를 유지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영수 기자 juny@kmib.co.kr

박정래 소장 약력

-현 창원파티마병원 산업의학과금연클리닉 소장
-현 대한금연학회 간행위원
-직장인 금연클리닉(http://www.blog.naver.com/helpsmoker) 블로그 운영자
-현 부산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외래교수
-현 대한산업의학과 임상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