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소설 - 신나라의 특별한 여행 2

신나라의 특별한 여행 제 15 화

pulmaemi 2021. 11. 3. 11:07

  부제 : 슬기로운 빈둥이공동체마을 사용설명서

 

  지은이 - 필명 nurimaem

 

  제 15 화

 

  작업에 열중하고 있는데 핸드폰이 울렸다. 영숙이였다.

 

  "어, 바쁠 텐데, 웬일이야?" 나라가 말했다. "뭐하니? 다들 식당에서 널 기다리고 있잖아." "벌써 저녁시간이 된 거야. 작업한다고 시간 가는 줄도 몰랐네."

 

  "그리 바빠? 어서 와. 같이 밥 먹게." 영숙이가 말했다. "아니야. 지금은 그렇게 먹고 싶은 생각이 안 드네. 지금 하는 작업을 마무리해야 돼서 나중에 간단히 챙겨 먹을 테니, 친구들에게 미안하다고 전해줘."

 

  "알았어. 너무 무리하지 말고 조심해. 바쁜 거 같으니 그만 끊을게" "그래." 끊고 보니 다들 저녁시간인데도 작업들을 계속하고 있었다.

 

  윤 팀장이 다가와서 말했다. "선생님, 저녁식사 같이 하시지요?" "아니에요. 나는 하고 있는 작업, 마무리하고 배고프면 챙겨 먹을게요. 팀원들, 열심히 작업한다고 다들 배고플 텐데 먼저 식사하세요." "예, 선생님, 그러면 식사하고 오겠습니다." 같이 기다리던 팀원들도 인사하고 작업실을 나갔다.

 

  어느 정도 작업 후 잠시 쉴 겸 젊은 친구들 작업한 것을 둘러보았다. 생각보다 작업 품목들이 다양하지 못했고 갯수도 많지 않았다. 윤 팀장의 고민이 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들 생활 목공예를 하다 보니, 공동체 마을에서 필요한 것들은 튼튼하고 실용적으로 만들었지만, 전시회 수준의 다양하고 고급스러운 작품들은 보이지 않았다.

 

  나라가 처음 만들려고 했던 작품들보다 간단하게 만들어 시간을 절약한 후, 다른 종류의 작품도 몇 개 더 만들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우선 8인용으로 계획했던 거실용 식탁은 4인용으로 작게 만들고, 고급감을 살리기 위해 테이블 상판과 다리는 '사개이음(편집자주 : 모퉁이를 끼워 맞추기 위해 서로 깍지 끼듯이 가공한 이음)'으로 포인트를 주면 좋겠지만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아서 '숨은장부이음(편집자주 : 한 개의 구멍에 끼우기 위해 하나를 돌출되게 가공한 이음)'으로 하고, 대신 다리에 곡선을 넣어 고급감을 살리기로 하였다.

 

  목공팀의 다른 작품 중에 일반적인 빵 도마 종류는 많은데, 쟁반이 없어서, 추가로 특이한 쟁반과 거실용 식탁에 맞는 의자도 만들 계획이었다. 이러다 보니 마음이 급해지고 칠까지 생각하니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테이블 상판과 다리 이음부에 접착제를 바른 후 클램프(편집자주 : 제작물을 작업대 위에 고정하는 장치)로 고정을 시켰다. 목재 창고에서 뜻밖에 색감이 좋은 목재를 발견하여 여러가지의 쟁반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아서 작업대 위에 올려놓았다.

 

  벤드쏘(편집자주 : 원형으로 자를 때 쓰는 목재 절단기)의 전원을 켜려고 하는데 식사하고 온 윤 팀장이 들어왔다.

 

  "선생님, 식당에서 선생님 친구분들을 뵈었는데, 선생님께 갖다 드리라고 샐러드를 싸 주셨습니다. 회의실에 가서 드시지요." 윤 팀장이 말했다.

