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 슬기로운 빈둥이공동체마을 사용설명서
지은이 - 필명 nurimaem
제 13 화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을 들은 후 세미나실을 나오는데 맞은 편의 강의실 입구에 '꼰대 예방법'이라는 강의가 열리고 있었다.
그 주제를 강의할 강사의 이름이 'X"로 그어지고, 윤소이 팀장이 대신 강사의 이름으로 올라와 있었다. 강의 주제도 흥미롭고 윤소이 팀장이 강사라서 한 번 들어보려고 강의실로 들어갔다.
강의는 막 시작되었는데 주제의 성격상, 나이 많은 사람들이 대부분일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오히려 젊은 사람들도 꽤 많이 앉아 있었다.
윤팀장은 자기 소개로부터 강의를 시작했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빈둥이공동체마을에서 목공팀장을 맡고 있는 윤소이라고 합니다."
"다들 지내보면 아시겠지만 이 마을에는 여러 팀장이 있습니다. 대부분이 꼰대급의 연령대이지만 유일하게 저만 아주 젊은 편에 속합니다. 또한 빈둥이공동체마을 미래전략위원회와 청년위원회 위원이기도 합니다."
이 강의를 듣고 있는 사람들은 잘 몰랐겠지만, 강성일 사무국장으로부터 이 마을에서 전략위원회의 의미와 청년위원회의 역할에 대해 듣고, 조금 전 최규식 연구원으로부터 미래전략위원회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들은 신나라는 윤소이 팀장이 애써 이 사실을 언급할 때, 그 상기된 얼굴 표정에서 묻어 나오는 자부심과 책임감을 읽을 수 있었다.
"원래는 목공팀의 한 팀원인 배솔아 연구원이 이 강의를 준비했었는데 갑자기 개인적인 일이 생기는 바람에, 제가 대신해서 강의를 하게 되었습니다."
"이 주제로 강의한 지가 오래되어 잘 될지 모르겠습니다. 배솔아 연구원은 참 재미있게 강의를 해서 인문의학연구소 연구원들에게 스타강사로 인기가 높습니다. 그 이름을 잘 기억하셨다가 다음 기회에 그 친구의 강의가 있으면 한 번 들어보십시오. 후회하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이번 강의의 주제는 빈둥이공동체마을의 연구원들이, 주기적으로 들어야 하는 필수 강좌 중에 하나입니다."
"필수 강좌에는 꼰대 예방교육을 비롯하여 성폭력 예방교육, 성감수성 향상 교육, 장애인 차별 예방 교육, 지역 어르신 돌봄 교육, 생활습관 관리 교육의 여섯 개의 강좌 주제가 있습니다. 이러한 교육들은 남녀와 나이를 불문하고 빈둥이공동체마을의 구성원 모두가 서로 이해하고 배려하기 위해 마련한 필수 기본교육입니다." 윤 팀장이 말했다. 이제야 나라는 다양한 연령층들이 이 강의를 듣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따라서 이러한 강의들을 통해,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고 소통할 수 있는 다양한 관계 맺기가 가능해집니다. 우리 공동체 마을은 다양한 종류의 인간적·사회적 관계를 형성하고, 그 관계망을 통해서 견해와 정서를 공유하여, 공동체 마을의 구성원들이 지향하는 공동의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다양한 경험과 실천의 장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자, 이제 본격적인 강의에 들어가겠습니다."
"어느 회사의 김 부장이란 분이 있습니다. 50대의 아주 평범한 직장인입니다. 그가 알바 직원을 뽑았습니다."
"면접에 들어갔기 때문에 그 직원의 신상을 잘 알 수 있었습니다. 알바생은 학교를 자퇴했고, 여기저기 직장을 옮겼다는 이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김 부장은 그의 이력을 보고, 이 직원은 '불성실하다'거나 '끈기기 부족하다'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편견을 가지다보니, 그 알바생은 출퇴근 시간을 지키는 것도 힘들어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김 부장은 부모의 마음으로, 그 직원이 실수를 할 때마다 '당연한 것을 모른다'며 자주 혼을 냈습니다. 김부자은 그 알바생과 나이 차이가 별로 나지 않는 매니저나 선임들이, 그 직원을 무시하거나 텃세를 부리는 것을 보면서도, 애써 모른 체하고 심지어 잘 가르치라고 은근히 부추기기도 하였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그 직원이 결근을 하였습니다. 연락도 안된 지가 며칠이 지났지만 가타부타 연락이 없었습니다. 김부장은 역시 그런 친구들은 어쩔 수 없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잘되게 하려고 나름대로 노력을 했었는데, 그것을 몰라주는 것 같아 김부장은 인간적인 배신감도 느꼈습니다. 그는 별로 기대를 하지 않고 새로 직원 채용 공고를 내었습니다."
"어떻습니까? 이 김 부장의 생각과 태도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생각이며, 그를 대하는 태도 또한 우리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특히 김 부장은 산전수전을 다 겪었으며 많은 사람을 상대했던 그로서는, 아주 당연하게 걱정스러운 생각을 했고 그런 예상했던 결과가 나오지 않도록, 자기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훈계하고 주의도 주었습니다. 심지어 다른 직원들에게도 관심을 가져달라고 부탁을 했는데, 이런 결과가 나오니 허탈한 생각이 들었을 것입니다."
"그러면 그 알바 직원은 어땠을까요?"
