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프라이즈 / 문병옥 / 2010-2-16 16:24)
[출처 : 네이버 백과사전] 며칠 전부터 신문지상을 뜨겁게 달군 이른바 ‘나체 졸업식’에 놀란 가슴을 쓸어내신 분이 많을 겁니다. 저도 놀랐습니다. 이번에 떠도는 사진들이 한마디로 충격적이고 저 역시 중고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이 있어 쉽게 가슴이 진정되지 않습니다. 거기에다 그 사진의 주인공들이 제가 살고 있는 고양시의 학생들이라니 절로 한숨이 나왔습니다. 한겨울, 오물을 뒤집어 쓴 채 나체로 추위에 떨었을 아이들이 얼마나 춥고 괴로웠을까요. 축하받아야 할 졸업식인데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못한 채 케찹에 계란을 뒤집어 쓴 우리 아이들, 그리고 그것이 일종의 ‘통과의례’라며 후배들의 옷을 칼로 찢은, 선배라는 이름의 또 다른 우리 아이들 모습에 학부모로서, 한명의 어른으로서 진심으로 가슴이 아팠습니다.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대한민국은 그야말로 사교육의 천국입니다. 제가 살고 있는 여기 고양은 입시 경쟁이 치열하기로 수도권에서 손꼽히는 지역입니다. 그러기에 더욱 이번 사건에 눈길이 쏠리고 마음 한켠이 싸늘해집니다. 저는 이번 나체 졸업식 사건의 실체는 날이 갈수록 과열되어가는 입시 경쟁에 상처받은 우리 아이들의 일그러진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경쟁에서 스스로 소외되었다고 생각하는 ‘열외 학생’들의 패배 의식의 발로라고 생각합니다. 그 아이들은 어쩌면 별다른 죄의식이 없이 그런 일을 저질렀을지도 모릅니다. 그 아이들에겐 말 그대로 ‘관행’ 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가해 학생들의 신변을 확보해 형사 처벌하겠다는 뉴스가 흘러나오는데, 그 ‘가해자’라는 아이들 역시 같은 피해자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아이들에 대한 처벌 문제만큼은 사법당국의 신중한 검토가 있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졸업식날 선배들이 옷을 벗으란다고 벗고, 후배들에게 꽃을 건네는 대신 옷을 벗으라고 시키는 아이들의 잘못된 의사소통 방식이 왜 나타나야만 했는지 어른들이 처절하게 반성하며 답을 찾아야 합니다. 고등학교 입시, 대학 입시 나아가 ‘입시’ 뺨치는 취업 문턱에까지 쉼 없이 달려야 하는 우리 아이들. 그 숨 막히는 순간순간 숨통을 틔워줄 작은 ‘장치’를 만들어주지 않는 어른들에게 문제가 있습니다. 선후배간에 자연스럽게 꽃을 건네고 축하를 나눌 놀이 공간 하나 없는 우리 아이들의 삭막한 문화를 뒤돌아 봐야 합니다. 지금 우리 아이들에게 ‘시험’은 과잉이고 ‘문화’는 빈곤합니다. 칙칙한 PC방 대신 열린 공터를, 음침한 뒷골목 대신 확 트인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다면 조금 더 행복하고 건강한 아이들이 자라날 수 있지 않을까요. 결국은, 어른들의 문제일 수밖에 없습니다. 어른들의 탓입니다. 어른들이 반성해야 합니다. 어른들이 우리 아이들이 숨 쉬고 자라나는 공간이 건강해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끊임없이 공부해야 합니다. 이번 사건으로 말미암아 더 이상 상처받는 아이들이 생기지 않으려면, 내년 이맘때 또 다른 학부모들이 놀란 가슴 쓸어내리지 않으려면 지금 회초리를 들기 이전에 우리 아이들이 어떤 환경에 있는지 꼼꼼히 살펴봐야겠습니다.
문병옥
‘나체 졸업식’, 정말로 그 아이들이 문제였을까요?
(서프라이즈 / 문병옥 / 2010-02-16)
'아동·청소년, 청년에게 꿈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의,치대 학제 대학자율에 맡긴다 (0) | 2010.07.02 |
---|---|
‘촛불소녀’야, 할 말이 없구나. 모두가 썩은 언론 탓이란다. (0) | 2010.05.16 |
<이우학교>라는 모델 (0) | 2010.02.17 |
졸업 앞둔 대학생 평균 ‘빚’ 1125만원···'취업스트레스' 높아 (0) | 2010.01.22 |
사교육 없이 자기만의 방법으로 성적을 올린 이야기 (0) | 2009.12.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