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 슬기로운 빈둥이공동체마을 사용설명서
지은이 - 필명 nurimaem
서문
한 사람이 꿈꾸면 공상이 되고 여러 사람이 같이 하면 현실이 됩니다.
공동체에 대한 꿈은 오래 전부터 있었습니다.
한 명의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한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습니다.
저 또한 자랄 때 제 부모 뿐만아니라, 마을 어른들의 보살핌을 받으며 자랐습니다.
이제는 세상이 변하여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우리 서로를 돌보아야 하는 시대가 왔습니다.
그래서 자연 속에서 건강하고 즐겁게 생활하는 그런 공동체를 꿈꾸고 있습니다.
미래에 다가올 세상을 다같이 꿈꾸며 공유하고 싶어서, 세상에 저의 꿈을 내어 놓습니다.
저는 자연치유를 지향합니다.
웹소설에 나오는 의학적 지식들은 그런 관점에서 제가 여태까지의 공부한 내용과 경험을 종합하여 기술한 것입니다.
또한 그 내용 중에는 평소에 제가 자연치유의학 및 기능의학을 공부하면서 알게 되어, 자주 먹고 있는 음식을 포함하고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고혈압과 당뇨병, 그리고 암 등의 생활습관병을 잘 관리하고 있는 분들의 자연치유법들도 함께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에 관하여 궁금한 사항이 있으면 같이 알아보고 공부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빈둥이공동체마을은 청년과 장년이 힘을 합쳐, 서로 돕고 배우며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루하기 위해 노력하는 곳입니다.
장수한다는 것은 건강하게 오래토록 삶의 기쁨을 누리는 것입니다.
저의 글이 이런 꿈을 함께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데 조금의 도움이라도 되었으면 합니다.
저에게 영감을 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가슴에 별을 간직한 사람은
어둠 속에서 길을 잃지 않는다
'신형주의 별' 중에서
nurmaem 드림
Prologue
창은 어두웠다.
그 안을 보려고 창문에 얼굴을 최대한 붙히고, 눈으로 들어오는 빛을 막기 위해 두 손으로 눈 주위를 가렸다.
안에는 심전도를 모니터 하는 기계와 여러 가지 장비들이 나는 기계음들이, 창문 너머까지 들리는 듯했다.
침대 위에는 한 사람이 누워 있었다. 산소 호흡기로 숨을 쉬고 있는데 왠지 모르게 불편하여 몸을 뒤척이는 것 같았다.
방의 불빛은 어두웠으며 생명유지 장치를 점검하는 간호사가, 장비의 수치를 체크하러 나타나곤 하였다.
그러다 심전도의 모니터에 심박동 수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급기야 비상벨이 울렸다.
조금 전에 보았던 간호사가 달려왔으며 이어 의사를 비롯한 당직자들이 달려들어 심폐소생술을 하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힘들 것이라 직감했다. 시간이 지나도 심전도 모니터의 박동이 살아나지 않자, 의사의 동작에도 힘이 빠지는 것 같았다. 그때 그 환자는 고개를 돌리며 눈을 뜬 채로 창문쪽을 바라보고 누군가를 찾는 것처럼 보였다.
그의 얼굴은 고통 속에 일그러져 있었으며 그의 눈가는 이미 젖어 있었다.
그의 눈은 서서히 감겼으며 마침내 힘없이 고개를 떨구었다.
이 광경을 지켜보는 사람은 창문을 치면서 무언가 소리를 질렀다.
나라는 눈을 떴다.
세월이 그렇게 지났건만 잊을 만하면 한 번씩 꾸게 되는 꿈이었다.
제 1 화
첫째 날 (금요일)
신나라는 서울에 산다.
약간 들 뜬 기분으로 이것저것 여행를 준비하느라 마음이 바빴다.
작년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인 밀양 여행을 위해, 일찌감치 울산행 KTX 티켓을 예매했다.
