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소설 - 신나라의 특별한 여행 2

신나라의 특별한 여행 제 2 화

pulmaemi 2021. 10. 19. 12:17

  부제 : 슬기로운 빈둥이공동체마을 사용설명서

 

  지은이 - 필명 nurimaem

 

 

  아래 본관에서 식사하러 오라는 연락이 왔다.

 

  빈둥이공동체마을은 식사시간이 정해져 있다. 이 시간이 되면 마을에 있는 인원들이 한자리에 다 모인다.

 

  물론 인원이 많은 경우는 조를 짜서 시간을 조정하기도 하지만, 식사에 참여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적어도 하루 전까지는 예약을 해야 한다.

 

  건강을 중심 과제로 하는 공동체 마을답게, 참여하는 모든 이들은 아침을 생략하는 '간헐적 단식'(편집자주 : 건강을 위해 일정 시간을 공복 상태로 유지하는 식사)을 하게 된다.

 

  간혹 아침에 도시락이나 간식을 가져와 먹는 이들도 있지만, 공식적으로 식당은 점심과 저녁시간에만 운영되고 있다.

 

  본관 내 숙박 건물 1층에 위치한 식당 안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식사를 하고 있었는데, 중앙에 놓인 식탁 쪽에서 도현이가 우리를 향해, 자기한테 오라고 손을 흔들고 있었다.

 

  가까이 가서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데, 몇 년 전에 본 얼굴 그대로 변한 것이 없었고, 오히려 약간 탄 얼굴이 더 젊게 보였다.

 

  도현이는 미리 와서 널찍한 자리를 잡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하도 안 와서 성일이한테 연락을 했다고 한다.

 

  원래는 마을축제에 참여하는 중등 친구들과 같이 식사를 해야 했지만, 오늘은 특별히 서울에서 반가운 친구가 내려와, 따로 식사를 하겠다고 양해를 구했단다.

 

  다들 축제 준비는 잘 되가냐는 걱정 반 기대 반의 물음에, 자기 전공분야가 아니라서 아이들과 같이 놀고 있는데, 아무래도 마을축제를 망칠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식당 한 쪽 끝에는 오 원장이 몇 사람들과 식사를 하며 진지하게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오 원장은 빈둥이공동체마을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온 손님들을 접대 중이라고 했다.

 

  빈둥이공동체마을의 여러 가지 사정을 꿰뚫고 있는 성일이는 현재 사무국장이란 중책을 맡고 있다.   

 

  그는 밀양 별장 때부터 오 원장과 공동체에 대한 꿈을 나누었다. 그 후 공동체 마을이 들어서자마자 가장 먼저 그 안에 전원주택을 지었으며,  퇴직 후 본격적으로 공동체 마을에서 일하고 있다.

 

  초등학교 친구들이 놀러 오면 언제부턴가 오 원장의 별장보다, 조용하고 안락한 성일이의 전원주택에서 주로 숙박을 했다.

 

  신나라는 작년에 오 원장의 별장에서 숙박을 했었다.

 

  저녁식사를 끝마치고 밖으로 나왔을 때, 주위는 가로등과 야간 조명등이 켜져 있었고, 낮에는 숲에 가려 안보였던 여러 건물들의 불빛이 눈에 들어왔다.

 

  공동체마을은 본관을 중심으로 위쪽에는 밀양 별장지기들의 황토방 2채와 그 옆에 1층에 돌담 의원과 2층 힐링카페가 자리 잡고 있었다.

 

  그 아래 쪽 본관 건물 구역에는 세 개의 건물이 있었다.

 

  왼쪽으로부터 연구동(편집자주 : 인문사회연구소 및 세미나실 등), 탐작동(편집자주 : 꿈을 탐색하고 작당하는 동네 : 작은 도서관, 사무국, 미디어실 등) 그리고 더살동(편집자주 : 더불어살이동네 - 게스트하우스와 펜션 및 식당)이 자리잡고 있었다.

