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질환연합회 "희귀질환, 연구·진단·치료 3박자 맞아야…연구중심 병원 필요"
[메디컬투데이 김민준 기자]
정부가 질병관리청 2019년 통계 기준 5만5000여명에 달하는 희귀질환자의 의료접근성 향상과 국가 차원의 종합적인 희귀질환 진단·치료·관리 인프라 구축을 위해 권역별로 희귀질환거점센터를 지정·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지역거점병원 또는 대학병원의 한정된 자원으로 희귀질환 진단·치료을 시행하기에는 부족하므로 체계적인 진료·지원을 위한 국립희귀질환센터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정부와 환자가 생각하는 국립희귀질환센터 필요성에 대한 간극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따르면 국립희귀질환센터 및 부속병원을 건립하고 희귀질환데이터사업을 수행해 희귀질환의 조기발견 및 전인적인 치료와 전문적인 연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의원이 발의한 ‘희귀질환관리법’ 일부개정안에 대해 정부 주요 기관이 반대에 가까운 ‘신중검토’ 의견을 표명했다.
보건복지부는 국립센터 건립과 관련해 1000여 개의 희귀질환의 진단·치료 접근성 제고의 경우 단일 전문기관 설립보다는 ‘권역별 거점센터’ 등 희귀질환 전문기관 간 희귀질환에 대한 지역·권역별 진단·치료 협력체계 구축이 더욱 효율적이라는 입장을 내비췄다.
질병관리청과 대한의학유전학회 역시 희귀질환은 질환별 환자 수는 적으나 질환의 종류와 특성이 다양해 단일 기관에서 모든 질환을 진단·치료하는데 의료인력과 장비 및 예산 확보 등의 어려움이 예상된다면서 국립센터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또한 질병관리청은 국립센터의 설립 목적과 사업내용은 질병관리청 희귀질환관리과에서 수행 중이고, 정부에서 운영 중인 희귀질환거점센터 활용 및 국가 수준 연구 인프라 구축을 통한 희귀질환 관리·진단 및 치료법 개발 등이 더욱 효율적인 정책이라는 입장이다.
기획재정부 또한 현재 국가가 직접 희귀질환 연구와 치료 지원, 신기술 개발 보급, 통계 관리, 권역별 거점센터 운영 등 종합적인 지원·관리 체계를 구축·운영 중으로, 별도 기관 및 부속병원 설립 추진 시 중복 투자에 따른 예산 낭비와 정책추진 지연 혼선 등이 일어날 수 있는 것에 대해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이에 대해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는 희귀질환의 조기발견과 오진 최소화, 전문적인 연구 등을 위해 국립희귀질환센터 설립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연합회는 “일본의 경우 국립정신·신경의료연구센터 등 3개의 희귀질환 연구병원과 권역별로 119개의 거점병원이 희귀질환자의 진료와 희귀질환 연구를 수행하고 있으며, 미진단희귀질환병원도 37곳에 이르며, 민간차원의 희귀질환 연구재단도 따로 있다”고 일본 사례를 소개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희귀질환자를 위한 거점센터가 12곳에 불과하고, 각 희귀질환별로 전문가가 누구인지를 찾지 못해 조기진단이 늦어지거나 희귀질환 특성상 다른 질환 대비 높은 오진률을 감안하면 1번 오진이 영원한 오진으로 갈 수 있다”고 희귀질환자들이 처한 상황을 설명했다.
실제로 질병관리청의 '2021-2023 권역별 희귀질환 거점센터 지정 현황'에 따르면 현재 희귀질환거점센터는 중앙지원센터 1개소와 권역별거점센터 11개소 등 총 12개소이다.
이중 중앙지원센터는 서울대학교병원이 맡고 있으며, 나머지 권역별거점센터 11개소는 ▲경기도 서북부권 인하대학교병원 ▲경기도 남부권 아주대학교병원 ▲충남권 충남대학교병원 ▲충북권 충북대학교병원 ▲대구·경북권 칠곡경북대학교병원 ▲부산권 인제대학교 부산백병원 ▲울산·경남권 양산부산대학교병원 ▲전남권 화순전남대학교병원 ▲전북권 전북대학교병원 ▲강원권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제주도권 제주대학교병원 등이다.
이어 연합회는 “거점센터에서 1차 진단을 받은 다음 국립희귀질환센터를 설립해 국립센터에서 재진을 받을 수 있도록 해 오진 가능성을 최소화해야 하며, 각 희귀질환에 대한 정보 취합·안내·보완 및 각 희귀질환별 전문가 안내 등 각 거점센터의 원활한 희귀질환 진단·진료 등을 지원할 수 있는 국립희귀질환센터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연합회는 코로나19로 드러난 대학병원 중심으로 이뤄진 현재 희귀질환 권역별 거점센터 사업에 대한 문제점도 지적했다.
연합회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응급한 희귀질환자들이 희귀질환 거점센터가 있는 병원 응급실에 도착해도 코로나19 검사로 대기해야만 하는 상황”이라면서 “거점센터는 희귀질환자에 대한 응급의료체계도 포함하고 있음에도 우선순위에서 소외되고 있다는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희귀질환자 중 응급성이 있는 환자들이 먼저 입원할 수 있는 병동 확보가 필요한 상황이며, 거점센터의 의료진들이 이러한 문제를 지적해 정부에 대책을 요구해야 하나 그렇지 않은 상황”이라고 꼬집으며, "희귀질환 전문·전담 병원 성격의 국립희귀질환센터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연합회는 국립희귀질환센터의 방향성에 대해 ‘국립암센터’를 모델로 삼아 연구중심의 병원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희귀질환은 연구와 진단, 치료 3박자가 맞아야하며, 연구와 임상 사이에 교류가 있어야만 한다”고 강조하며 “희귀질환별 진단기준과 치료지침 표준화 연구 등을 고려하면 희귀질환을 집중·종합해서 연구할 수 있는 연구중심의 병원이 있어야 한다”고 전했다.
또한 연합회는 “부속병원 형태의 희귀질환센터 운영은 기존에 있는 의료원의 한정된 인력과 예산 등을 나눠 운영을 해야하기에 희귀질환 관련 업무가 주된 역할이 아닌 보조역할로 치우칠 수 있고, 중요성과 집중도, 예산 편성 등이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 있으므로 국립암센터 성격으로 가야 한다”고 피력했다.
법안을 발의한 한병도 의원 측도 현재 설립·운영 중인 대학병원 산하 센터로 운영되는 희귀질환센터 체계에 대해 염려되는 점을 밝히며, 국립희귀질환센터 설립·운영에 대한 필요성과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병도 의원실 관계자는 “현재 희귀질환에 대한 전문적인 연구기관이나 국립 의료기관 중 희귀질환만 담당하는 의료기관은 없는 상태이며, 현행 희귀질환 권역별 거점센터 사업도 민간병원 또는 국립대병원 등으로부터 신청을 받아 지역 거점병원으로 지정해 희귀질환자를 치료하도록 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법안 취지를 밝힌 것처럼 지역거점병원 또는 대학병원의 한정된 자원으로 희귀질환 진단·치료가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라며 “중앙집중식으로 한 곳에 모여 체계적으로 희귀질환을 진단·진료·연구할 수 있는 국립희귀질환센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메디컬투데이 김민준 기자(kmj6339@md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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