손주들 돌보는 시기도 지난 나이에 생활공간을 잠시 떠나는 것이지만, 그래도 그 결정을 하기는 쉽지 않았다.
몸과 마음이 느끼는 세월의 흔적을 애써 지우려 이것저것 해보기도 하였다.
그러나 한 번씩 찾아오는 우울증과 무력감을 견뎌내기가 갈수록 버거워졌다.
오래 전부터 운영해 온 목공예 공방을 잠시 지인들에게 맡긴 후, 새로운 삶의 활력과 위안을 얻기 위해 여행을 떠나기로 결심을 했다.
5년 전, 남편과의 갑작스러운 이별.
그 해 건강검진 초음파에서 간에 이상소견이 발견되었다.
진단명은 원발병소 불명 암.
어디서 시작되었는지도 알 수 없는 전이암은 이미 간과 그 주변까지 퍼져 있었다.
나라는 너무 당황한 나머지 정신없이 현대의학에 모든 것을 맡겼다.
그러나 온갖 노력에도 불구하고, 고통 속에 몸무림 치는 남편을 그렇게 떠나보냈다.
그 후에 한참 동안 간간히 사람들을 만나 아무렇지 않은 듯이 생활했다.
주위의 지인들은 그 전보다 더 자주 연락하고 만나기를 요청했지만, 그런 호의들이 부담스럽기도 하였고 아직도 아물지 않은 기억들이 힘들어 공방 일에만 매달렸다.
그러나 얼마 전에 부산의 초등학교 때 단짝친구인 영숙이는, 밀양 얼음골에서 한 번 만나자는 얘기를 꺼냈다.
멀리 있어 자주 만나지는 못했지만, 목소리만 들어도 서로의 마음의 짐작할 수 있는 친구라, 서울까지 올라와 나를 데려갈 태세로 밀어붙였다.
일주일 동안의 짧지 않은 기간이지만 작년에 이어 두 번째 여행이라 나름의 계획이 서 있었다.
부산행 KTX에 몸을 싣고 여러 가지 상념에 젖어 있을 때 어느덧 기차는 울산역에 다가가고 있었다.
고영숙은 오후 4시 전에 이미 도착해 있었다.
작년에 나라가 밀양에 내려갔을 때, 영숙이는 네팔에 있었다.
둘은 한참을 만나지 못했지만 어제 본 것 같이 낯익은 얼굴로 서로의 안부와 근황을 물었다.
가지산터널을 지나자 창문으로 들어오는 바람은 차가운 기운을 담고 있었다.
산자락은 정상에서 내려오는 단풍 손님들을 맞이하기 위해 여기저기에서 분주한 모습이었다.
밀양의 얼음골은 사과의 고장이다.
하지만 옛날 명성이 무색하게 과수원들은 점점 사라지고 있었다.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애플망고 같은 아열대성 작물을 기르는 농가들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었다.
'빈둥이공동체마을'.
그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그 시작은 우연으로부터 시작되었다.
밀양 산내면 하양리 마을로부터 운문산과 가지산으로 가는 등산로는 등산객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봄가을이 되면 등산객들이 무리 지어 오르내리는 운문산 아랫 자락에, 별장지기 2인은 황토방 2동을 지었다.
이들은 젊었을 때부터 전원생활을 꿈꾸었다.
오래 전 봄의 어느 날, 지인의 소개로 별장지기 1인이 현재의 별장 터를 찾게 되었다.
마침 그때 유난히도 사과꽃이 만발하여 온 사방에 뿌려진 하얀 눈꽃들을 보는 순간, 방문한 이들은 넋을 잃고 말았다.
그것이 인연이 되어 지금 이 자리에 터를 잡게 되었다. 그 후 건강에 좋은 황토방을 제대로 지어보자고 의기투합하였고, 소문난 황토방 마을들을 찾아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녔다.
