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학교>라는 모델
면담인사 - 정광필(이우학교 교장)
이광호(함께여는교육 소장)
면담일시 - 2010년 1월 17일 오후 4시
면담장소 -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동원동 산 13-1
공교육을 바꾸어낼 베이스캠프로서
이우학교는 이제 설립된 지 7년차이다. 설립과정에서부터 정광필 교장과 교유해온 나로서는 이우학교가 10년은 훌쩍 더 된 느낌인데 아직 7년차라니 놀랍다. 이우학교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었던가. 얼마나 많은 언론에 등장하였던가. 왜 정 교장은 이우학교를 시작하였던가. 그 첫 단추를 풀어보자.
학교를 시작한 문제의식은 바로 이겁니다. ‘우리 중등교육을 어떻게 바꿔낼 것인가?’ 바로 이 문제였지요. 그 어마어마한 문제의 시작으로 하나의 성공모델을 만들어 확산하자는 것이었습니다. 마땅한 틀이 있을까를 고민하다가 당시 대안학교를 생각하게 되었어요. 그러다가 공교육과 대안학교의 중간에 서서 공교육을 바꿔내는 것이 더 중요하겠다 싶어 이우학교를 만들게 된 것이지요.
정광필 교장의 당시 생각으로는 이우학교 같은 것을 10여 개 만들면 그것을 베이스캠프로 공교육을 바꿔낼 수 있으리라는 전략이었다. 그러나 새로운 학교를 만들어낸다는 생각은 곧 허물어졌다. 지금의 이우학교 하나 만드는 데도 진이 다 빠진 것이다. 오히려 기존의 공교육을 바꾸는데 집중하자고 생각을 바꿨다.
공교육에서는 초기에는 개방형자율학교, 지금은 경기도 혁신학교를 중심으로 다양한 개혁이 진행되고 있어요. 2009년 한해만 해도 다른 학교 선생님들이 2천여 명이나 이우학교를 다녀갔어요. 특징적인 것은 이분들이 학교별로 온다는 사실이에요. 종전에 개별적으로 오거나 그룹별로 왔던 분들이 다시 학교별로 온다는 것이지요. 한 번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그리고 집단적으로 온다는 것은 네트워크가 강화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요.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찾아온다는 것은 그만큼 이우학교가 새로운 교육, 새로운 학교의 모델로 우뚝 섰음을 증명한다. 이우학교가 처음 고민했던 공교육을 바꿔내는 것은 결국 단위학교일 수밖에 없다. 최근 달라진 것이 2009년 6월 11일자 단위학교 자율화조치라든가 2009년 교육과정의 변화(이른바 미래형 교육과정)를 통하여 교육과정의 자율성이 조금 높아졌다는 사실이라고 정 교장은 말한다. 두 가지 조건 하에서 학교가 자유롭게 할 수 있는 폭이 넓어졌다는 것이다.
학교환경의 변화가 몰고 온 이우학교의 새로운 위기
이렇게 서서히 판이 바뀌면서 이우학교에는 더 큰 고민이 생겼다. 90년대 말 우리 교육의 위기에 대한 진단을 통하여 이우학교는 새로운 교육과정을 짜서 교육현장에 뛰어들었다. 그로부터 7년, 이번 교육과정 속에 이우학교의 실험과 그 결과가 상당히 반영되었다고 한다. 이우학교의 성취이고 성공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거꾸로 이우학교의 교육과정을 ‘답답하게’ 만들고 말았다. 이우학교의 교육과정을 누구나 알고 이해하고 실천하게 됨으로써 이우학교는 새로운 위기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과거 특성화교육과정이라고 해서 NGO활동, 농촌봉사활동이 있었어요. 2박3일의 농촌봉사, 1주일간의 해외여행 활동 등이었지요. 하지만 그것은 너무 제한적이었어요. 문제의 핵심은 그것을 통하여 아이들의 내면의 힘을 어떻게 성장시킬까 하는 것이었지요. 그런데 현재 단계에서 보면 그게 좀 심심해졌어요. 그것을 좀 더 과감하게 집중적으로 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 단계가 되었어요. 이번에 단위학교자율화조치나 교육과정개정을 통하여 그런 것이 가능하게 되기도 했고요.