 

  본관 건물들을 지나 우측으로 잠시 걸어가면, 여러 가지 과실수들과 유기농 텃밭을 지나게 되고, 그 오솔길의 끝에는 조용하고 아늑한 전원주택들이 눈앞에 펼쳐진다.

 

  카페를 방문한 손님들이 주위의 경치와 전원주택을 배경으로 인증숏을 찍기도 하는데, 전원주택이 시작되는 첫 번째 집이 성일이의 집이다.

 

  금요일 저녁이라 힐링카페는 여전히 손님들로 붐비고 있었다.

 

  야외로 나온 손님들이 여러 곳에 앉아 커피를 마시고 있었으며, 아름다운 조명과 건물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이들도 있었다.

 

  나라 일행은 여전히 카페로 들어가지 못하고 다시 그 전에 앉았던 자리에 앉게 되었다.

 

  도현이는 중등 학생들을 지도하면서 꼰대가 안되려고 무지 노력 중이라고 했다. 그리고 다른 친구들의 안부와 근황에 대해서도 얘기를 나누었다.

 

  그러던 중에 카페 직원복을 입고 있는 한 젊은 친구가 와서 인사를 했다.

 

  박 팀장은 최규식연구원이라는 젊은 친구를 소개했다. 

 

  "혹시 카페에 무슨 일이 있어요?" 박 팀장이 물었다. "아직까지 팀장님 안계셔도 잘 굴러가니, 너무 걱정 마십시오"라고 최규식연구원이 웃으면서 말했다.

 

  그리고 "산속이라 기온이 갑자기 떨어져 박 팀장님과 친구분들이 불편해하실 것 같은데, 야외 난로를 피워드리려고 왔습니다".

 

  "지금 카페가 바쁠 텐데 이렇게 시간을 뺏어도 되나요?"라고 박 팀장이 웃으며 물으니 "지금은 좀 한가해졌습니다. 곧 장작을 가지고 오겠습니다:" 라고 말한 후 최 연구원은 건물 뒷편으로 사라졌다.

 

  최규식 연구원은 20대 중반의 청년이라고 했다.

 

  빈둥이 공동체는 배움공동체이다.

 

  나이와 관계없이 이 공동체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인문의학연구소의 연구원이 되어야 한다.

 

  특별한 직책이 없으면 누구나 이름 뒤에 연구원이란 호칭이 붙고, 나이와 상관없이 서로 존칭을 사용하게 된다.

 

  빈둥이 공동체는 이러한 연구원들과 자원봉사자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유지 되고 있다.

 

  최규민 연구원 누리샘의 중학생 여행 프로그램에서 별장지기들을 처음 만났다. 그 후 대학에 들어가서도 여행 프로그램의 보조 스태프로 자원봉사를 계속하였고, 오 원장의 제안으로 주말에는 빈둥이 공동체에서 일을 하게 되었다.

 

  자기 전공을 살려 운동치료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으며, 이 공동체에 들어와서는 현재 인문의학연구소가 주관하는 '근골격계 질환 관리자(Musculoskeletal Manager)' 중급과정을 수료하여, 관련 강좌의 보조강사로도 참여하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두 달 전에 갑자기 박 팀장을 찾아와 커피에 대해 배우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좋은지 조언을 구했다.

 

  원래부터 커피를 좋아했으나 마음의 여유가 없어 망설이고 있다가, 더 이상 미루면 안 될 것 같아 용기를 내어 찾아왔다고 했다.

 

  박 점장은 '힐링카페' 팀원들과 의논하여 같이 일하기로 하였고 지금은 열심히 그릇을 씻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밤은 깊어갔고 최 연구원이 가져다준 장작들도 이제 숯불이 되어, 마지막 온기를 힘겹게 내뿜고 있었다.

 

  "나라도 멀리서 와 피곤할 텐데 이제 숙소로 가자"라고 성일이가 말했다.

