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소설 - 신나라의 특별한 여행 2

신나라의 특별한 여행 제 12 화

pulmaemi 2021. 10. 29. 12:46

부제 : 슬기로운 빈둥이공동체마을 사용설명서

 

지은이 - 필명 nurimaem

 

 

12

 

 

다섯째 날 (화요일)

 

 

 

 

자고 일어나 준비한 후 아침 8시에 힐링카페로 갔다.

 

힐링카페의 박경애 팀장이 오늘은 일찍 나와 ,카운터에서 팀원들과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오늘은 무슨 날이야?" 나라가 물었다. "오늘은 인문의학연구소 신입 오리엔테이션이 있는 날이지." 성일이가 대답했다.

 

"한 달에 한 번씩은 연구소 공부 모임에 참여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모아 놓고, 여러 가지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 소정의 필수 프로그램을 이수해야만 '인턴' 연구원이 되지."

 

", 먹을래? 아메리카노 따뜻한 거?" 성일이가 테이블에서 일어서며 친구들에게 말했다. "오케이"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성일이가 카운터 테이블로 갔다가 빈 손으로 금방 왔다.

 

"아니, 우리 커피는? 커피가 다 떨어진 거야?" 도현이가 실망한 듯이 물었다. "박 팀장이 가 있으래. 맛있는 커피 타 준다고" "~~, 역시,박팀장이야!" 도현이의 표정이 밝아졌다.

 

조금 있으니 박팀장이 독특한 모양의 커피 잔들에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담아 왔다. "박 팀장, 방가방가. 향이 좋은데!" 도현이가 말했다. "커피 잔이 예술인데, 어디서 난 거야?" 나라가 신기한 표정으로 말했다.

 

"얼마 전에 카페 팀원 중에 유럽에 2달간 여행 갔다 온 젊은 친구가 있어. 그때 바르셀로나에 갔다 온 기념으로 카페에 이 잔들을 선물했어."

 

"역시 가우드의 느낌이 팍 오는데! 거기다 경애가 신나라를 위해 더 좋은 아메리카노를 뽑아 왔을 테니, 커피 맛은 말할 것도 없고. 고마워." 도현이가 말했다. "아니야, 커피 맛은 다 똑같지 뭐." 경애가 웃으며 말했다.

 

"여기서는 두 달씩 그렇게 오래 자리를 비워도 되는 거야?" "나라가 물었다. "당연히 되지. 여기는 젊은 친구들에게 조건이 되면 자주 여행하는 것을 권하고 있어." 박 팀장이 말했다.

 

"어제도 잠시 말했듯이 빈둥이공동체마을은 젊은 친구들이 먹는 거, 자는 거 고민하지 않고 쉬면서, 자기 배우고 싶은 거 배우고,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지내기를 권해. 그래서 특별히 젊은 친구들에 대한 노동의 가치를 더 많이 인정하고 있지." 성일이가 말을 이어갔다.

 

"거기다 자기의 관심 사항에 대해 세미나를 열어 공동체와 나누면, 그에 대한 지식의 가치도 충분히 인정해 주고 있어." 성일이가 얘기했다. "이번에 유럽에 갔다온 젊은 친구는 여행 마니아인데, 자기의 여행 경험을 유튜브에 올리기도 하고, 빈둥이공동체마을에서 자기 여행을 주제로 강의도 하는데, 앞으로 건강 관련 주제와 연계해 '여행사' 창업을 준비하고 있어." 성일이가 말했다.

 

"마음의 힐링이야 누구나에게 여행이 도움이 되는 것을 잘 알 것 같은데..." 도현이가

 

"그렇지. 고혈압, 당뇨병 등의 생활습관병을 가지고 있는 여행자들은 일반 사람과 같이 여행을 가게 되면 남모를 스트레스를 받게 되지. 식사 메뉴의 문제라든지, 간식의 문제, 음주 등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을거야."

