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치중 규제완화 등 근로자 건강권 소홀 원인
아주의대 산업의학교실 민경복‧이경종 교수팀 보고
1998년 IMF 외환위기를 분기점으로 국내 근로자의 재해율은 정체된 반면 직업병 이환율은 외환이기 이전에 비해 4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사실은 아주의대 산업의학교실 민경복‧이경종 교수팀이 경제위기가 재해율, 직업병 이환율과 같은 산업보건 지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기 위해 최근 20년간 국내 산업재해 및 직업성질환 통계자료 분석 결과에서 제시됐다.
산업재해 지표 중 총 재해율은 외환위기 이전인 1991년에 근로자 10만 명당 1617.7명이였던 것이 1998년에는 679.4명까지 감소되어 뚜렷한 개선추세를 보였으나 외환위기 이후 2007년까지 크게 줄어들지 않고 정체되는 양상을 보였다.
그러나 직업병 이환율은 외환위기 이전에 91년에서 97년까지 근로자 10만 명당 17~19.4명 수준으로 정체되어 있더니 외환위기를 분기점으로 점차 증가하여 2007년에는 83.4명 으로 무려 4배 이상 급속하게 증가하기 시작했다.
연구팀은 이에 대한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각종 사회경제 및 보건학적 지표를 분석한 결과 이중 경제위기를 전후하여 실시한 ‘산업보건 제도의 규제완화’가 ‘이들 산업보건 지표의 악화’와 가장 밀접하게 관련이 있음을 제시했다.
1998년 IMF 외환위기를 전후로 경제계를 중심으로 하여 산업보건 관계법규에 대한 규제완화 요구가 제기되자 정부는 ‘기업활동규제에 관한 특별조치법’을 통해 산업보건 관계법규를 수십여 건 개정했다. 이에 따라 산업보건의 제도가 폐지됐고, 안전관리자 선임 사업장이 축소됐으며, 각종 위험기구의 안전점검이 면제 또는 축소되는 등 수십 가지 조치가 이루어졌다. 이후 2000년대 들어 각종 산업재해 지표의 개선은 정체됐고, 특히 직업병이 빠르게 증가하기 시작했다.
이와 같이 직업병이 증가한 원인에 대하여 연구팀은 “경제적 측면에만 치중된 규제완화의 논리 앞에 근로자의 건강권은 고려의 대상이 되지 못했던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연구진에 의하면 한국은 현재 OECD 국가 중 산업재해 사망률 1위(10만명 당 산업재해 사망수 24명)로 이는 OECD 평균(5.1명)에 비해 5배가량 높은 수치고, 2위인 터키(13명)와도 2배가량 차이가 나는 점에서 사태가 심각한 상황에 놓여 있다는 것.
이에 대해 민경복 교수는 “IMF 전후 산업보건 제도의 변화가 사회적으로 산업보건 및 안전에 대한 경시를 허용하는 듯한 분위기를 만연시키고 산업현장의 자율적인 개선 가능성까지 제한했을 여지가 크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하고 “이제는 무분별한 산업보건 규제완화가 사회경제적으로 끼칠 수 있는 손해에 대해 새롭게 인식하고, 규제완화의 득실을 판단하여 규제개혁을 추진하는 현명한 정책운용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한편 우리나라가 IMF를 전후로 실시한 산업보건제도의 규제 완화가 직업병이 늘어난 것과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아주대의대 연구팀의 이번 논문은 미국공중보건저널(AJPH)㈜ 인쇄판 게재에 앞서 3월 25일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이 학술지에 국내의 산업재해 상황을 보고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