그래서 황토방을 직접 설계하고, 경주에 있는 황토방 건축자재상들로부터 직접 자재를 구입하여, 현대적 감각이 돋보이는 황토방 2동이 짓게 되었다.
평일인데도 불구하고 이미 빈둥이 마을 주차장에는 많은 차들로 가득 차 있어서, 영숙이가 주차할 곳을 찾는데 애를 먹었다.
신나라가 작년에 잠시 들렸을 때는 주차장에 차가 많이 없는 것으로 기억했다.
"요즘에는 사람들이 많이 오니?"고 나라가 물었다.
부산에서 자원봉사를 하기 위해 자주 들리는 영숙이는, 다음 주 토요일에 있을 밀양 얼음골 마을 축제를 준비하느라 많은 이들이 방문한다고 했다.
차에서 내려 별장으로 올라가는데 그들이 온 것을 어떻게 알았는지, 반가운 얼굴들이 눈에 들어왔다.
정금, 경애 그리고 성일이가 주차장 쪽으로 내려오고 있었다. 이들은 며칠 전 아침 업무회의가 있는 티타임 때, 오늘 신나라가 온다는 소식을 듣고 목이 빠져라 기다리고 있었다.
최정금은 몇 년 동안 도시와 시골을 오가며 언니네 가족 사과농사도 지었고, 집 옥상에도 제철 채소와 과일을 기르는 것을 좋아했다.
평소 한 번씩 밀양 별장에서 초등학교 모임을 한 이후, 중간중간에 밭일을 도와주었는데, 2년 전부터 농작물 재배와 관련하여 작업 팀장으로 일하고 있었다.
그리고 박경애는 전부터 커피에 관심이 많아 바리스타 자격증까지 딴 후 주말마다 카페 일을 도와주곤 하였다.
자연치유 돌담의원 2층에 위치한 힐링카페는 처음에는 황토방 주인장인 오원장과 이교수가 바리스타가 되어 주말마다 셀프카페로 운영을 했다.
그러다가 '빈둥이공동체마을'의 구성원들과 지역 주민들의 요청에 떠밀려 1년 반전부터 주말에 카페를 정식으로 오픈하게 되었다.
산속 카페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과 확트인 전망,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쁘고 개성 있는 전원주택들이 카페를 중심으로 모여 있다 보니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밀양 별장이 운문산과 가지산으로 가는 주요 등산로에 위치하고 있어, 주말에는 등산객들이 많이 지나갔다.
그런 등산객들이 오며 가며 찍은 인증숏을 인스타그램 등의 SNS에 올리면서, 주말이 아닐 때에도 이곳으로 사람들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평일에도 카페를 열게 되었는데, 주말 '카페' 팀들이 새로운 멤버를 추가하였지만, 근무하는 시간은 늘어나게 되었다.
거기에 경애가 팀장으로 책임을 맡게 되었다.
오랜만에 만난 동창들은 이미 만원인 카페 안으로 들어가 보지도 못하고, 그 근처에 야외 난로가 있는 곳에 자리를 잡았다.
겨울이 빨리 오는 얼음골 골짜기라 벌써 싸늘한 기운이 감돌고 있었다.
친구들의 커피 취향을 알고 있는 경애가 직접 원두커피를 내려서 가져왔다.
나라는 커피를 좋아했지만 언제부턴가 커피를 마시면 잠이 오지 않아, 저녁에 마시는 것을 피하게 되었다.
그러나 오늘은 다들 멀리서 온 친구를 위해 이렇게 모였으니, 나라는 박 바리스타의 커피 실력도 확인할 겸 오랜만에 커피를 마셔보기로 했다.
경애가 지금 드립 한 커피는 에티오피아와 콜롬비아산 원두를 브랜딩 한 것으로, 커피의 향이 찐하고 약간의 신맛과 부드러움이 조화를 이루는 맛이라고 했다.