 

  "고영숙 연구원님의 말씀으로는 선생님의 성격에 한 번 집중하시면 식사도 거른 채 일이 끝마칠 때까지 안 먹고 하실 거라면서, 가지고 가서 꼭 같이 나눠먹으라고 하셨습니다. 하하."

 

  "아니, 이 친구들이 배가 고프지 않다고 해도 지레 걱정을 해서 우리 윤 팀장님을 고생시켰네요." 나라가 미안한 듯이 말했다. "

 

  "아닙니다. 고영숙 연구원님이 직접 식당 주방에서 샐러드를 만들어서 싸주실 때, 너무 맛있게 보였는데 선생님 덕분에 저도 같이 먹을 수 있어 좋은 걸요" 윤 팀장이 웃으며 말했다.

 

  회의실의 테이블 위에는 푸짐하게 보이는 샐러드가 펼쳐져 있었다. 올리브 오일의 구수함과 발사믹 식초의 새콤한 드레싱에, 아보카도, 양상추, 파프리카와 토마토 등의 야채들이 어울려 보기만 해도 입맛을 자극했다.

 

  "같이 먹어요. 혼자는 다 못 먹을 정도로 많이 보냈내요." 나라는 샐러드를 먹으면서 팀원들과 전시회에 대해 가볍게 얘기를 나누었다.

 

  한 팀원은 각자의 일상생활이 하면서 공동체에 필요한 생활 목공을 하다 보니, 다양한 작품을 만들 시간이 부족하다는 얘기에, 다들 공감하고 있었다. 이번 기회에 전시회를 통해 좀 더 기술을 배워보고 싶은데, 여유가 없다고 다들 아쉬워했다.

 

  시간이 지나 작업하던 팀원들이 떠나고 나라 혼자 작업을 하고 있었다. 근데 문이 열리면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아니 이 늦은 시간에 웬일이야? 무슨 일이 있니?" 나라가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당연히 큰일이 있지." 도현이가 말했다. "쉬러 온 나라가 이렇게 밤까지 중노동을 하고 있으니 걱정돼서 왔지." 성일이가 웃으며 말했다.

 

  "난 또 무슨 큰일이 있는 줄 알았잖아." "밥 먹을 시간도 없이 그래 바쁜 거야?" "그런 건 아니고, 목공 일이라는 것이 일단락 지어야 될 일들이 있고, 거기다 배가 크게 고프지 않아서 나중에 먹으려고 했지."

 

  "근데 너희들이 맛있는 샐러드를 싸 주는 바람에 팀원들과 정말 맛있게 먹었어. 고마워." "뭐, 당연한 것 가지고. 네 셩격을 우리가 모르니. 사람의 생각은 잘 안바뀌는 거잖아. 그건 그렇고, 우리가 뭐 도와줄 일이 없어?"

 

  "아니야, 너희들도 피곤할 텐데 가셔 쉬렴." "괜찮아, 우리만 쉬면 편하니? 일할 거 있으면 말해. 힘쓰는 것은 자신 있다." 도현이가 웃으며 얘기했다. "정말? 일 핑계로 혼자 노는지 감시하러 오는 거 아니고?" 나라가 농담조로 말했다. "무슨, 우리도 목공작업 좀 해보자." 도현이가 말했다.

 

  "진짜? 그런 각오라면 할 것들이 좀 있지. 후회하기 없기다." 나라가 기분좋게 웃었다. "오케이. 잘만 가르쳐줘. 평소에 목공 작업에 관심이 많았는데 이럴 때 배워야지." 성일이도 웃으며 말했다.

 

  "그러면 성일이는 여기 와서 사포질 좀 해주고, 도현이는 여기 나무 그려진 줄있지. 그 줄 경계선 안으로 이 끌로 5mm 정도 깊이로 널게 파주라."

 

  "나라는 클램프(편집자주 : 제작물을 작업대 위에 고정하는 장치)로 고정시킨 거실용 식탁을 푼 뒤 작업대 아래로 옮기려고 했다. "안 돼"라고 소리치며 도현이와 성일이가 달려왔다.

