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 슬기로운 빈둥이공동체마을 사용설명서
지은이 - 필명 nurimaem
제 16 화
여섯째 날 (수요일)
어제는 친구들과 얘기하다 보니 늦게 잠들었다. 다행히 피곤해서 그런지 아니면 성일이가 내어 준 감태추출분말 차를 마셔서 그런지 크게 뒤척이지 않고 바로 잠이 들었다.
그런데 아침에 일어나니 어깨가 불편했다. 대충 씻고 1층 거실로 내려갔다.
"어서 와, 어제는 잘 잤니?" 도현이가 물었다. "응, 너희들 덕분에 잘 잤어. 내가 좀 늦었지?"
"아니야, 빈둥이마을에서 아침 일찍 할 일이 뭐 있다고. 근데 어깨가 안 좋니? 팔을 돌리고 그래? 우리 나이에는 몸을 조심해야 돼. 조금이라도 문제가 있으면 즉각 풀어주고 관리를 해야지." 도현이가 말했다.
"그러게, 어제 크게 무리를 안 했는데 그러네." "무리를 안 하긴? 그 큰 탁자를 혼자 들었다 놓았다 들었다 놓았다 하는데 어깨에 무리가 안 가겠어?" 도현이가 계속 말했다.
"평소에 늘 하던 일인데 뭘!" "오 원장한테 가봐. 요즘 계속 진료를 보고 있어." 성일이가 말했다. "안 그래도 내려오기 전에 한 번 진료를 봐달라고 요청했는데 오늘 시간이 날지 모르겠네."
"내가 미리 얘기해 둘 테니 오전에 시간 나면 들려봐. 내가 예약 잡아놓고 연락 줄게." 성일이가 말했다. "고마워. 괜히 내 때문에 다들 신경 쓰게 만드네." 나라가 말했다. "무슨 그런 섭섭한 얘기를 하니? 당연한 것 가지고." 도현이가 말했다.
"오늘은 카페에서 커피 마시지 말고 새로 구한 원두커피가 있는데 같이 한 번 맛보자"라고 성일이가 말했다. 커피를 수제 그라인드에 가는데 상큼하고 고소한 맛이 났다.
"오늘도 바빠?" 도현이가 물었다. "음, 내일은 서울로 출발해야 되는데 생각보다 일이 많아져 마음이 더 급하네. 그래도 너희들이 어제 도와주는 바람에 그나마 나은 것 같아."
"그래, 나도 열심히 배울 테니 잘 가르쳐주십시오. 사부님." 도현이가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리며 말했다. "뭐야! 도현아, 제발 오버하지 마, 부담스럽게 말이야." 나라가 웃으며 말했다.
"사실, 어제 감동이었다는 거 아니?“ 도현이 말했다. ” 오래전부터 목공이 나의 로망이었는데, 빈둥이마을에 목공 작업실이 생긴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얼마나 기뻤는지 몰라. 그래서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었는데, 젊은 친구들만 있고 내 또래는 없더라고. 그리고 눈치를 보니 항상 바쁜 것 같고, 들어가면 꼰대 소리 들을까 봐 망설여지더라고." 도현이가 말을 이어갔다.
"그런데 나라 덕분에 목공 작업을 하게 되다니 정말이지 꿈만 같았어. 역시나 나의 예감은 틀린 적이 없다니까! 너무 재미있더라고." 도현이가 웃으며 말했다.
"도현이는 우리 초등학교 때부터 뭘 하든 항상 열심이었고 잘했잖아. 그 능력이 어디 가니? 요즘 청소년들과 공연 준비한다고 바쁠 텐데 괜히 부담을 주는 것 같아 내가 미안타 야." 나라가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
커피 한 잔하고 혼자 밖으로 나왔다. 성일이와 도현이는 평소와 다르게 조금 더 있다가 출발하겠다고 했다. 나라는 도서관으로 향했다. 도서관에서 책을 보다가 오 원장한테 진료를 본 후 바로 목공 작업실로 갈 예정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오 원장한테서 연락이 왔다. "오! 오원장, 아침 일찍 웬일이야?" 나라가 반가운 목소리로 핸드폰을 받았다. "지금 어디야,? 바쁘니?" 오 원장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니야, 지금 도서관에 가는 길이야." 나라가 말했다. "그래, 그러면 지금 바로 돌담 의원으로 올 수 있니? 성일이한테 연락을 받았는데 나라 진료를 봐달라고 해서 바로 연락한 거야."
