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량한 사회

제도·구조상 환자 불리한 의료분쟁, 현명한 대처법

pulmaemi 2010. 2. 8. 08:21
"까다로운 환자가 되라"···진료기록부 확보가 기본
 

[메디컬투데이 어윤호 기자] ‘유방 확대수술을 받으러 갔다가 주검으로 돌아온 딸, 요실금 수술 후유증으로 평생을 고생하는 어머니, 삼킨 태변을 아무도 꺼내주지 않아 폐가 썩고 호흡이 멈춰버린 아기···’

물론 정확한 진위를 밝혔을 때 의료인의 과실이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정확한 이유조차 알지 못하고 ‘의료사고’라는 억울하고 급작스러운 상황에 사랑하는 가족을 잃거나 고통을 지켜봐야만 하는 사람들의 사연들을 우리는 방송이나 기사들을 통해 종종 접한다.

실제로 국내에서 연간 100만건의 의료사고가 발생하고 있지만 의료분쟁 소송에서 병원 혹은 의사의 승률은 그 수치를 비교하는 것이 의미가 없을 정도로 압도적인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얼마 전 오랜 시간 환자·소비자 단체들이 희망해온 의료사고법 개정에 있어 ‘입증책임 전환’ 조항이 제외되고 의사들을 형사처벌 대상에서 제외시키는 ‘처벌특례 조항’이 신설된 채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안’이 의결돼 관련단체들은 환자입장에서 법에 의한 의료분쟁 상황이 나아지긴 힘들다고 전망하고 있다.

그렇다면 의료사고나 의료사고가 의심되는 상황이 발생했을 시 환자들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3일 의료사고 관련 전문가들은 공급자와 소비자의 지식 격차가 극심하고 제도적·구조적으로 불리한 현 상황에서의 현명한 대처방법을 제시했다.

◇ 의료사고 사전에 방지하기, “까다로운 환자가 되라”

이미 의료사고가 발생한 후의 정확하고 신속한 대처도 중요하지만 환자 스스로 의료와 의료사고에 대한 인식을 가지고 병원을 찾는다면 의료사고 발생 자체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법률사무소 히포크라 박호균 변호사는 “치료환경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내에서 최대한 까탈스런 환자가 돼야한다”며 “의사는 환자에게 대해 본인의 의료행위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해야할 의무가 있다. 지금 어떤 검사를 하는지, 왜 하는지, 처방하는 약은 무엇이고 처방의 이유는 무엇인지 상세하게 물어보라”고 충고했다.

이어 박 변호사는 “본인이 받는 진료에 대해 묻고 인지해 두면 나중에 의료인의 설명과 동떨어진 결과나 부작용이 의심될 때 신속하게 감지할 수 있을뿐더러 까다롭게 이것저것 질문하는 환자를 의료인 입장에서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의료사고 발생률도 줄어들게 된다”고 부연했다.

건강과 직결되는 의료행위에서 이미 부작용이 발생하고 그에 대한 보상을 요구하고 받아들여지지 않을 시 소송으로 연결돼 정신적·시간적 불이익이 초래되기 전에 막을 수 있다면 그것이 가장 현명한 의료사고 대처법이라는 것이다.

◇ 기본이 중요, “진료기록부를 확보해라”

‘진료기록부 확보’는 의료사고에 대한 대처법으로 가장 흔하게 알려져 있지만 아직 많은 사람들이 진료기록부 확보의 중요성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

의성법률사무소 김연희 변호사는 “가장 기본이고 가장 중요한 의료사고 대처 원칙이며 무엇보다 조금이라도 이상한 느낌이 들면 신속하게 확보해야한다”며 “이미 이상이 발생하고 병원 측에 항의한 상태에서 요구한 진료기록부는 조작된 경우도 있으며 환자와의 전문지식 차이가 크기 때문에 미묘하게 과실을 감추기가 용이해 진다”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또 “진료기록부는 한 사람이 아닌 전문의, 레지던트, 간호사 등 여러 의료인이 작성하기 때문에 본인에 관련되 모든 진료기록부, 검사결과지 등을 확보해야 진료과정에서 의사가 오더를 내렸지만 검사를 진행하지 않은 경우, 또 의사의 오더에 간호사 등이 제대로 조취하지 못한 경우 등을 빠르게 판단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보상도 좋지만 건강이 중요, “병원을 옮겨라”

보통 의료사고가 발생하면 환자들은 해당 병원에서 해결해 줄 것을 요구하고 마냥 기다리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더 큰 부작용을 초래할 수도 있다.

의료소비자시민연대 상담팀 관계자는 “상담을 진행하다보면 환자들은 억울한 마음에 어떻게든 사고가 발생한 병원에서 보상을 받고 보충진료를 받기를 기다리고 있는 경우가 많다”며 “의료행위로 인한 부작용은 시급하게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보상만을 기다리다가 건강이 더 악화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어 “의료사고가 발생하면 당장 돈이 더 들더라도 더 큰 병원이나 전문성이 강한 병원에 본인의 몸 상태가 어떤지 확인하고 치료를 받아야한다”며 “또 다른 병원의 의료진이 이전 병원에서의 치료에서 잘못된 부분을 찾아내면 소견서를 받아 후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밖에도 관련 전문가들은 ▲성급한 합의는 금물 ▲전문가와 상의 ▲소멸시효 주의 ▲사망 시 부검의 필요성 ▲병원상대 폭력·농성 금지 ▲의료인의 구두상 인정 신뢰 금지 등을 유의해야함을 강조했다.  
메디컬투데이 어윤호 기자 (unkindfish@md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