"모든 것을 포기하고 연락을 끊고 일을 그만두었습니다. 이런 경우 회사에서 연락이 올까 무서워 아예 연락처를 차단하거나 핸드폰 번호를 바꾼 것이 한 두번이 아니었습니다."
"사회로부터 '불성실하고 예의 없는 알바생'으로 평가되고 기억되는, 악순환의 시간들은 또 그렇게 지나갔습니다."
"한 걸음 더 들어가 보겠습니다. 그가 의지하고 싶었던, 그와 나이 차이가 별로 나지 않는 매니저나 선임들은 나이 어린 친구를, 알바생이라고 무시하거나 텃세를 부리며, 그에게 모멸감을 주었습니다. 김 부장이나 선배들이 던지는 수많은 거칠고 아픈 말들을, 그는 여전히 감당하기 어려웠습니다."
"사실 그는 자퇴생이었습니다. 부모로부터 경제적으로도 정서적으로도 아무런 지지를 받을 수 없었던 그는, 의미 없게 느껴지는 학교 생활을 중단하고 돈을 벌기 시작했습니다."
"고등학교 1학년을 다닐 무렵인 17세에, 핸드폰을 사고 통신비를 내기 위해 첫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절박한 생활환경임에도 불구하고 한 곳에서 오래 일하지는 못했습니다. 그는 고등학교 졸업도 안 한 자신을 사회가 어떤 눈으로 보는지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아파도 참고 버티며 일했습니다. 그러나 몸과 마음이 스트레스를 받아 더 이상 견디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그럴 때면 병원에 간다고 조퇴를 하거나 결석을 하면, 불성실하고 무례한 아르바이트생으로 낙인찍히기 쉬웠습니다."
나라는 1년 전의 기억을 떠올렸다. 윤 팀장이 나라의 목공방에서 인턴과정을 했을 때, 윤팀장이 자신의 과거에 대해 지나가는 말로 언뜻 얘기한 적이 있었다.
윤 팀장의 얘기는 계속되었다. "그러다가 도저히 견딜 수 없으면, 아예 모든 것을 포기하고 그만두게 됩니다. 처음에는 회사에 연락을 하게 되면, 온갖 욕설과 모욕을 주는 말들이 들어야 했기에, 어느 순간부터는 아예 연락을 끊고 잠적하게 되었습니다."
"이제 이 알바생의 처지와 상황이 이해가 가십니까? 그가 '그만둔다'는 결론에 이르기까지 어떤 경험을 하고, 어떤 마음의 과정을 거치는지에 대해서는 보통 사람들이 이해하기란 어렵습니다."
"아마도 영원히 모르고 지나갈 수 있습니다. 그들은 '학교'라는 과정을 거치지 않고, 어린 나이에 일을 시작했기 때문에 어떻게 인간 관계를 맺어야 할지 모르고, 부당함을 느끼는 일에 대해서도 대응하는 방법을 배우지도 못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어린 시절부터 어렵고 부당한 일이 있어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홀로 참고 마음의 고통과 싸우다가, 끝내 '단절'이라는 최후의 방법을 택하게 되는 것뿐입니다. "
"여러분, 생각해봅시다. 한 가족으로 오랫동안 함께 있어도 이해 못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하물며 다른 사람을 온전히 이해하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입니다."
"더군다나 저는 세대를 넘나들면서 서로를 이해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경쟁사회에 살다 보니 '서로를 이해하는 감각을 잃어버린 것이 아닌가'란 생각이 듭니다."
"그러니 너나 할 것 없이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런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서로에 대해 편견을 가지고 심지어 가르치려 합니다. 이런 상태에서는 공동체의 발전이 있을 수 없습니다.
"우리 빈둥이마을공동체는 서로에 대한 차이, 즉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이런 다양성이 인정되어야 청소년과 청년들이 편히 쉴 수 있으며, 좋은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습니다."
"여러분 중에는 빈둥이공동체 마을의 도서관에 가보신 적이 있을 것입니다. 3층 계단을 올라가다 보면 벽에 걸린 그림이 있습니다. 어린아이와 어른이 눈높이에서 서로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인사하는 그림입니다."
"빈둥이공동체마을은 서로를 존중하고, 그 구성원들이 좋아하는 것을 찾을 수 있도록 다양한 경험의 기회를 만들어주어야 하고,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지원해주어야 합니다."
"또한 우리의 공동체는 정보 제공의 역할뿐만 아니라 정보를 가공하고 모든 것을 실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우리 모두가 교육과 경험을 통해 자신이 좋아하는 것과 관련된 분야의 창의성이나 비판적 사고 능력을 키워야 합니다."
"이런 바탕에서 다른 사람들과 협력하여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해나갈 때, 우리 공동체 마을은 지속 가능성을 넘어 스스로 일어서서 서로의 발전을 돕는 성장 공동체가 될 것입니다."
강의를 듣고 난 신나라는 '꼰대 예방법"의 교육이 왜 '필수교육'에 들어갔는지를 이해하게 되었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공동체 구성원의 생각과 행동을 존중하고 지지할 때 창의적인 생각이 가능하고, 집단 지성을 통해 공동체의 지속적인 발전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젊은 주니어그룹과 시니어 그룹이 이러한 교육을 통해 서로 소통하고 생각을 나눔으로써, 빈둥이공동체마을은 구성원 각자가 가르치는 '자'이면서도 배우는 '자'가 되고 역지사지의 입장에서 스스로 되돌아보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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