 

"이런 여행객들에게 여행 전의 건강 상태를 잘 체크하고, 여행 중에도 건강을 해치지 않는 현지의 맛집을 소개하지. 그런 가운데 건강한 식생활에 대해 좀 더 폭넓은 지식을 습득하도록 여행 프로그램을 만들 생각인가 봐."

 

"당연히 식습관 등에서 비롯한 고혈압이나 당뇨병 그리고 암 등의 생활습관병에 전문가들도 함께 여행하면서, 참여한 여행자들의 생활습관을 점검하고 평가해 보는 시간을 가지게 되는 거야. 그래서 여행을 갔다 오면 생활리듬이 깨지고 건강이 악화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힐링은 물론 보다 바람직한 식습관과 생활습관을 직접 체험하고 알게 되어, 삶의 활력소와 더불어 건강한 생활을 지속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지."

 

"~~, 그거 말이 되는데. 여행이 스트레스이고 건강을 망치는 것이 아니라, 자기의 건강에 대해 다시 점검하고 식습관을 개선할 수 있는 그런 좋은 기회가 된다는 것이군." 도현이가 얘기했다.

 

"그렇지. 그런 조건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젊은 친구 본인이 생활습관에서 오는, 만성질환과 관련하여 심도 깊은 지식을 갖추어야 하는데, 인문의학연구소에서 하는 세미나와 공부들이 많은 도움이 된다고 해." 성일이가 말했다. "여기는 건강과 관련한 전문가들이 많잖아." 박 팀장이 성일이를 보고 말했다.

 

", 아직도 멀었어. 재미있게 공부하고 있을 뿐이야." 성일이가 쑥스러운 듯 대답했다. "나도 10년만 젊었어도 한 번 도전해 보는 건데, 아쉽다." 도현이가 말했다. "도현이는 요즘, 더 젊은 친구들과 노는 거 보니 만만치 않은데, 지금이라도 한 번 해봐. 내가 밀어줄게." 성일이가 말하자 다들 웃었다.

 

"나라는 오전에 뭐할 거니?" 경애가 물었다. "도서관에 책을 볼 생각인데, 무슨 일이 있니?" "아니 특별히 할 일이 없으면 10시부터 신입 연구원 오리엔테이션 교육이 시작되는데 나라도 한 번 들어볼래?"

 

"젊은 친구들이 강의를 맡고 있어서, 요즘 젊은이들의 생각을 잘 알 수 있는 기회가 되지" 경애가 말했다. "내가 들어도 되니?" 나라가 물었다.

 

"어차피 나라도 연구원이 되어야지. 미리 들어놓는 것도 괜찮은 것 같은데. 이 마을에서는 공부하는 것에 대해서는 아무도 안 말리잖아." 경애가 웃으며 대답했다.

 

나라는 친구들과 헤어져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이 열리는 세미나실로 갔다.

 

거기에는 20명 남짓한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젊은 사람들이 많았고 50대 이상도 네댓 명 있었는데 연세가 지긋한 분들도 보였다.

 

강의는 최규식 연구원이 자기를 소개하면서 시작되었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빈둥이공동체마을 산하 쳥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최규식입니다. 반갑습니다. 저는 또한 미래전략위원회 위원도 함께 겸하고 있습니다."

 

"먼저 인문의학연구소의 신입 연구원이 된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이 마을 내에 꾸려진 아홉팀에 소속되어 54시간의 기나긴 자원봉사활동을 견뎌내고, 이렇게 신입회원이 된 것에 대해, 마을 전체를 대표하여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여러분들이 자원봉사활동을 통하여 어느 정도 알고 있는 내용이겠지만 이런 기회를 통해 빈둥이공동체마을의 역사를 되새기며 이 마을공동체가 추구하는 가치와 미래 전략에 대해 함께 고민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빈둥이공동체마을이 들어서기 전에 이곳에 황토방 별장이 있었습니다. 어려분이 자주 방문하는 힐링카페의 옆 황토방이 여기 건물들 중에 가장 오래된 건물입니다."

 

"밀양 산내면 남명초등학교 옆길로부터 운문산과 가지산으로 가는 등산로는 등산객들이 즐겨 찾는 곳입니다. 봄 가을이 되면 등산객들이 무리지어 오르내리는 운문산 자락에 별장지기 2인은 황토방 2동을 지었습니다."