그래서 정 교장이 생각하고 있는 것은 수개월 동안 집중수업을 하거나 몇 개의 교과단위를 통합하여 수업을 진행하는 방법이다. 어느 학교보다 더 강한 사회적 네트워크를 만들어 사회 각계 인사를 수업 안에 끌어들였지만 여전히 부족함이 있었다. 그래서 학교 밖과의 연결을 더 강화하자는 것 역시 이우학교가 내린 결론이다.
정 교장은 90년대 말에 만들어진 이우학교의 교과과정을 지난 10년 동안 ‘우려먹었다.’ 고 했다. 2010년, 이제 새로운 교육과정을 만들고자 작년 가을부터 고민하는 상태이다. 이번 가을에 완전히 새로운 교육과정을 선보일 것이라고 한다.
지역학습자원을 끌어들인다.
새롭게 선보인다는 교육과정에 대한 궁금증이 더 깊어졌다. 구체적으로 무엇이 새로운 교육과정이고 수업 내용은 무엇인가? 집요하게 물었더니 이번에는 이우학교 부설 <함께하는교육>의 이광호 소장이 배턴을 이어받아 설명했다.
우리가 수업을 한다고 할 때 수업의 틀을 고정적으로 수업시수에 맞추기 위해선 텍스트를 중심으로 하게 됩니다. 그러나 그 이상이 요구되는 현실입니다. 그런데 선생님이 다 담당할 필요가 없고 또 그럴 수도 없어요. 결국 학부모나 지역사회와 결합하여 우리의 교육과정을 심화하고 결합시키는 수밖에 없어요. 지역사회와의 사업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생협이나 기존의 틀을 넘어 우리 사회에 뿌리내리는 사회적 기업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이우학교는 <함께하는교육>이라는 연구소를 통해 보다 적극적인 네트워크를 만들려고 한다. 이미 다양한 시도들이 공립학교에서 이루어지고 있어 적극적인 단위를 고민할 때가 온 것이다. 금년 6월 2일 선거를 통해 좋은 교육감이 선출되어 단위학교간의 관계를 강화시킬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사회적 책무성을 높이면서도 수능고사 성적도 좋아진다면?
이광우 소장은 이우학교의 이중적인 선진성 괴롭게 실토한다. 인간적인 교육을 하면서도 수능에서의 우수한 성적을 거두는 이우학교의 양면성 말이다.
이우학교는 학교가 어떤 모양, 어떤 원리로 움직여야 하는지 우리 사회에 던진 화두가 있어요. 새벽에 등교시키고 밤 12시까지 잡아두는 그런 교육이 아니라 삶을 배우는 그런 학교, 그런 수업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지요. 학교를 이렇게 운영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바꿔낸 것이지요. 이렇게 가르쳤는데도 이우학교는 100대 수능학교가 되었습니다. 외국어와 언어영역에서 아주 우수한 성적을 거둔 것이지요. 사회적 책무성을 높이는 교육을 하면서도 오히려 수능 학업 능력도 높아진 것입니다. 농사도 짓고 방과 후 야자(야간자율합습)도 없고 사교육도 안하는데도, 수능고사를 위해서 고3때 1년만 집중하는데도 그렇습니다. 기존학교의 프레임이 아니어도 아이들의 여러 측면의 성장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사실 좋은 학교를 만들기 위해 교육의 콘텐츠를 풍부히 하는 일과 수능고사를 대비하는 입시교육을 하는 것은 모순된 것이 사실이다. 좋은 학교를 지향하는 교사들의 고민은 이런 좋은 교육이 학부모들에게 환영받지 못한다는 괴리에 있다. 그런데 이우학교에서는 이 두 가지 고민이 해결되고 있다니 신기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아무래도 이우학교에 들어오는 아이들이 처음부터 우수한 것이 아닌지?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인데
이 학교의 학교운영원리는 다른 학교와 다르다. 그렇지만 진보적인 가치를 지향하는 학교와는 공통된 특징이 있다. 첫째는 교육과정에 대한 고민이 많다는 것이고 둘째는 내부 구성원간의 소통이 활발하다는 것이다. 교사와 학부모, 학생과 마을주민간의 관계가 모두 그렇다. 가르치는 방식이 다르고 운영방식이 다르다. 이른바 개방형 거버넌스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 교과부-교장-교무부장으로 이루어지는 획일적 단계 속에서는 교사들의 자율성이 살아나지 않는다. 이것을 깨고도 아이들의 성장과 학업의 성취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 - 이것이 이우학교의 성과이다.
