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투데이 김미리 기자]
강모(53·남)씨는 “공장에서 프레스에 오른손이 낀 후 손가락이 사라졌다”며 “사고가 있은 지는 몇 달이 흘렀지만 이런 손을 가지고 사람들을 어떻게 만나야 할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걱정이 많다”고 말했다.
최모(35·남)씨는 “공사장에서 자재를 나르다 4층 높이에서 추락하는 사고를 당했다”며 “다리를 절게 돼서 앞으로 살아갈 일도 막막하고 젊은 나이에 이렇게 되고 보니 죽고 싶은 심정이다”고 말했다.
산재환자들은 신체적 고통도 크지만 그 못지않은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실제로 산재환자들의 경우 신체적, 정신적으로 자신의 질환을 극복하지 못하고 자살에 이르는 경우도 적지 않다.
◇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
산재환자는 사회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거나 적절한 보상이 뒤따르지 않아 일반 환자보다 극심한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게 된다.
또 사고 후유증이나 불안정한 정신상태, 스트레스, 대인관계, 경제적 상황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탓에 정신과적 질환을 호소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근로복지공단 대전산재병원 산업의학과 오장균 과장은 “산재환자는 육체적인 질병을 앓으면서 정신과적 질환까지 동반한다”며 “업무상 스트레스나 회사에 미칠 피해 등을 걱정해 우울증이나 정신질환으로 자살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 우울증,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등 의학적 치료 필요
사실 몸이 아픈 사람들에게 우울증과 같은 정신적 질환은 흔히 나타난다. 산재 환자도 몸이 아픔에 따라 정신적 질환이 나타나는 것은 마찬가지라 일반 정신과적 질환과 같은 맥락에서 치료가 이뤄진다.
우선 우울증의 경우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처럼 약물과 상담에 의한 치료가 이뤄지는 게 보통이다.
일반적으로 정신과 치료에 쓰이는 약물은 중독성을 지녔으며 평생 끊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주 치료제인 항우울제는 대부분 중독성이 없다.
증상이 재발 돼 약을 다시 복용하게 된 환자도 원인 제거 없이 증상이 나아졌다는 이유만으로 약물치료를 중단한 경우가 대다수라 질환의 원인만 제거해준다면 많은 이들이 걱정하는 것처럼 평생에 걸쳐 약을 먹지 않아도 된다.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는 환자들이 산재사건과 관련된 꿈을 꾸거나 동일 상황을 계속 떠올리고 일상생활에 무감각해지면서 집중력 저하나 회피 현상 등을 보이는 질환으로 이 또한 약물과 상담치료가 주가 된다.
특히 상담치료 중에서도 인지행동치료를 통해 사건을 회피하지 않고 그와 관련해 떠오르는 감정들을 토로하게 유도함으로써 증상의 경감은 물론 사고 상황에 의연히 대처할 수 있도록 돕게 된다.
강북삼성병원 정신과 신영철 교수는 “신체적 질환이 오랫동안 계속 되면 대인관계에 문제가 생기고 스스로 다른 이들에게 미안한 감정이 들기도 한다”며 “집중력과 업무능력 등이 떨어지면서 유발되는 갈등 등 이차적 피해의식도 동반될 수 있으므로 가능한 빨리 산재 전 모습으로 복귀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 평상시 스트레스 관리가 관건
산재환자는 질환이나 사고 당시의 기억 등이 스트레스로 작용하고 이것이 질환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므로 평소 얼마나 스트레스를 잘 관리하느냐가 정신적 질환에서 벗어나는데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정신과 이화영 교수의 말에 따르면 스트레스를 극복을 위한 방법으로 환자 스스로 취미활동을 가지는 방법과 사고방식을 긍정적으로 바꾸는 방법이 동원될 수 있다.
이때 병원 측에서는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긍정적인 자세를 가질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지만 취미생활을 통한 치료의 경우 무엇보다 환자 스스로의 의지와 행동이 중요하다.
더불어 사회의 일원이 되는데 힘겨움을 느끼는 산재환자라면 바로 직장으로 복귀하기 보다는 사회 적응을 위해 취미활동을 시작하면서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어가는 등 단계적인 적응 기간을 거치는 게 좋다.
이화영 교수는 “평소에 신체를 많이 사용하는 운동을 하게 되면 교감신경계가 자극되는 등 스트레스 관리에 도움이 된다”며 “특히 걷는 운동, 그중에서도 아침 일찍 일어나 햇볕을 쬐면서 산책하는 운동방법이 수면은 물론 정신질환 치료에 이롭다”고 밝혔다.
또한 재활치료를 통해 신체적 활동이 원활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과 더불어 산재환자 스스로가 정신질환을 극복하고자 마음먹으며 가족, 친지, 지인 등 주변 인물이 환자가 안정을 되찾을 수 있도록 돕는 일도 중요하다.
건국대학교병원 신경정신과 박두흠 교수는 “가족, 사회, 직장, 병원 등에서 산재 환자가 독립할 수 있도록 적절한 지지, 심리적인 격려 및 자신감을 불어넣어주는 게 환자의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박 교수는 “우울증 환자 등은 신체활동에 소극적이지만 그럴수록 운동을 하고 사회적 관계를 확대시키며 자신의 인지능력 개발을 위해 뇌를 활성화시켜야 한다”며 “재활치료를 통해 신체적 활동이 원활히 될 수 있게끔 노력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메디컬투데이 김미리 기자 (kimmil@md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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