"아직 진료할 시간이 아니잖아?" "그렇지 오늘은 아침부터 예약환자가 있어. 네가 괜찮으면 지금 진료 좀 보자고 연락한 거야."
"나야 좋지만 진료 전에 쉬지도 못하고 괜찮겠어?" "그럼 당연히 괜찮아야지. 우리 때문에 고생하는 신나라 선생님을 잘 모셔야지. 얼른 와, 기다리고 있을게." "고생은 무슨? 내가 재밌어서 하는 일인데. 그래 지금 바로 갈게. 고마워"
건물 입구에 둥글고 큰 돌에 "자연치유 돌담의원"이란 글자가 보였다. 돌담의원이 있는 건물은 1층에 위치하고 있으며, 2층에 누리힐링카페가 있다.
의원 문을 들어서면 환자가 대기하는 소파들이 있었고 우측에는 진료실이 있었다,
그리고 좌측 문에는 목공 팻말이 걸려있는데, 각각 '주사·치료실'과 '명상·요가 마음수련실'이라고 적힌 팻말이 문 양쪽에 나란히 걸려 있었다. 팻말의 모양이 눈에 띄게 발랄한 것으로 보아, 아마도 목공실의 젊은 친구들의 솜씨인 것 같았다.
1층 건물 좌우 끝부분 기둥을 제외하고는 정남향 전면부는 천정에서 무릎 높이까지 내려온 유리창으로 인해, 탁트인 전경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천정부터 키 높이까지는 햇빛을 차단하는 불투명 유리창과 그 아래 나머지의 반투명 유리창을 통해, 아침 햇살이 건물 안을 환하게 비추고 있었다.
우측의 진료실 입구 쪽에 오 원장이 팔소매를 걷어 올린 채 다른 직원과 함께 열심히 청소를 하고 있었다. 문 닫히는 소리를 듣고서야 나라 쪽을 돌아보았다.
"오! 나라야, 어서 와. 날씨가 많이 쌀쌀하지. 저쪽에 가서 잠시 앉자." 하던 청소를 멈추고 오 원장이 고무장갑을 벗으며, 나라를 대기실 소파 쪽으로 안내했다.
같이 청소하던 직원이 인사를 하며 다가왔다. 모자를 거꾸로 썼는데 청바지 모자와 긴소매의 청바지 셔츠에는 세계 각국에서 수집한 배지들을 달고 있었다.
"이 쪽은 오늘 자원봉사를 하러 온 장아연 연구원님이시고, 여기는 나의 초등학교 친구인 신나라 선생님이에요."
"안녕하세요. 혹시 여행을 좋아하신다는 그분이신가?" 나라가 인사하며 물었다. "아니 어떻게 아셨습니까?" 장아연 연구원이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
"지난번에 친구들과 얘기하다 언뜻 듣기로는 건강과 관련된 새로운 개념의 여행사업을 구상하신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그리고 모자와 셔츠를 보니 한눈에 알아보겠는데요. 돌담의원에 자원봉사까지 하시는 것을 보면요."
"아니 그 소문이 나라한테까지 간 거야?" 오 원장도 놀래며 말했다. " 제 나이 때는 아주 솔깃한 아이템이에요. 공정여행에다 건강까지 힐링하는, 재미있는 여행을 기획 중이라 들었어요. 기대가 많이 돼요. 계획이 다 서면 저를 1호 여행객으로 등록해주세요." 나라가 웃으며 말했다.
"정말요?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벌써 1호 고객이 생기다니 너무 좋네요." 장아연 연구원이 상기된 표정으로 말했다.
"저도 선생님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아니, 저에 대해서 말이에요?" 나라도 살짝 긴장한 표정으로 말했다.
"예. 윤 팀장이 전에도 한 번씩 얘기했었는데, 목공 작업실을 신축 이전할 때쯤일 거예요. 목공방 회의실의 우드 슬랩 긴 테이블을 선물 받았을 때, 생각지도 못한 뜻밖에 선물이라고 얼마나 자랑을 하던지, 거기다 얼마 전에 만났을 때도 선생님이 이곳에 계신 것만으로도, 너무 든든하고 좋다고 말하던대요" 평소에는 그런 내색을 하지 않았던 윤 팀장이라 나라는 잠시 당황했다.
