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투데이 김민준 기자]
국내ㆍ외 연구진이 파킨슨병 뇌와 똑같은 아바타뇌(미니 뇌)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싱가포르의 듀크-싱가폴 국립대의 제현수 교수, 오키나와 과학기술대학원의 조중현 박사, 그리고 서울대 의대 이승재 교수 연구팀이 인간 줄기세포로 제작된 미니 중뇌 오가노이드에서 세계 최초로 중뇌 도파민 신경세포 사멸 및 루이소체의 형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파킨슨병은 대표적인 퇴행성 뇌 질환으로, 루이소체라는 비정상적 단백질이 축적되며, 중뇌에 위치한 흑질이라는 뇌의 특정부위에서 도파민을 분비하는 신경세포가 서서히 소실되어가는 질환이다.
다른 장기와는 달리 뇌 조직은 환자로부터 직접적으로 생체조직을 얻는 것에 한계가 있어 인간 뇌 조직 수준의 연구가 현실적으로 어려움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연구팀이 이번에 미니 뇌에서 파킨슨병에 해당되는 뇌 상태를 만들어내는 것에 성공한 것이다.
연구팀은 유전병인 고셔병 환자들이 파킨슨병 위험도가 매우 높다는 것을 착안했다. 특히 40-50대에 조기 발견된 파킨슨병 환자의 5% 정도가 고셔병 보인자로, 연구팀은 이들 환자의 피부와 혈액에서 뽑아낸 유도만능줄기세포(다양한 장기를 만들 수 있는 줄기세포)를 배양해 3~4개월 키운 뒤 팥알만 한 크기의 아바타 뇌를 만들었다.
아바타 뇌를 분석한 결과, 연구팀은 파킨슨병 환자 뇌와 유사한 도파민 신경세포 내에 루이소체가 만들어지는 것을 확인했다. 또 연구팀은 이 과정에서 루이소체를 응집시키는 기전을 알아내 파킨슨병의 치료제를 만들 후속 연구도 진행 중이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미니 뇌를 활용하면 퇴행성 뇌 질환의 질병 진행과 치료제 투여 뒤 변화과정을 실시간 모니터링을 할 수 있어 질병 메커니즘 규명에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제현수 교수는 "대부분의 뇌질환 연구는 실험쥐, 세포주 모델, 또는 초파리를 이용하는데, 사람의 뇌는 다른 동물들과 분자적으로나 유전자적으로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면서 "이번에 개발한 미니 뇌 오가노이드는 아직 질병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가 없는 퇴행성 뇌질환 연구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 제1저자인 조중현 박사는 "이번 연구는 파킨슨병 뿐 아니라, 한국에는 아직 생소한 루이소체 치매(로빈 윌리암스는 원래 파킨슨으로 진단받았다가 부검을 통해 루이소체 치매로 알려졌다)와 같이 루이소체와 연관된 다른 퇴행성 뇌질환의 치료법을 연구할 수 있는 계기도 만들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이 분야 최고 저널인 미국신경학연보 (Annals of Neurology) 최근호에 게재됐다.
메디컬투데이 김민준 기자(kmj6339@mdtoday.co.kr)
'뇌·심혈관계 질환' 카테고리의 다른 글
美 연구팀, 알츠하이머병의 열쇠로 염증반응에 주목 (0) | 2021.09.10 |
---|---|
인공지능으로 다양한 치매 환자 쉽게 돌본다 (0) | 2021.08.30 |
콜레스테롤, 퇴행성 신경 질환의 비밀? (0) | 2021.08.12 |
환시·망상 나타나는 루이소체 치매, 초기 진단이 핵심 (0) | 2021.08.12 |
치매 전조증상, 예방법 통해 인지장애 진행 막아야 (0) | 2021.08.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