80~90년대 미국에서 학교의 재설계운동이 일어났어요. 보다 넓게, 보다 깊게 사회 속에서 배우고, 사지선다식의 학습이 아니라 프로젝트 형태로 추진하는 학습으로 학교를 개혁하는 모델이 생겨난 것이지요. 우리도 그런 방식으로 가지 않을까요? 그러기 위해서 지역사회의 학습자원을 끌어들여야 합니다. 학교에서 지역의 공동체를 만들어야 하는 거지요. 홍성군의 홍동중학교는 홍동지역센터를 학교 안에 만들었습니다. 양평의 조현초등학교는 지역주민들의 일자리 창출까지 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어요. 학교가 지역자원을 끌어들이는 것뿐만 아니라 지역의 활성화까지 이루어내는 것이지요.
정광필 교장은 이우학교가 특별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단언한다. 특별한 것을 한 것이 아니라 단지 중고등학교에서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정상적인 것을 하는 것이 좋은 교육을 위해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이제 이우학교는 본격적으로 교육의 본질을 고민하고 어떻게 실현해야 할 것인지 고민이다. 지금의 아이들은 예전의 아이들과 생각과 행동도 다르고 아이들이 자라는 환경도 많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아이들을 놓고 보면 과거 10대와 달리 무기력함을 뛰어넘기 힘들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것이 우리에게는 또 다른 굉장히 큰 도전이에요. 무기력 속에서 게임이나 하고 컴퓨터 붙들고 사는 애들이 많아요. 에너지 많고 사고치는 아이들을 바꾸어내는 것은 어렵지 않아요. 이도 저도 아닌 아이들이 제일 큰일이에요. 그나마 학교교육과정의 틀 속에서 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아졌기 때문에 지금 해보자는 것이지요.
이우학교의 경우 고등학교 수업과정에 NGO수업이 포함되어 있다. 남이 볼 때 의미가 있다고 하지만 사실 아이들이 나가서 경험할 마땅한 NGO가 부족하다고 한다. 대부분 기관에 가서 서류 처리 등의 단순업무를 하는 것 외에는 할 일이 없다. 아이들이 충분히 보람을 찾을 NGO는 몇 개밖에 없다고 한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아이들이 직접 지역사회에 NGO를 만들어 활동하고 이를 지역사회에 뿌리 내리게 할 필요도 느끼고 있다. 사회적 자원이라고 하더라도 학교가 활용할만한 것에는 한계가 있으니 지역의 문제를 발굴하고 조직화하여 문제점을 직접 해결해 보자는 것이다.
‘귀족학교’ 뒤에는 학부모들의 희생이
그동안 이우학교 하면 귀족학교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았다. 이 질문을 하려니 정 교장은 먼저 그에 대해 해명한다.
설립과정에서 교육부 지원이 없었기 때문에 등록금으로만 학교를 운영하다 보니 학부모들에게 과도한 부담을 준 측면이 있어요. 몇 년간 우리의 교육적 노력이 사회적으로 의미가 있다고 인정되면 지원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내년부터는 교육부에서 다른 학교와 동일한 지원을 받도록 되었습니다. 중학교는 의무교육이니까 학부모가 부담할 것이 없고 고등학교는 다른 학교의 부담과 비슷해지지요. 그동안은 사실 이우학교의 부모들은 다른 학교보다 3배 정도의 학비를 부담했어요. 등록금에서 적자나는 3억은 학교 이사회나 개별 기부자들의 기부로 충당했어요. 사립학교 중에서 이우학교의 재단전입금이 가장 많았어요.