"그 선물이야 빈둥이마을의 '키다리 어른들'이 한 거고, 저는 발품을 좀 팔았을 뿐인걸요." 나라는 쑥스럽게 말했다. "아참, 내 정신 봐. 다른 얘기하다가 깜빡했네요. 차 한 잔 드시렵니까?" 머리를 긁쩍이며 말했다. "아니에요. 아침에 커피 한 잔 하고 왔어요. 고마워요."
"그럼 진찰실로 들어가서 얘기할까?" 오 원장이 일어서며 말했다. 좌측의 마음수련실에서는 몇몇 할머니들의 대화와 웃음소리가 밖에까지 들렸다.
"이 지역에 사시는 할머니들이셔. 아침에 한 분이라도 진료 예약을 하시면, 같이 와서 커피도 마시고 얘기도 하고, 진료시간이 되면 진료를 보신 후 같이 퇴근하시지. 이 마을 어르신들의 사랑방이야." 오 원장은 진료실로 들어가면서 말했다.
"오늘 오 원장 혼자서 다하는 거야?" "응, 그럴 때가 있지. 예약환자 위주로 진료를 하다 보니 환자를 조절하면 내 혼자서 접수도 하고 주사도 놓고 해도, 가능할 거라 생각했지. 그래서 간호사분들도 급한 일이 있으면 언제든 빠지기도 하면서, 자유롭게 근무하도록 하고 있어." 오 원장은 말을 계속 이어갔다.
"그런데 점점 예약환자도 많아지고 지역 주민들도 자주 찾게 되어 원장님들도 몇 분 더 모시게 되었지. 그래서 원장님들이 돌아가며 편하게 진료보시도록 하고 있는데, 한 번씩 바쁜 일들이 서로 겹치게 되면 누군가 독박을 쓰게 되지. 이번에는 내가 폭탄 돌리기의 희생자라고나 할까!" 오 원장이 웃으며 말했다.
"그건 그렇고. 어깨가 많이 불편하니? 성일이한테 연락받았을 때는 나도 놀랬는데." "아니야. 전부터 한 번씩 불편할 때가 있긴 했었는데, 어제는 크게 무리한 것도 없는데 그러내. 잠도 잘 잤고 말이야. 아마 깊이 잠들다보니 자면서 자세가 안 좋았는데도 계속 잤나봐. 그럴 땐 평소에는 깼을건데 말이야." 나라가 말했다.
"도현이의 표현을 빌리자면 어제 큰 탁자를 혼자서 들었다 놓았다 들었다 놓았다 했다면서 좀 나무라라라고 하더라." 오 원장이 웃으며 말했다. "아니 도현이는 왜 그리 오버해서 다들 걱정하게 만들지. 사람 무안하게 말이야." 나라도 웃으며 대답했다.
"원래 스트레스를 받으면 몸이 먼저 반응을 할 때가 있지. 요즘 밤 늦게까지 목공작업 한다고 하던데, 그렇게 바빠서 어떻게 하니?. 힐링하러 왔는데 말이야. 내가 영 미안타, 야!" 오원장이 걱정되는 투로 얘기했다.
"아니야, 내가 좋아서 하는 건데 뭘? 젏은 친구들이 열심히 하는 것을 보면 같이 하고 싶기도 하고 뭔가 도와주고도 싶고 그래. 특히 이 마을의 목공 작업실은 젊은 기운이 넘치는 것 같고 같이 있으면 나도 젊어지는 느낌이야."
"내일 출발해야 되기 때문에 많이 아쉽네. 내일 중요한 회의만 없어도 좀 더 있어도 되는데 말이야." "그 회의가 많이 중요한가 봐." 오 원장도 아쉬운 듯이 말했다. "응. 갑자기 큰 프로젝트가 생겨서 서울 팀들이 다들 고생하고 있어. 오랫동안 같이 해온 프로들이라 크게 걱정할 것은 없는데, 새로 추가되는 아이템이 있어서 몇 가지 점검해야 할 것이 있거든."
"응, 그렇구나. 그렇더라도 너무 무리하지 마라. 항상 네 건강을 우선해야지"
"언제부터 아팠는데?" "전부터 한 번씩 아팠는데 그럴 때면 좀 쉬든지 아니면 병원에서 주사 맞고 약 먹으면 됐었어. 근데 시간이 지날수록 아픈 기간도 길어지고 병원 가는 횟수도 많아져, 이젠 나이 들어 그런가 하고 좀 걱정이 되긴 해." 나라가 대답했다.