 

  "이렇게 무거운 것을 어떻게 혼자 들려고 해." 도현이가 말하며 성일이와 둘이서 식탁을 바닥 아래로 옮겨주었다. "이 정도는 혼자서도 할 수 있거든" 나라가 말하며 웃었다. 나라는 식탁 표면을 칠하기 위해 정성스레 사포질을 시작했다.

 

  늦게까지 작업 한 후 성일이 집으로 귀가했다. 집에 도착하자 “조금 늦었지만 다들 고생했으니 수면에 도움이 되는 차를 마시자"라고 성일이가 제안했다.

 

  거실에 있는 아일랜드 식탁에 따뜻한 감태추출분말 차를 내어 놓았다. 깔끔하면서도 보리차 같은 구수한 향기가 입안에 감도는 맛이었다.

 

  "목공팀들이 준비를 잘하는 것 같니?" 성일이가 물었다. "음, 다들 재미있게 열심히 하는 것 같아. 그런데 전시 품목들이 좀 단순하고 일반적인 소품들 위주야. 그래서 목공팀을 홍보하기에는 조금 아쉬운 점이 있어 보여." 나라가 계속 말했다.

 

  "윤 팀장과 몇몇을 제외하고는 실력이 고만고만하고 공동체에 필요한 생활용품을 공급하는데도 시간이 빠듯한가 봐." 나라가 안타까운 듯이 말했다.

 

  "내가 지나가면서 듣기로는 나라가 방문한 뒤로 팀원들이 여러 가지로 자극도 받고 긴장이 되어 더 열심히 하는 분위기라고 하던데." 성일이가 계속 말했다. "어딜 가나 무게 중심을 잡아주는 어른이 있어야 되는데, 목공팀에는 아쉽게도 그런 사람이 없다는 것이 더 크게 느껴지네." 성일이가 말했다.

 

  "한 번씩 보니 윤 팀장이 마음고생을 하는 것 같더라. 공동체 마을에서 전폭적으로 지원도 해주고 팀도 늘어나 이번 마을 축제 전시회에 대한 기대가 다들 클 건데 말이야." 나라가 말했다.

 

  "오늘 머리 털나고 처음으로 나무를 깎아봤다. 참 재미있었어. 근데 그거 뭐 만드는 거야?" 도현이가 말했다. "뭐 만드는지도 모르고 작업한 거야?" 성일이가 말했다. "나야, 목공 사부가 시키는 대로 '예' 하고 열심히만 했지. 그 깊이와 선을 넘지 않으려고 무쟈게 얘를 쓰면서 말이야." 다들 함께 웃었다.

 

  "나는 계속 배우고 싶은데, 나라는 목요일에 꼭 가야 돼? 조금 더 있으면 안 되겠니? 마을 축제와 전시회도 같이 보면 좋잖아" 도현이가 아쉬운 듯이 물었다.

 

  "나도 여기 목공팀 상황을 보고 많이 고민을 해봤는데, 목요일에 중요한 회의가 있어서 말이야. 그것만 없으면 다른 것은 여기서도 어떻게든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많이 아쉬워." 나라의 얼굴에는 안타까운 표정이 나타났다.

 

  "사실 느긋하게 좀 더 여유 있게 내려와 못 보던 친구들도 보고 참 좋았는데 말이야. 그래서 상황이 괜찮으면 좀 더 있으려고 했지. 근데 갑자기 서울에서 중요한 전시회가 잡히는 바람에 사정이 그리 되었어. 이번 회의에는 새롭게 추가되는 작품 계획을 포함해 점검 회의를 해야 돼. 그래서 내가 빠질 수가 없는 상황이야." 

 

  "그럼, 그것만 어떤 식으로든 해결되면 안 올라가도 되는 거야?" 성일이가 물었다. "글쎄 너희들이 갑자기 그렇게 물어보니 내가 당황스럽다." 나라가 난처한 표정으로 말했다.

 

  조금 더 이야기를 나누고 나라는 2층으로 올라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