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소설 - 신나라의 특별한 여행 2

신나라의 특별한 여행 제 14 화

pulmaemi 2021. 11. 2. 13:46

  부제 : 슬기로운 빈둥이공동체마을 사용설명서

 

  지은이 - 필명 nurimaem

 

  제 14 화

 

  두 개의 강의를 들으니 벌써 점심 때가 다 되었다. 그래도 약간의 시간이 남아 도서관에 가서 잠시 책을 보기로 했다.

 

  여전히 사람들로 붐볐고 한쪽 끝에는 어제 본 청소녀들이 앉아서 편안하게 쉬고 있었다. 마루 위에는 꼬마 아이들이 엄마들과 책을 읽으며 놀고 있었다. 남쪽을 향해 있는 탁 트인 창가에는, 연배 높은 어르신이 커피를 담은 텀블러를 옆에 두고, 한가로이 책을 보고 있었다.

 

  신나라는 점심시간이 다 되어 식당을 향했다. 식당 문을 열고 들어가니 이제 우리 아지트가 된 식탁에, 반가운 얼굴이 앉아 어서 오라고 손짓을 하고 있었다.

 

  "영숙이, 웬일이야? 말도 없이" 나라가 반갑게 물었다. "웬일이긴, 네 얼굴 보러 왔지. 며칠 사이에 얼굴이 더 젊어진 것 같아." 영숙이가 말했다.

 

  "정말 그래? 다른 친구들도 그런 얘기를 하던데, 기분이 나쁘진 않네." 하며 나라가 웃었다. 이야기 도중에 정금이와 성일이, 그리고 도현이가 함께 들어와 자리에 앉았다.

 

  "다들 오랜만이야, 다들 너무 반갑다야." 영숙이가 말했다. "남들이 들으면 아주 오랜만에 본 친구들이라고 생각하겠다. 그래도 반갑지!!" 도현이가 웃으며 말했다.

 

  "포데이 클래스에 참석하려고 왔어?" 성일이가 물었다. "응, 그래, 내 친한 친구가 몸이 안 좋아 건강도 회복할 겸 마음 수련도 할 겸 해서 데리고 왔지." 영숙이가 말했다.

 

  "포데이 클래스가 뭐야?"; 나라가 물었다. "포데이 클래스는 현대인의 생활습관병인 비만, 고혈압, 당뇨병 그리고 암 등을 예방하고 관리하기 위해 4일 동안 집중적인 식습관 개선과 운동 그리고 정신이완요법을 배우고 실천하는 프로그램이야."

 

  "3박 4일 동안 숙식을 하면서 같이 운동도 하고 명상도 하면서 건강에 좋은 음식도 같이 만들어 먹고 평가해보는 시간도 있어. 그리고 중간중간에 생활습관병에 대한 근본 원인과 해결방안에 대한 강의도 들어가 있지."

 

  "아니, 그러면 고영숙 여사께서도 심각한 병이 있는 거야?" 도현이가 걱정스러운 듯이 물었다. "아니야. 친구 혼자 보내기 그래서 같이 온 거고, 더욱이 나라가 여기애 머물러 있으니 얼씨구나 하고 참가한 거지."

 

  "그렇구나. 난 또 속으로 걱정을 했지. 나 때문에 여러 사람이 신경을 많이 쓰네" 나라가 미안한 듯이 말했다.

 

  "무슨 얘기야!, 너 때문에 이렇게 우리들이 다 모이게 되었으니 우리가 더 고마운 거지. 평소 때는 다들 일에 바빠 이렇게 같이 얼굴 보기가 어려워." 영숙이가 말했다.

 

  "공동체 이름으로는 빈둥거리라고 하는데, 다들 여유가 없는 것 같아. 한 번씩 오 원장한테 따지고 싶다니까? 우리에게 빈둥거려도 되는 곳이라 꼬셔놓고 말이야." "그래 제발~~" 도현이의 말에 다들 맞장구를 치며 웃었다. 

 

  나라는 점심식사 후에 친구들과 얘기를 나눈 후, 목공방에 도착하니 벌써 오후 2시가 지나고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다들 반갑게 맞이했다. 윤팀장이 작업하다 말고 와서 인사를 했다.

 

  "선생님, 어제 선생님께서 작업하신 것을 보며 다들 감탄하고 있습니다. 어떤 작품이 나올지 다들 궁금해하고 있습니다." 윤 팀장이 기대 섞인 말투로 얘기했다.

 

  "너무 기대하지 말아요. 그냥 일반적인 것이라 누구나 배우면 쉽게 할 수 있는 거예요."

 

  "내 신경 쓰지 말고 작업하세요. 저도 잠시 다른 분들 하는 거 좀 둘러보고 작업할게요." 

 

  나라는 서울에서도 팀원들이 작업할 때 주위를 둘러보는 습관이 있었다.

 

  작업이야 자기 실력에 맞게 하면 되고 실수하더라도 고치거나 새로 만들면 되지만, 안전이나 환경에 관련해서는 좀 엄격해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윤 팀장이 지난번에 서울에 인턴사원으로 왔을 때, 빈동이공동체마을에서도 목공실을 새로 세팅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래서 시간 날 때 한 번씩 친분이 있는 목공소를 같이 가서 보기도 했다. 특히 청년들이 주축이 된 취미 목공방이나 창업을 준비하고 있는 곳도 벤치마킹 했다.

 

  그럴 때마다 안전과 작업환경에 대해 같이 얘기하곤 했다. 그런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작업환경은 깨끗했고 안전과 관련된 필요한 장치와 시설도 잘 관리되고 있었다. 윤 팀장이 얼마나 많은 고민과 노력을 했는지 짐작이 갔다.

 

  다른 팀원들이 작업하는 것을 둘러보고 있는데 한 친구가 나라를 힐끗힐끗 한 번씩 보면서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 듯이 보였다. 그는 나라에게 도움을 요청할지 망설이는 눈치였다. 그러나 나라는 선뜻 나서지 않고 그 친구 곁을 지나갔다. 무엇을 고민하는지 대략 알 것 같았다.

 

  나라는 오랫동안 목공방을 운영하면서 깨달은 것이 있었다. 배움의 길에서 성장하기 위해서는, 그 과정 중에 무엇을 모르는지를 구체적으로 알게될 때, 해답은 찾게 되고 실력이 쌓인다는 것을 경험으로 체득했다.

 

  그래서 본인이 충분히 고민하고 난 후 물어볼 때에만 같이 답을 찾거나 힌트를 주곤 하였다. 나라는 그 친구가 질문이 무르익을 때까지 지켜보기로 했다.

 

  생활목공이라는 주제에 걸맞게 팀원들이 부담이 안되고 마을 축제에서 잘 팔리는 품목들을 선정하여 다들 열심히 만들고 있었다.

 

  나라가 어제 작업하던 작업대로 가려는데, 목공소 문이 열리면서 택배가 왔다. 마을 축제 때 체험활동을 위해 주문한 우드 카빙 세트가 도착했다. 다들 작업하다 말고 우르르 몰려가 택배를 풀고 같이 정리하기 시작했다.

 

  "이번 마을 축제의 성격상, 볼거리가 많아 참여자들이 체험활동에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없을 것 같아요. 그래서 우드 카빙 재료를 반제품을 만들어 놓아야 하니, 여유 있는 몇 분들이 도와주면 좋겠습니다." 윤 팀장이 팀원들에게 말했다.

 

  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4~5명이 지원자가 나서서, 전에도 해본 작업처럼 능숙하게 나무를 깎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