"어깨가 어떻게 아프니?" "양쪽 어깻죽지와 날개뼈 사이가 아프네." "오른쪽과 왼쪽이 비슷하게 아프니?" "아니야. 둘 다 아프긴 한데 왼쪽은 어깨죽지가 더 아프고 오른쪽은 날개뼈 사이 등 뒤쪽이 더 아픈 것 같아."
"아플 때 말이야, 가만 있어도 아프니 아니면 특별한 동작을 할 때 아프니?" "움직일 때 아프기도 하지만 가만이 있어도 우리하게 아파서 괜히 신경쓰일 때가 많아." 나라가 걱정스런 표정으로 말했다.
"그 아픈 부위의 살갗이 따끔따끔하거나 스쳐도 화끈거리는 느낌이야, 아니면 피부 아래쪽 근육이 뻐근하게 아픈 것 같니?" "피부 살갗이 아픈 것 같지는 않고 무거운 돌을 얹은 것처럼 묵직하게 아픈 것 같애." 나라가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러면 진찰 좀 해볼까?" 오 원장은 일어서서 나라의 뒤편에 서서 진찰을 하기 시작했다. 먼저 아픈 부위를 진찰하는데 나라가 약간의 통증이 온다고 말했다.
그다음으로 목의 옆쪽과 뒷쪽을 세밀히 진찰했다. 특히 왼쪽 목 옆 부분을 지긋이 누르는데 통증이 심하게 느껴져서 움찔하며 몸을 피했다. 그 위치의 오른쪽과 비교해 진찰해 보았는데 오른쪽은 왼쪽만큼 아프지는 않았다.
그리고 이번에는 오른쪽 목 뒷쪽 부분을 천천히 지그시 누르는데 또한 심한 통증이 왔다. 이 또한 같은 위치의 왼쪽과 비교해보니 신기하게도 왼쪽보다 오른쪽의 통증이 더 심했다.
"어깨가 아파서 거기만 신경 쓰고 주물러주고 했는데 목에도 문제가 있는거야?" 나라가 긴장된 목소리로 말했다. "평소에도 목이 약간 불편하다고 느꼈지만 어깨 쪽이 아파서 거기까진 신경을 안썼는데 어떻게 된거니?" 나라가 다시 물었다.
"통증의 원인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고 보면 돼. 하나는 근육이 약해져서 뭉치면, 그 근육아 움직일 때 통증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지."
"그리고 또 다른 하나는 어떤 신경이 뭉친 근육을 지날 때, 그 신경까지도 같이 압박을 받지. 그것 때문에 그 신경이 지배를 하는 근육이나 피부가 자극을 받아, 통증이나 신경증상을 느낄 때도 있겠지."
"이런 경우는 가만이 있어도 담에 걸린 듯 뻐근하고 우리한 통증이 생긴다든지, 찌릿찌릿하고 저린 느낌이 들 때도 있어. 그럴 경우에는 그 신경을 눌리는 근육이 풀릴 때까지, 계속해서 증상이 오래갈 수도 있겠지."
"근육 자체가 뭉쳐서 오는 통증과 근육에 눌린 신경에 의해 오는, 이 두 가지 통증은 같이 오기도 하고 한 쪽이 더 심하게 느껴지는 경우도 있어." 오 원장이 말했다.
"일반 병원에 가서도 의사선생님들이 어깨 쪽만 보고 치료를 하면 좋아지곤 해서 거기만 신경쓰고, 마사지 받을 때도 어깨 중심으로 받았는데 잘못한거야?" 나라가 물었다.
"아니야 잘못한 것은 아니고 진찰해보니 어깨와 등 근육 자체도 뭉쳐있지만, 어깨와 등 근육들을 지배하는 신경이 목 쪽 근육에서 더 심하게 눌려있내." 오원장이 대답했다.
"그러면 목을 진찰할 때 오른쪽과 왼쪽의 통증 위치가 다른 이유가 뭐지?" "음, 그것은 왼쪽 어깨죽지와 오른쪽 날개뼈 사이 근육을 담당하는 신경들이 다르니까, 그 신경들을 누르는 근육들도 각각 달라서 오른쪽과 왼쪽이 차이가 나는거야."
"그래서 신경들을 눌리고 있는 목의 근육들을 풀어줘야 해." "약을 먹으면 되는거야?" 나라가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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