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노특강 “새로운 담론 형성하는 세력이 사회 이끌것”
[데일리서프] 김병준 국민대 교수(전 청와대 정책실장)는 2일 “노무현 정부 당시 세계 경제의 위기를 예측했고 2005년 APEC 정상회의 때 공개 거론을 추진했었다”고 말했다.
▲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자료사진). ⓒ 2009 데일리서프라이즈
김 교수는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좋은민주주주의연구소’ 주최 “전환기의 세계, 대한민국 어디로 갈 것인가”란 주제의 신년특강에서 “2005년 9월 대통령 정책실장을 맡고 있을 당시 세계 경제 위기를 예측한 내용의 정책보고서를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올렸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김 교수는 “2005년 11월 APEC에서 세계 경제 위기를 공식 언급하고 세계 지도자들에게 공동대응하자고 얘기하는 게 좋겠다고 노 전 대통령에게 조언했다”며 “실제 노 전 대통령이 공식 의제로 올릴 것을 제안했는데 미국 백악관 측이 ‘남미의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 류의 발언이 아닌가’ 오해를 해 이견을 보였다”며 당시 해프닝을 소개했다.
김 교수는 “그때 메이저 신문들이 어떻게 알아서 1면에 크게 백악관과 청와대가 큰 마찰이 있는 것으로 보도했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또 전날 경남 봉하마을을 방문, 노 전 대통령과 현 시국에 대해 나눴던 이야기를 소개했다.
그는 “우연히 중세시대 페스트가 창궐했던 시기의 이야기가 나왔다”며 “(세계적 변화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정부를 운영했던 입장에서 보면 급변하는 사회 변화 수준을 권력구조와 담론 수준이 따라가지 못하는 점이 있다”고 말했다.
농촌에서 도시로 사람들이 몰리면서 도시가 점점 커지는데 반해 주택·보건 시설이 전혀 따라가지 못했다는 것. 위생·보건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등장하고 이에 따라 정치적 구조, 행정적 체계가 갖춰져야 했는데 그렇지 못해 페스트가 창궐하게 됐다는 분석이다.
김 교수는 이어 지난해 세계적 금융위기와 관련, “곳곳에서 여러 가지 징후들이 있었다”며 기업이 오히려 저축을 하고 가계가 돈을 빌려가는 역전현상이 일어난 것, 서울은 강남, 뉴욕은 맨하턴 등 세계적으로 부동산 가격이 국지적으로 올라가는 증상이 발생한 것 등을 예로 들었다.
김 교수는 “2007년 대통령 특사로 다포스 포럼에 참석했는데 세계적 학자, 지도자들이 모두 장밋빛 전망을 내놨다”며 “사회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데 담론 수준이 그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면 페스트 창궐이나 금융위기와 같은 사태가 일어난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금융은 실물이 있고 난 다음에 나오는 하수이다”며 “시간이 지나면 어느 정도 금융이 회복될 것이지만 그렇다고 경제 회복이 되는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는 “금융이라는 하수구에서 냄새가 나니까 세계 정부가 하수구에 약 뿌리는 정도의 정책을 펴고 있는데 상류에서는 썩은 물이 계속 내려오고 있다”면서 “기술혁신, 고령화, 양극화 등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경제 문제는 풀리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우리 사회는 새로운 담론을 진전시킬 수 있는 시스템이 없거나 곳곳에서 막혀 있다”면서 “새로운 담론을 꺼내고 이슈를 만들고, 그렇게 담론을 만드는 세력이 그 사회를 지배하고 끌고 갈 것이다, 형성된 담론 수준에 국가의 명운이 달려 있다”고 역설했다.
김 교수는 “담론의 수준을 끌어올리는 가장 좋은 수단은 정치이다”며 “정치를 하는 이유가 결국 담론의 수준 높이는 쪽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오바마 당선은 전반적 정책 흐름, 사회 흐름에서 새로운 담론 제기에 성공한 것”이라면서 “오바마라는 특이한 인물의 전달 능력, 개인적 이미지가 결합돼 새로운 담론을 제기하고 변화를 추구하는 사람들의 가슴 속을 때려준 것”이라고 미국 대선을 평가했다.
김상희 “노무현 정부 담론 발전 실패”…이용섭 “통합·일자리의 정당이 표 받을 것”
지속가능발전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김상희 민주당 의원은 “노무현 정부는 낡은 정치·지역구조 타파로 담론에서 이겨서 탄생했다”면서 “그러나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은 좀 더 가치지향적 정부로서 자리 잡고 국민들을 설득하는데 실패했다, 담론이 지체현상이 생겼다”고 참여정부를 비판했다.
김 의원은 “노 전 대통령은 ‘좌파 신자유주의’라고 말했다”며 “집권 했을 당시의 정치담론은 옳았지만 그 이후 경제 정책에 있어 진보적 담론을 국민들에게 설파하고 내재화하는데 힘을 써야 했는데 오히려 신자유주의를 비판하는 진보진영과 시민사회을 강하게 공격했다”고 성토했다.
김 의원은 “참여정부가 동반성장을 얘기했는데 가치지향적인 것 같지만 성장에 방점이 찍혀 있었다”며 “결국 한나라당의 경제 담론에 포획돼 담론 주도에 실패했다, 대선 국면에서 빠져나갈 구멍이 없었다”고 지난 대선을 평가했다.
김 의원은 “그런 측면에서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에 대해 이제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성찰해야 한다”면서 “정책적 기조와 FTA에 대한 입장, 열린우리당의 태도 등이 담론에서 완전히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 대선 패배의 책임이 크다”고 주장했다.
참여정부에서 국세청장을 역임한 이용섭 의원은 이명박 정부의 녹색뉴딜과 관련 “역사적으로 뉴딜은 새로운 발전전략을 짜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오바마의 신뉴딜 정책도 예산의 10%만 공사에 책정하고 나머지는 인재양성, IT 육성에 집중했다”면서 “이명박 정부의 뉴딜은 뉴패러다임 전환 쪽에 중점을 두고 있지 않다, ‘뉴딜’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또한 “녹색뉴딜은 4대강이 핵심사업”이라면서 “한반도 대운하가 전단계가 아니라면 교육예산, 복지예산의 수십배가 넘는 대규모 예산을 투자할 이유가 없다, 토목 건설 쪽은 일자리 창출 효과가 가장 낮다, 지속성을 가진 일자리 창출도 아니다”고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 의원은 또 향후 정치세력과 관련해선 “갈등과 마찰, 분열을 봉합하는 정당에게 (유권자들은) 표를 줄 것”이라며 “민주당이 중산층·서민의 정당이라고 하지 말고 통합의 정당, 일자리의 정당이라고 주창했으면 좋겠다”고 캐치프레이즈에 대한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이날 특강 및 토론회는 천호선 전 청와대 대변인의 사회로 진행됐으며 이용섭, 김상희 의원, 안희정 최고위원 및 더좋은민주주의연구소 회원들 30여명이 참석했다.
민일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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