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

당뇨 위험 과소평가…당뇨 사망률 OECD 1위

pulmaemi 2009. 2. 5. 08:02

40세 넘으면 해마다 정기검진 필요
운동ㆍ식이요법으로 생활습관 개선을
위험인자 가졌거나 45세 이상인 경우엔 선별검사 시행돼야

◆당뇨 환자 400만명 시대 ⑥◆

"차라리 당뇨병이 굉장히 아픈 병이었으면 더 나았겠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심해질 때까지 아픈 곳이 없으니 문제가 더 큽니다. 수차례 병에 걸리지 않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놓쳐버리고 있는 것이죠." 백세현 고대구로병원 내분비내과 교수에게 당뇨병 예방은 일종의 `사명`과 같다. 이미 정상 상태로 돌아갈 수 있는 때를 놓친 수많은 환자중 백 교수 자신의 가족도 포함돼있기 때문이다. 그는 "(내 환자들이) 당뇨병을 포함한 10대 사망원인으로는 죽지 않도록 할 것"이라며 "특히 당뇨병 예방은 개인적 차원뿐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반드시 필요한 내용"이라고 강조했다.

◆ 과소평가돼 있는 당뇨병

= 당뇨병은 2005년 현재 한국인의 사망원인 5위 질환이다. 순위 자체만 보면 당뇨병은 심장 질환이나 뇌혈관 질환에 비해 아직까지는 덜 심각한 병일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당뇨병을 `과소평가`하는 것이라는 게 당뇨 전문의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당뇨병을 앓던 사람이 사망원인 2, 3위인 심장 질환, 뇌혈관 질환으로 사망하면 그 사망진단서에 당뇨병이 기재되지 않아 단지 사인 통계상 적게 집계될 뿐이라는 이유다. 실제로는 이미 매우 위험한 단계에 이르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의료비용 측면에서 그렇다. 대한당뇨병학회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조사한 결과, 2003년 20~79세 전 국민 건강보험 총 진료비 16조5000억원 중 당뇨 환자의 총진료비(의료기과+약국)는 3조2000억원으로 약 5분의 1(19.2%)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또 당뇨환자의 1인당 연간 총진료비는 220만2337원으로 1인당 연간 총진료비 평균보다 무려 4.6배나 높았다. 1인당 연간 총진료비 전국 평균은 47만8000원이었다. 당뇨병 총진료비 증가 속도도 무섭다. 1995년 당뇨병 총진료비는 2142억원에서 2005년 1조7120억원으로 추정돼 10년간 7.99배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당뇨 환자의 의료서비스 이용률이 2.09배 증가하는 등의 이유인데, 전체적으로 보면 당뇨환자의 의료 이용률은 절반 정도인 53%에 그치고 있다.

◆ 재정 절감만 생각하는 정책 한계

= 당뇨 예방법은 어느 정도 분명하게 제시돼 있다. 실제 효과가 있다는 입증도 세계적으로 여러 차례 이뤄진 바 있다.

최근 이뤄진 6건의 완료된 당뇨병 예방 연구의 결론을 종합해보면, 당뇨병 발병을 감소시키기 위해서는 운동과 식이요법을 통한 생활 습관 개선이 가장 효과가 높았고 당뇨병 예방 약제와 생활 습관 개선을 동시에 시행하면 그 예방 효과가 대폭 증가했다.

공통된 생활 습관 개선 방법은 △5~7% 체중 감소 △주당 150분의 유산소 운동 △총칼로리의 30% 미만으로 지방섭취 제한 △총칼로리의 10% 미만으로 포화지방산 섭취 제한 △식이섬유의 섭취 증가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또 당뇨병 발병 예방 효과를 보인 약제 중 비용효과적인 약제는 `메포민(metformin)`인 것으로 평가됐다.

당뇨병 예방 대상은 우선적으로 발병 이전의 고위험군과 정상인이다. 40세 이후부터 매년 1회 당뇨 검사를 받고 고위험군이라면 30세 이후부터 검사를 받는다.

매년 정기적으로 당뇨병 여부를 체크하며 생활 습관 개선으로 발병 위험인자를 줄인다.

만약 전 당뇨 단계인 내당뇨 장애가 있어도 적극적으로 치료하면 당뇨병으로 발전되지 않을 수 있다. 당뇨를 예방할 수 있는 기회는 충분한 셈이다.

국민이 기회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인식 개선과 함께 제도적 뒷받침도 필수적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당뇨 치료는 고위험군이나 정상인에서의 1차 예방, 초기 환자의 조기 발견보다 당뇨 환자의 합병증 예방 위주로 진행되고 있다. 이마저도 환자들의 인식, 당뇨 교육을 위한 인력ㆍ시설이 부족해 만족스럽지 못한 실정이라는 게 당뇨 전문의들의 지적이다.

정부의 의료정책이 재정 절감에만 초점을 맞추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백세현 교수는 "장기적 안목으로 향후 당뇨병 치료에 들어갈 천문학적인 의료비용 등 사회적 손실을 고려해 1차 예방에 적극적으로 투자해야 한다"며 "초기 예방에 단기적 성과가 없다고 적극적으로 1차 예방에 나서지 않으면 당뇨 환자는 계속해 늘어날 것이고 이로 인한 의료보험비 증가는 손을 쓸 수 없을 정도로 높아지는 등 악순환만 반복될 것"이라고 정부 차원의 당뇨 예방 사업을 촉구했다.

◆ 10만명당 35명 사망

이형우 영남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
= 최근 식생활의 서구화와 문명의 발전으로 인해 당뇨병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당뇨병 환자가 1억5000만명으로 추산되고 있으며, 세계보건기구는 2030년 무렵엔 3억3000만명이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중에도 특히 개발도상국이 많은 아시아에서 당뇨병 환자 증가 추세는 구미에 비해 압도적인 편이다. 아시아에는 2000년 기준으로 인도 3170만명, 중국 280만명, 인도네시아 840만명, 일본 680만명 순을 보였다.

우리나라는 현재 당뇨병 환자가 약 400만명에 이르고 있으며 해마다 26만명이 새롭게 당뇨병에 걸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리고 매년 당뇨병으로 인해 1만~1만2000명이 사망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나라는 당뇨병으로 인한 사망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2002년 한국의 당뇨병 사망률은 인구 10만명당 35.3명으로 일본(5.9명) 영국(7.5명) 독일(16.6명)보다 크게 높다.

당뇨병의 예방과 합병증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당뇨병의 조기 발견과 즉각적인 치료다. 이를 위해서는 당뇨병 선별이 적절하게 시행돼야 한다. 이런 이유로 보건진료소, 의원 혹은 병원들에서는 당뇨병 선별검사를 시행하는 것이 권장된다.

다뇨, 다음, 과체중, 시야 흐림과 같은 심한 고혈당과 관련된 증상을 나타내는 환자들은 진단적인 검사를 받아야 하며, 당뇨병의 잠재적인 위험인자를 가지고 있거나 당뇨병을 감별해야 하는 어떤 임상 증상을 가진 환자들에서도 선별검사는 시행돼야 한다.

선별검사는 45세 이상으로서 특히 비만도가 25㎏/m2 이상인 경우나 당뇨병의 위험인자를 가진 경우에는 45세 이하라도 선별검사를 받도록 한다. 결론적으로 현재는 당뇨병 환자의 혈당 및 합병증 관리 실태를 파악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한 시기다. 정부는 당뇨병 예방과 적극적인 치료를 할 수 있도록 관련 시스템을 재정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도움말 = 백세현 고대구로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공동기획 = MK헬스 / 대한당뇨병학회

[MK헬스 = 이근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