이렇게 보면 이우학교의 오늘은 바로 학부모나 지역사회, 독지가들의 희생과 헌신, 기부의 결과라 말할 수 있다. 학교 교사를 짓고 시스템을 정비하고 프로그램을 창조하는 이우학교설립 초기의 모든 노력이 결국은 이들의 뒷받침으로 가능한 것이었다. 하기야 모든 사업에 는 설립시기의 창립자 그룹의 희생이 거름이 되기 마련이다.
이렇게 학부모들의 부담이 높다 보니 ‘귀족학교’라는 말이 나올 법도 하였다. 그러나 정작 정광필 교장은 이우학교 안에서 아이들의 다양한 구성이 중요하다고 보았다. 공부 잘하는 아이와 못하는 아이, 가난한 아이와 부잣집 아이가 함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가장 좋은 교육환경을 만든다고 믿었다. 반액 또는 3분의 1 수준의 등록금을 장학금으로 지급하는 학생이 이우학교에서는 17% 정도 된다고 한다. 이 장학금은 학부모들이 장학회를 만들어 기금을 조성하여 부담하였다.
이우학교에 입학하기 위해 사람들이 몰려 경쟁률이 날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탈락하는 아이들에 대안 대안이 없었다. 이우가 마련한 대안은 중학교부터는 입학 정원의 3분의 1을 추첨제를 통해 아이들을 뽑는 것이다. 실력이 없어서 떨어진 것이 아니라 운이 나빠서 떨어진 것이니 작은 보완책이 된다고 보고 있다.
학부모 공헌의 비결, <학부모 저녁모임>
학부모들의 공헌이 저절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학부모들이 이우학교의 성장에 물심양면으로 기여한 것은 그만큼 이우학교의 철학과 정신에 동의하였기 때문이다. 학부모들과 학교간의 끈끈한 유대감을 만들어낸 비결 하나는 <학부모 저녁모임>이었다.
학부모 저녁모임에서 한결같이 행복한 얼굴을 하고 있는 학부모들과 뿌듯함이 배어 있는 선생님들의 얼굴을 보면서 ‘학부모와 선생님은 진짜 동반자’ 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학부모 저녁모임>이 우리사회의 교육문제 해결에 밑거름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게 되었다. <학부모 저녁모임>이 모든 교육현장에서 하나의 새로운 문화로 정착된다면, 이를 계기로 학부모와 선생님의 따뜻하고 진솔한 만남과 대화가 이루어진다면, 얽힌 실타래가 풀리듯 우리의 문제도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되었다.
(함께하는 교육, <학부모 저녁모임 길라잡이> p.19)
아이를 가르치고 성장시키는 것은 학부모와 교사의 공동책임이다. 학부모가 학교를 방문하여 교사와 허심탄회하게 아이의 교육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다. 이 당연한 일이 한국사회에서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우학교는 <학부모 저녁모임>을 정기화하고 매뉴얼 했을 뿐만 아니라 이것을 다른 학교에까지 널리 퍼뜨리고 있다.
제2의 이우학교는 가능한가?
이우학교가 한국 교육사회에 기여한 공로가 적지 않다면 제2의 이우학교가 다른 지역에서도 복제되거나 설립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제주의 이름난 시민운동가 이지훈 씨와 정 교장이 제주도에 이우학교를 만들어보려다가 실패한 경험을 알고 있는 필자는 제2의 이우학교 설립에 관한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었다.
비인가형 학교를 만드는 자체는 힘들지 않습니다. 대안학교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는 거지요. 이우학교의 경우는 예외이지만 학교설립에 힘과 노력을 쏟아 학교를 세우는 주체와 학교를 운영하는 주체는 보통 일치하지가 않습니다. 그것은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하기 마련이지요. 게다가 새로운 학교를 하나 만드는데 어마어마한 노력과 재정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교장공모제도나 혁신학교의 틀을 통해 기존 학교를 바꾸는 것이 훨씬 낫다는 결론입니다.
새로운 학교를 만드는 역량과 열정을 기존의 학교를 바꾸는 일에 쓰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라는 것이다. 준비기간부터 10여 년을 학교설립과 정착에 청춘을 소비한 정 교장의 얼굴에는 이런 결론에 단호함이 서려 있다. 그만큼 엄청난 고생을 했던 것이리라.
