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욱이, 이 마을은 충치만 없는 게 아니었습니다. 박사는 뢰첸탈 아이들의 넘치는 활력에서 한 번 더 놀라는데, 이 아이들은 조사팀이 늦저녁 쌀쌀한 산바람에 두꺼운 장갑과 코트를 여밀 때, 알프스의 빙하에서 쏟아지는 계곡물에 맨몸으로 들어가 발랄하게 물장구를 쳐댔다고 합니다.
또한, 이 작은 마을은 우월한 신체조건과 압도적인 운동능력으로 수많은 바티칸의 스위스 근위대를 배출하기도 했지요.
이뿐만이 아닙니다. 당시 스위스의 사망률 1위 질병은 폐결핵이었는데, 프라이스 박사는 관할 스위스 공무원과의 대화를 통해 이 마을은 폐결핵으로 인한 사망은커녕 단 한 건의 발병조차 없었음을 알게 됩니다. 젊은이들이 자주 대도시에 내려가 일을 하다 돌아오곤 하여 질병에의 노출이 분명히 있었음에도 말이지요.
고기
먼저, 비중이 가장 적은 고기부터 보겠습니다. 사실 이들에게 고기는 일주일에 한 번 가량 먹는 음식이었습니다. 치즈를 만들기 위해선 송아지의 렌넷이 필요했기에 식탁에 오르는 고기는 주로 송아지 요리였고, 대부분 스튜와 탕의 형태로 뼈와 내장을 함께 끓여낸 투박하지만 영양가 있는 한 끼였습니다. 우리나라의 전통 순대 국밥이나 내장탕에서 당면과 밥, 양념과 채소를 뺀 걸 생각하면 상상이 되죠?
그리고 일주일 중 6일은 유제품과 호밀빵만으로 식사가 이루어졌습니다.
호밀빵
음.. 세 가지도 아니고 거의 두 가지만 먹었다니, 갈수록 태산이네요. 그럼, 다음으로 호밀빵을 한번 살펴보지요.
뢰첸탈의 남성들은 골짜기의 분지에서 기계나 동물의 도움 없이 인력으로 밭을 갈아 호밀 농사를 지었습니다. 수확과 운반 모두 오로지 이곳의 놀라울 정도로 강인한 사람들의 힘만으로 이루어졌지요. 그렇게 수확된 호밀은 전통적인 맷돌에 갈렸고, 커다란 공용 화덕에서 밀도 있는 사워도우 빵으로 재탄생했습니다.
위 사진의 빵이 이들이 굽던 호밀 사워도우 빵의 모습입니다. 크기가 상당하지요? 하지만 우리가 눈여겨봐야 할 점은 이 빵의 크기가 아닌 뢰첸탈인들이 빵을 만들던 특정한 방식입니다. 먼저, 사워도우란 무엇일까요? 사워도우 제빵이란, 시판 이스트를 사용하는 것이 아닌 자연과 공기 중에 존재하는 야생 효모와 박테리아를 이용한 빵 반죽의 발효법으로, 해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그 자체로 손이 굉장히 많이 가고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쉽지 않은 제빵법입니다. 그러나 이들의 제빵은 이러한 긴 사전 준비 기간을 거쳐 오븐에서 구워져 나온 뒤에도 끝나지 않았습니다. 사진 속 빵의 윗부분에 뚫린 구멍이 보이시나요? 주민들은 빵이 오븐에서 나오면 이렇게 구멍을 뚫어 갈고리에 매달아 2주를 더 숙성시켰습니다. 그렇게 오랜 시간을 거친 다음에야 비로소 빵을 먹을 수 있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무엇 때문에 빵 한 조각을 먹는데 이렇게 길고 지난한 과정을 거친 걸까요?
이런 곡물과 견과류, 콩류, 그러니까 식물의 "씨앗류"에 대한 대단히 철저하고 세심하며 구체적이고도 고된 준비 과정들은, 이러한 씨앗류를 식생활의 일부분으로 포함한 "전 세계의 모든" 원시 집단들에게서 관찰됩니다. 일이 주 정도는 흔한 편이며, 때로는 한 달이나 그 이상의 발효·숙성 과정을 거친 후에야 섭취가 허용됐지요.