 

"그때 이후로 주말마다 가족을 포함하여 많은 사람들이 별장을 방문하였습니다. 또한 별장지기들이 2006년부터 몸 담고 있는 누리샘의 여행 프로그램이 이 별장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사회·경제적 형편이 어려운 청소년들을 위한 12일의 여행 프로그램이 이곳에서 열렸습니다. 이때 별장은 일상에 지친 어린 친구들이 편히 쉬고 힐링의 시간이 될 수 있도록, 맛있고 건강한 음식을 그들과 함께 준비하고 나누어 먹었습니다."

 

나라는 초등학교 친구들과 함께 '누리샘'이라는 단체에 초창기부터 후원을 하고 있었다. 그리 얼마 안 된 것 같았는데 벌써 강산이 두 번이나 변해 있었다.

 

그때부터 오 원장이 이 터에 마을을 만들 것이라고 얘기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그 세월만큼 많은 고민과 노력이, 그리고 함께 마음을 모은 사람들이 있었구나'란 생각을 문득 하게 되었다.

 

최규식 연구원의 강의는 계속되었다. "빈둥이공동체마을의 조직에 대해서 잠시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최 연구원이 빔 프로젝트에서 나온 화면을 보면서 얘기했다.

 

"이 조직도에 보시면 '미래전략위원회'가 있습니다. 현재의 이 마을의 지속가능성을 평가하고 미래의 전략을 수립하는 위원회입니다."

 

"여기에는 마을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아홉개 팀이 있습니다. 각각의 팀장과 부팀장을 포함해서 총 15명 정도가 참여하는데 40대 이상의 시니어 그룹과 30대 이하의 주니어그룹 비율이 32 정도 됩니다."

 

"왜 제가 이 나이 구성비율을 얘기하냐면, 미래전략위원회의 가장 큰 고민 중에 하나는 '이 마을을 어떻게 하면 더욱 젊게 만들 것인가'입니다. 물론 생물학적 나이만을 얘기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 마을이 활기에 넘치고 창의적인 사업을 벌이는 데는 나이가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다음의 세상을 이끌고 나갈 젊은 세대들이 자기 하고 싶은 일을 찾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과제입니다."

 

"그리하여 이를 바탕으로 같이 하고 싶은 것을 함께 나누고,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그런 사업과 환경을 조직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청년위원회'란 조직을 하나 더 만들었습니다." 최규식 연구원의 강의는 계속되었다.

 

나라는 신입 연구원 오리엔테이션 교육을 들으면서, 빈둥이공동체마을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이해하게 되었다.

 

막연하게 느끼고 있었던 생각들이 이 교육을 통해 정리되었다. 이 마을이 지향하는 가치와 지속 가능성, 그리고 이를 뛰어넘어 발전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모습도 알게 되었다.

 

결론은 빈둥이공동체마을은 우리의 청소년들과 청년세대들이 여기서 편히 쉬면서, 마음을 치유하고 내면의 힘을 키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자 한다고 했다.

 

그리하여 이들이 세상을 함께 탐구하고 작당하여, 일을 벌여나갈 수 있도록 빈둥이공동체마을이 아낌없이 지원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문득 여태까지 빈둥이공동체마을에서 본 젊은 친구들이 생각났다.

 

누구도 시키지 않았지만 마을 축제에 나가기 위해 즐겁게 준비하고 있는 중등 친구들, 그리고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도서관에서 편하게 자유로운 시간을 보내는 청소녀들. 그리고 카페에서 그리고 목공팀에서 자기가 하고싶은 일에 몰두하고 있는 청년들의 활기차고 밝은 모습들. 그들의 얼굴에 어두운 그림자는 없었다.

 

이들이 미래의 빈둥이공동체마을을 이끌어가는 중요한 자산이기에 이 공동체 마을의 구성원들 모두가 물심양면으로 지지와 성원을 보내고 있는 것임을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