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사회

병원 인권 사각지대 “간병인은 이방인”

pulmaemi 2010. 5. 31. 10:11
한 달 월급 100만원 미만…휴게 공간도 없어
 
[메디컬투데이 문병희 기자] 간병인 이모(여·54)씨는 밥을 먹을 때도 항상 불안하다. 밥을 먹을 공간이 없는 것도 문제지만 밥을 먹는 사이에 환자가 잘못될까 노심초사다.

이씨는 “식사시간만이라도 보장됐으면 좋겠다”며 “점심시간이 있어도 그 시간을 이용하지 못하고 빨리 환자가 있는 곳으로 돌아와야 한다”고 불편함을 토로했다.

이렇게 식사시간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간병인을 비롯해 휴게공간도 없어 쉴 곳을 찾아 배회하는 간병인이 의외로 많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전국공공노조 의료연대 병원노동자 희망터(이하 희망터)가 지난해 9월부터 10월까지 간병인 20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간병인 노동환경 실태에 관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간병인의 92.5%가 휴게공간을 요구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간병인의 48.0%가 근무환경 개선에서 가장 필요한 사항으로 식사공산 및 식사시간을 꼽았고, 54.2%는 하루 24시간 주 6일 연속근무를 하면서도 월 평균 50~100만원 미만의 저임금을 받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씨는 “급여도 적지만 이 적은 급여에서 협회(소개업체)가 매달 5~7만원을 회비 명목조로 가져가고, 만약 급한 일이 있어 자리를 비울 경우 대체 간병인을 자비로 고용하고 볼 일을 봐야 한다”고 말해 급여 문제도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 “탈의실 없어 화장실서 옷 갈아입어”

간병인들의 애로사항은 이뿐만이 아니다. 간병인들 대다수가 딱히 휴식공간도 없이 24시간 동안 일하는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렇게 장시간 일을 하는 간병인들에게 가장 기본적인 탈의실이나 휴게공간이 필요한가에 대해 간병인들은 ‘매우 그렇다’가 68.9%, ‘그렇다’가 24%로 총 92.5%가 이에 대해 원한다는 답변을 했다.

한 종합병원에서 일하는 간병인 김모(여·52)는 “남자 환자를 간병할 때는 정말 개인 공간이 없어 불편한 게 한두가지가 아니다”며 “옷을 갈아입을 공간도 없어 화장실을 이용하거나 커튼을 치고 눈치 보며 갈아입는다”고 말했다.

또 “밤에는 딱히 있을 곳이 없어 환자의 보조 침대를 이용한다”며 “이것도 환자가 수시로 깨는가 하면 한 환자가 깰 경우 다른 환자도 같이 깨기 때문에 잠깐이라도 눈을 붙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밖에 병문안 등으로 환자가 잠깐 나가달라고 요청할 경우 간병인들이 이용할 공간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에 따르면 식사나 환자가 병실에서 나가달라고 요청시 쉬는 공간으로 병원 복도가 41.2%, 배선실이 25.7%로 응답해 대부분 병원을 배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날로 향상되는 의료 서비스를 원하는 환자들의 요구에 비해 이들의 손과 발이 돼주는 간병인들의 노동환경은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 것이다.

◇ 간병인 노동환경 개선, 병원…뒷짐만 지고 있어

간병인들은 이 같은 열악한 환경을 개선해야 할 책임의 주체로 81.4%가 병원을 꼽았다. 아무리 근로기준법상 개인사업자로 분류가 된다고 하더라도 간병인이 실질적으로 일하는 곳이 병원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간병인을 병원의 이방인 취급을 할 것이 아니라 좀 더 적극적으로 그들을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여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희망터 이동우 조직부장은 “간병인은 개인 사업자로 분류돼 근로기준법을 비롯한 산업재해보상보험법 등 모든 노동법 제반규정으로 제외돼 있다”며 “간병인 노동환경 개선을 위한 근본적인 개선책으로 병원에서 직접고용을 할 수 있도록 제도가 개선돼야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병원들은 간병인을 직접 고용하지 않는 이상 간병인에 대한 책임 질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간병인을 병원에서 직접 고용한 게 아니기 때문에 따로 언급할 부분도 없고 병원에서 공식 입장을 밝힌 사안도 아니다”며 “이 부분에 관해 답을 얻을 수 있는 병원은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아산병원 관계자도 “병원의 공식적 입장을 함부로 밝힐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며 간병인 근무환경 개선에 대한 답변은 시간이 지난 다음에 밝힐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메디컬투데이 문병희 기자 (
bhmoon@md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