 

  정금이와 경애는 본관 더살동(편집자주 : 더불어살이동네 - 게스트하우스와 펜션 및 식당)에 있는 펜션에서 자기로 했고, 도현이는 중등 친구들이 있는 게스트하우스로 간다고 했다.

 

  성일이가 오 원장이 별장에 숙소를 준비해두었다고 나라와 영숙이는 거기로 안내해달라고 부탁받았다고 했다.

 

  그런데 나라는 작년에도 성일이 자기 집에 못 와봤으니, 오늘은 두 친구를 자기 집에 초대하겠다고 했다.

 

  주위에 있는 친구들은 나라와 영숙이를 보면서, 초등학교 때나 지금이나 두 친구의 인기는 여전하다고 하면서, 자기들도 그렇게 챙겨주는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고 이구동성으로 얘기했다.

 

  성일이의 집을 가기 위해 본관 우측으로 난 오솔길을 지나는데 여러 풀벌레의 울음소리가 나즈막이 들렸다.

 

  풀벌레들은 인기척이 있자 잠시 울음을 멈추었다가, 나라 일행이 지난 후 숲을 스치는 바람소리에 맞추어 다시 울음을 터트렸다. 마치 가을밤의 외로움을 달래기라도 하듯이.

 

  숲이 끝나자 야간 조명이 은은히 빛나는 전원주택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성일이의 집에 다다르자 정원 입구에는 커다란 대문이 덩그러니 혼자 세워져 있었다. 삼나무로 만든 대문는 빈티지한 빨간 우체통과 인터폰을 달고 있었다.

 

  정원의 한 모퉁이에 먹거리 텃밭이 어렴풋이 보였다. 정원을 가로질러 집으로 다가서면 벽에 붙은 LED 조명들이 창 안에서 흘러나오는 불빛과 어울려, 우드 패널 외벽을 따뜻하게 비추고 있었다.

 

  현관 입구에는 정원과 현관 입구를 분리해 놓은 포치(편집자주 : 지붕이 돌출되어 지어진 건물의 출입구나 현관)의 은은한 불빛이 나라 일행을 반갑게 맞이했다. 

 

  현관문을 들어서자 중문이 있었고 그 문을 열자 양쪽으로 난 복도가 있었다. 복도 좌측으로는 거실이 있었고, 거기서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보였다.

 

  중문 복도와 연결된 우측 안 쪽에는 주방이 자리 잡고 있었다. 주방에는 하얀 대리석의 아일랜드 식탁이 놓여 있고 그 위 천정에는 레일 조명 5개가 어느 카페에 온 듯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거실에서 2층으로 난 계단을 오르자 침실과 서재 그리고 밖에는 널찍한 테라스가 보였다.

 

  오늘은 푹 쉬고 내일 아침 8시쯤 간단한 디저트를 준비해 놓겠다고 말하고 성일이는 1층으로 내려갔다.

 

  나라와 영숙이는 간단히 씻고 짐을 정리한 후 잠자리에 들었다.

 

  둘이서 자본 지가 얼마만이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 초등학교 시절 3명의 절친이 있었다.

 

  이들은 너무 붙어 다녀서 주위에서는 '여자 삼총사'라고 불렀으며, 서로의 집에서 번갈아 가며 자기도 했다,

 

  그리고 그중 한 친구가 남자 친구들에게 놀림을 당하면, 다 같이 가서 혼내주기도 하여 남자애들마저도 이 삼총사를 무서워했다.

 

  동창회 여행 때에는 다른 친구들과 같이 어울려 잤었고, 작년에는 서로 시간이 안맞아 만나지 못했기 때문에, 여유를 가지고 이렇게 같이 밤을 지내보기는 실로 오랜만의 일이었다. 

 

  어릴 때의 기억들을 떠올리며 여러 가지 얘기를 하다 잠을 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