학교를 바꾸는 큰 물결
기존의 학교를 바꾸는 것은 틀에 박힌 공교육으로부터 아이와 학부모들을 해방하는 의미가 있다. 대안학교는 물론이고 공립학교에서도 이미 많은 것들이 진행되고 있고 학교개혁의 교두보가 여러 지역에서 마련되고 있는 시점이다. 특히 공모된 교장을 포함하여 전국에는 개혁적인 교장이 20여 명으로 늘었다. 김상곤 경기도 교육감은 경기지역에서 혁신학교를 공약했고 이를 실천하고 있다. 점차 학교개혁에 동참하는 흐름이 크게 늘고 있는 것이다.
미국에 가면 CES (Confederation of Essential Schools) 라는 것이 있다고 한다. ‘우리는 이러한 학교다. 이런 유형의 학생을 길러내겠다.’ 등의 강령을 가지고 그 강령에 동의하고 그 조건을 준수하는 학교에 인증을 해 주는 것이다. <작은학교네트워크>는 바로 이런 모델의 일종이다. 이 네트워크 안에 운영위원회를 만들어 인증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5년마다 학교를 평가해서 인증을 다시 갱신한다. 이 학교들의 교사들은 연수도 같이 하고 정보자료도 공유 하고 있다.
김상곤 교육감은 2009년에 13개의 혁신학교를 지정했고 2010년에는 20개를 지정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들은 잠재적이기는 하지만 미래형 학교모델은 아니다. 더구나 국가나 관에서 주도하면 재정과 연관되어 있어 문제가 있다. <작은학교네트워크>같이 네트워크형으로 민간차원에서의 운동이 되어야 한다. 민간차원의 운동을 하는 것이 정권이 바뀌더라도 그 정신을 이어갈 수 있다. 이러한 토대가 이제 마련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우학교를 졸업한 아이들의 미래
어느 학교 아이들도 마찬가지지만 이우학교 아이들이 대한민국 사회 속에서 시대를 고민하는 아이들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나는 늘 생각한다. 아이들이 시대를 고민하고 이해하고 끌어안을 수 있는 그런 교육이 필요하지 않겠느냐 물었다. 그런데 이광호 소장은 이렇게 답했다.
제가 1기의 학년부장을 했어요. 제가 대한민국에서 가장 정치적인 교사인데요. 제 교육을 받아서 그런지는 몰라도 아이들은 그 또래보다는 정치적이에요. 너무 이른 나이에 그렇게 되는 것이 바람직하냐는 고민이나 비판도 있어요. 그러다 보니 이 아이들은 대학이 너무 심심한 거예요. 대학가서 1~2학년 때 심각한 고민을 하고 3~4학년이 되어서 비로소 몰입할 영역을 찾는다고 해요.
이 이야기를 들으니 이우학교의 특별한 교육과정을 이수하고 졸업한 졸업생들의 현주소가 궁금해졌다. 1기가 대학4학년 졸업반이어서 아직 사회에 진출한 사례는 드물다고 한다.
대학을 다니면서도 수유너머를 가는 아이들도 있고 따로 인문학코스 수업을 듣는 아이도 있습니다. 좋은 대학일수록 강남아이들이 많은데 이들은 자유로운 것 같지만 자유롭지 않아요. 이우학교 날라리 한 명이 추계예술대학 영화학과에 들어갔는데 한 달 다니더니 아이들이 모두 패션이야기만 하고 전공에 대한 고민은 없다고 날라리라고 그만두었어요. 영화사에 들어가 막내로 일하다가 그냥 군대 가버리더라고요.
대학에 가보니 수업이 답답하고 친구들도 재미없다며 이우학교를 많이 찾아온다고 한다. 읍내에 자꾸 나타나는 졸업생들에게 정 교장은 절대로 학교 주변을 얼쩡거리지 말라고 한다. 싹은 이우학교에서 틔웠으니 그것이 자라나는 데에는 시행착오가 있기 마련이고 아이들은 그것을 겪어내야 한다는 것이 정 교장의 생각이다. 대안교육을 받은 아이들은 조숙할 가능성이 많은데 그들이 이우학교의 색을 벗어내고 또 다른 교육과 학습의 세상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훌륭한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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