그리고 오늘 커피는 특별히 나라가 오는 것을 환영하는 의미로 그의 취향에 맞추었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언젠가 경애와 함께 커피를 마시면서 그런 얘기를 한 것이 어렴풋이 떠올랐다.
지나가며 한 내 말을 기억해주는 또 다른 사람이 있었다는 생각에, 불현듯 커피의 찐한 향과 함께 그에 대한 그리움이 스쳐 지나갔다.
다른 친구들은 한 번씩 여기에 놀러 오냐고 나라가 물었다.
은은한 커피향을 음미하던 성일이가 시끌벅적한 아래 건물 쪽을 보면서, 도현이가 지금 본관에 와 있다고 했다.
"도현이는 미디어실에서 중학생들과 마을 축제에 참여하기 위해 맹연습 중이야" 성일이가 말했다.
별장지기 2인은 2006년부터 사회 취약계층 학생들을 지원하는 '누리샘'이라는 시민단체를 만들었다.
신나라를 비롯한 초등학교 동창들은 그 초창기부터 이 단체의 든든한 후원회원이 되었다.
이 단체의 지원 활동 중에 오래 전부터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여행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다.
그 여행이 인연이 되어 이 중학생들이 밀양 별장을 찾게 되었고, 특별히 할 일이 없는 주말에는 어른들 틈에 끼여 이곳에 자주 놀러 오게 되었다.
이 학생들은 작년에 있었던 마을축제에는 멀뚱멀뚱 구경만 하더니, 올해에는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마을축제에 참가하고 싶다고 했다.
그런데 자기들은 노래로 마을 어르신을 즐겁게 해주고 싶은데, 노래에 자신이 없으니 '보컬 트레이너'를 붙여 달라고 사무국에 정식으로 요청을 했다.
이날 이후로 공동체마을의 우아하고 조용한 아침 티타임 시간은, 중학생 친구들이 내어놓은 버거운 숙제를 풀기 위해 머리를 싸매야 했다.
'보컬 트레이너'란 단어를 처음 들어본다는 사람.
요즘 젊은이들에게 '핫'한 직업이라고 알려주는 사람.
노래를 못하면 잘하는 것을 할 것이지, 왜 못하는 노래를 하려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얘기하는 사람들.
모처럼 아침 티타임은 토론 속에서 활기를 띠었고, 그 해결을 위해 아는 인맥을 동원해 보기로 했다.
이런 가운데 거기에 참여한 우리 친구들 중에 누군가가, 초등학교 동창생인 서도현이라는 친구의 이름을 소환헸다.
교회란 곳이 성탄절날 '소라빵' 얻어먹으러 가는 곳인 줄만 알고 있었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 도현이는 모태신앙으로 무장한 친구였고, 중고등학교 때 그에게 전도당하지 않은 친구가 없을 정도로 열혈 기독교인이었다.
그는 어릴 때부터 음악을 좋아했으며, 피아노도 곧 잘 연주해 우리의 부러움을 샀다.
또한 도현이는 교회 성가대의 리더였고 지휘자 선생님이 안 계실 때는 성가대를 지휘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성가대 연습 중에 그의 비난에 가까운 충고에, 우리 친구 중에 한 명은 '영혼에 상처'를 입어 교회를 박차고 나가기도 하였다.
'보컬 트레이너' 근처에도 가본 적이 없는 도현이를 설득하여 이 친구들에게 붙여주었다.
그의 타고난 유머 감각과 학원 강사 등의 경력, 그리고 학교 밖 '거친(?)' 친구들의 검정고시 자원봉사 활동 등이 도움이 되었는지 모르지만, 아무튼 도현이는 이 어린 친구들과 금방 친해졌고 지금은 이들과 호흡을 맞추어 자신의 재능을 불사르고 있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런 저런 얘기를 하고 있는데 성일이의 핸드폰이 올렸다.
▶매일 업데이트 됩니다. 단 주말은 제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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