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

몰아 자는 잠이 월요병을 부른다

pulmaemi 2010. 7. 27. 09:05
수면 부족으로 인한 뇌기능 저하 회복 안 돼
 

[메디컬투데이 김미리 기자]



직장인 김모(28·여)씨는 “평일에 잠이 부족해 주말이 되면 한꺼번에 몰아자고 있다”며 “몸이 조금 무거운 느낌이기는 하지만 이렇게 해야만 그동안의 피곤이 풀리는 느낌이라 주말마다 오후 늦게까지 잠을 자곤 한다”고 말했다.

김 씨와 같이 주말에 밀린 잠을 한 번에 청하는 사람들을 찾아보는 건 어렵지 않다. 이들은 평일 동안 못 잔 잠을 한꺼번에 자게 되면 그동안의 피곤이 풀릴 것이며 앞으로 부족한 수면시간까지 보충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전문의들은 주말에 한꺼번에 몰아 자는 잠이 건강을 상하게 하는 것은 물론 속칭 월요병도 심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확한 병명은 아니나 보통 월요일이 되면 몸이 무겁고 피곤한 것을 일컬어 일명 월요병이라 칭한다.

일반적으로 직장인이나 학생들이 월요일이 되면서 출근 혹은 등교를 해야 하는데서 오는 스트레스로 인해 월요병이 나타난다고 생각하지만 월요병을 유발시키는 원인은 이뿐만이 아니다.

가톨릭대학교 의정부성모병원 가정의학과 염근상 교수는 “월요병은 시차와 비슷한 개념”이라며 “요즈음에는 토요일도 주말로 치므로 주말에 잠을 몰아 자는 건 이틀 동안 시차가 다른 곳에 가 있는 것이라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염 교수에 따르면 평소와 다르게 너무 오랫동안 수면을 취한다던지 늦게 자고 일어나게 되면 우리 몸은 평소의 리듬이 깨지게 된다.

따라서 마치 시차가 다른 곳에 있다가 다시 돌아왔을 때 시차를 회복하는데 시간이 걸리는 것처럼 몸도 제 신체 리듬을 찾는데 시간이 걸리게 되므로 월요일이나 화요일은 몸이 안 좋은 상태였다가 수요일 쯤 돼서야 몸이 제 사이클을 찾게 된다.

이런 경우 주말에 잠을 많이 자게 되면서 자연히 취침 시간이 늦어지고 월요일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어지면서 월요병이 악순환될 가능성이 크다.

제일병원 신경정신과 김경희 교수는 “잠을 못 자게 되면 인지기능이 저하되며 집중력, 사고력, 기억력 등이 떨어지게 된다”며 “자꾸 지속되다 보면 정서적으로 불안정해 초초해지거나 낮에 졸리는 등 심할 경우 월요병이 악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 ‘사람의 수면박탈 연구’ 결과를 통해서도 이와 같은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연구에 참여한 사람들은 각기 4군으로 나뉘어 3시간, 5시간, 7시간, 9시간씩 일주일간 잠을 잔 후 3일 동안 동일하게 8시간 씩 수면을 취했다.

그러자 9시간을 자는 사람에 비해 7시간을 자는 사람들은 인지능력이나 집중력, 일을 하는 정확도 등이 점점 떨어지기 시작했다.

나중에 8시간씩 잠을 잔 경우 일부분 회복되는 경향을 보이긴 했지만 이와 같은 결과가 수면으로 인한 정신적 기능 전체의 회복을 말하는 것은 아니라는 게 삼성서울병원 수면센터 신경과 홍승봉 교수의 설명이다.

홍승봉 교수는 “하루 푹 자면 졸음 자체는 없어지므로 졸음으로 인한 뇌기능 저하는 조금 상쇄되지만 수면부족으로 인한 뇌 기능 저하는 회복이 안 된다”며 “실제 수면부족의 축적된 폐해는 거의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이라 지적했다.

덧붙여 “항상 일정한 시간에 자고 일정한 시간에 일어나는 것이 중요하다”며 “우리나라의 경우 수면 취침시간을 당기는 게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실제 2004년 기준 우리나라 인구의 70%는 자정이 넘어서 잠드는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 하므로 당연히 수면부족에 빠질 수밖에 없으며 이와 관련해 빨리 잘 수 있는 문화적 풍토를 만들어야 한다는 게 홍 교수의 충고다.

또한 일요일을 단순히 쉬는 날이 아니라 월요일을 준비하는 워밍업으로 여기는 자세도 필요하다.

염근상 교수는 “일요일은 월요일을 위한 준비기간으로 봐야 한다”며 “몸의 피로는 토요일에 풀고 일요일에 정상궤도를 찾기 위해 심적으로 편해질 수 있는 취미생활이나 종교활동을 해주는 게 좋다”고 말했다.

염 교수는 또 “한 시간정도의 가벼운 운동을 해서 땀을 흘리는 게 건강을 유지하고 피로를 회복하는데 도움이 된다”며 “이런 방법이 오히려 월요일의 피로 누적도 없애주고 몸을 더 가볍게 한다”고 밝혔다.


메디컬투데이 김미리 기자 (kimmil@md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