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재의봉하일기-봉하는지금?
2009/11/02 12:59 이광재
오리쌀, 우렁이쌀을 재배하는 친환경 영농법인 봉하마을 대표 김정호
80년대 부산에서 인권변호사 노무현을 만나 함께했고,
청와대 비서관을 거쳐
봉하마을로 함께 내려온 우직한 사람입니다.
노전대통령의 생명운동을 이어가고자 하루 종일 농사일로 봉하마을을 누비고 있는 아름다운 사람입니다.
그가 대통령 묘역앞에서 통곡을 하고 울었습니다
올해 농사지은 오리쌀을 추수해서 대통령 묘역에 바치며 통곡했습니다.
님은 가시고 뜻은 이어야 하기에 장례식 끝난 후 바로 오리를 풀고 농사일을 시작했습니다.
살아남은 자들의 몫을 해야하기에...
무농약 살포기도 준비해서 살뜰이 가꾸었습니다.
대풍이 될 듯 하더니 잎진무늬 마른 병이 와 마음 태우는 김정호를 보았습니다.
무농약으로 재배한 오리쌀과 우렁이쌀을 건조하고 도정하는 친환경쌀방앗간을 짓는데 정말 밤새도록 일했습니다.
새벽에 나가면 이미 자전거를 타고 동네를 돌고 있는 그를 만납니다.
저녁이 되어도 자원 봉사자들과 검게 그을린 얼굴을 하고 일하는 그를 봅니다.
방앗간을 만들기 위해 전국을 돌며 값도 싸고, 우수한 기술을 가진 이들을 만나고 다녔습니다.
친환경으로 짓되 수확량을 늘리기 위해 포트 농법도 연구하여 재배에 성공했고 스스로도 뿌듯해 하는 모습이 아름다워 보이기도 했습니다.
부인은 부산에서 연극을 하는 문화활동가입니다.
봉하에서 부산이 얼마 되지도 않지만 시골에서 농사를 짓느라 두 부부는 거의 만나질 못했습니다.
김정호 농군이 대통령의 유업을 이으려고 하는 고집(?)때문에 더 일에 매달리려고 한 듯 싶습니다.
아니 안계시기에 더 일을 많이 해야 했을 겁니다.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농사일을 하는 그를 보면서 마음이 안 된 적이 많았습니다.
소주를 먹으면서 그는 못 느꼈을 테지만 저는 몇번이고 그의 얼굴을 본적이 있습니다.
근 한달을 철야로 일을 하고 마침내 오리쌀이 나왔습니다.
방앗간이 완공되어 오리쌀을 가장 먼저 대통령께 바치고 싶다고 묘역으로 갔습니다.
그리곤 하염없이 울었습니다.
맺힌게 많았을 겁니다.
아픈게 많았을 겁니다.
봉하마을 가을걷이 대동제를 했습니다.
님이 안계신 들판이 외롭지 않게 하려고 대동제를 작년 보다 일부러 크게 열었습니다.
모두 같은 마음이었을 것입니다.
추수한 논바닥에서 줄다리기도 하고,
성악 교수가 오셔서 선구자도 불렀습니다.
그 자리에 있던 우리 모두는 마음속으로 울고 있었는지 모릅니다
김정호 비서관의 통곡,
비온뒤 이제 가을은 가고 겨울이 오지만 제 마음을
따뜻하게 아니 뜨겁게 만들었습니다.
행님 힘내이소 마!
본격적인 묘역 조성공사가 시작됩니다.
뜻있는 분들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지금은 벌거벗은 땅에 작은 비석하나 있지만 그 맨살에다
작을 돌에 글을 새겨 묘역 주변 바닥에 놓으려고 합니다.
작은 글들 하나하나 추모의 글이 모이길 바랍니다.
단어와 단어가 만나면 문장이 되고, 문장과 문장이 만나면 시가 되고 소설이 되고, 사랑이 됩니다.
글이 새겨진 돌들이 많아져서 서사시가 되었으면 합니다.
추모의 행렬이 역사를 만들었듯이 님이 계신 묘역이 서사시로 다시 태어나길 바라고 노력하려 합니다.
그 묘역 조성공사가 끝나면 저도 김정호 대표처럼 그렇게 울수 있기를 바라고 노력하려 합니다.
모진 시간 한가운데 있습니다.
정호형 처럼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정호형과 함께 땀흘린 자원봉사자 여러분 올해 농사 짓느라 마을 가꾸느라 정말 수고 하셨습니다.
고개숙여 감사드립니다.
정호 형님! 형님 운 얘기 일기에 써서 미안합니다.
제가 소주한잔 사지요.
형님하고 형수님하고 휴가를 한번 다녀오세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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