유제품
이제 살펴볼 음식은 남은 하나뿐이네요. 그런데, 이들이 먹던 그 하나 남은 음식은, 한국인을 포함한 많은 현대인이 "위험한" 음식으로, 당시의 스위스인과 서구권 사람들에겐 "폐결핵의 원흉"으로 여겨진 바로 그 음식, "비살균·비균질화의 가공하지 않은 생우유(Raw Milk)"였습니다. 그리고 이 비살균·비균질화의 생우유는 뢰첸탈인의 식생활에서 가장 비중이 크고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집집마다 소와 염소들을 길렀습니다. 주민들은 긴 겨울을 보낸 뒤 싱그러운 봄이 찾아오면, 소들을 데리고 산에 올라 주춤주춤 물러나는 알프스의 빙하 밑 눈부시게 푸르고 싱싱한 초지에 풀어놓았습니다. 소들은 기나긴 잠에서 깨어나 급속도로 자라나는 이 영양 가득한 풀을 마음껏 뜯었지요. 그리고 마을 사람들은 이 소들의 호화로운 젖을 짜 비살균 치즈, 비살균 버터, 비살균 크림을 만들어 먹으며 신선한 비살균 우유를 마음껏 마셨습니다.
주민들의 일상적인 식사는, 특히나 자라나는 아이들의 경우엔 대개 두껍게 슬라이스 한 사워도우 호밀빵에 같은 두께로 슬라이스 한 비살균 치즈가 올라간 두툼한 오픈 샌드위치였습니다. 여기다 염소나 소한테서 짠 신선한 비살균 우유를 함께 마셨지요. 또한, 걸출한 운동능력으로 이름을 날렸던 이 산골마을의 운동선수들은 스포츠 경기 도중 기록 향상을 위해 휘핑하지 않은 신선한 비살균 생크림을 사발째 들이켰다고 합니다.
프라이스 박사는 자신이 관찰한 전 세계의 "모든" 원시 집단들에게 하나, 혹은 그 이상의 "신성한 음식"이 있음을 발견했습니다. 신성한 음식이란 바로 그 집단의 사람들이 결혼을 앞둔 남녀, 임신한 여성, 수유 중인 엄마, 그리고 자라나는 아이에게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믿었던 음식들이었지요.
그리고 뢰첸탈 계곡의 신성한 음식은 바로 6월의 버터였습니다. 이 순박한 산골마을 주민들은 봄과 여름의 왕성하게 자라나는 풀을 먹은 소의 우유로 만든 버터의 압도적 퀄리티를 아주 잘 이해하고 있었지요.
주민들은 이렇게 첫 버터로 미사를 지낸 이후, 우유의 영양분이 연중 최고일 때를 놓치지 않고 겨우내 먹을 버터와 치즈를 잔뜩 만들어놓았습니다. 이렇게 저장해둔 유제품을 이용해 뢰첸탈의 사람들은 일 년 내내, 아니 평생 동안 건강한 정신과 신체를 유지할 양분을 섭취할 수 있었지요.
그런데, 바른 식단의 힘이 어느 정도일까요? 뢰첸탈 계곡엔 병원은커녕 의사라는 직업 자체가 존재하질 않았습니다. 치과의사는 말할 것도 없고요. 당연한 얘기지만, 아픈 사람을 치료하는 직업인 의사는 아픈 사람이 없으면 할 일이 없습니다. 또 뢰첸탈 계곡엔 경찰도, 감옥도 없었습니다. 마찬가지로 경찰과 감옥도 범죄가 없으면 있을 이유가 없지요. 이 점은 많은 원시 집단들의 공통점입니다. 이 점은 또한 원시 집단들이 현대 문명과 접촉해, 프라이스 박사의 표현대로라면, "The Displacing Foods of Modern Commerce(현대의 상업적 가공식품: 설탕, 잼, 통조림, 과자 등)"을 받아들이는 순간, 철저히 무너져내린 이유이기도 하지요. 아프면 병원을 고르고 이가 상하면 치과에 가는 현대인과는 달리, 그동안 아파본 적 없는 이들이 현대인처럼 의사가 필요해졌을 땐,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대사증후군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입니다. 지구 상에 당뇨병에 걸리고 비만해지는 동물은 인간과, 인간이 기르거나 도시에서 살아가는 동물들뿐입니다.
자연계에서 내가 건강하려면 무얼 먹어야 하나 헷갈려 하는 동물 역시 인간뿐입니다. 전편에 썼듯, 우리는 그 분별력을 잃어버렸기 때문이지요.
뢰첸탈 계곡의 사람들은 이렇게 치즈와 빵, 고기를 먹었습니다. 물론 이게 도무지 말이 되나 하는 의문이 그대로 남아계실 것임을 압니다. 특히, 정말 많은 분이 유제품에 알러지가 있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누구는 살면서 빵이랑 치즈만 먹고 "질병 전반에 대한" "집단 면역"을 얻었는데, 누구는 치즈랑 빵 둘 중 하나라도 먹으면 몸이 안 좋고, 억울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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