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뇨기계·남성학

만성콩팥병 환자의 건강한 여름나기

pulmaemi 2020. 7. 29. 15:43

[메디컬투데이 손수경 기자]

흔히 만성신부전이라고도 하는 만성콩팥병은 매우 흔한 병이다. 우리나라에서 만성콩팥병의 유병율은 약 13% 정도로, 7명 중에 1명이 앓고 있을 정도로 매우 흔하다. 더군다나 그 주요 원인인 당뇨병과 고혈압이 점점 증가하고 있고 고령 인구의 증가로 만성콩팥병 환자는 해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만성콩팥병으로 신장기능이 현저하게 저하되기 전까지는 특별한 증상을 나타내는 경우는 많지 않아 증상만 가지고는 만성콩팥병 유무나 그 심각성을 알기 어렵다. 그런데, 적절한 치료 없이 방치하면 만성콩팥병이 진행하여 투석이나 신장이식이 필요할 정도로 콩팥이 완전히 망가지게 되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조기에 진단하여 적절한 치료만 잘 받으면 만성콩팥병이라고 해서 크게 염려할 것까지는 없다.

병원에서의 치료를 잘 받는 것 외에도 만성콩팥병 환자들은 일상 생활 속에서 몇 가지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여름철에 주의해야 할 사항들이 있다. 여름철에 신장기능이 급격하게 나빠지거나 만성콩팥병의 전신합병증이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중에 기억해야 할 중요한 합병증이 고칼륨혈증이다. 칼륨은 여름철 계절 과일과 야채 속에 많이 들어 있다. 콩팥 기능이 정상이면 과일을 많이 먹어 칼륨 섭취가 늘어나도 콩팥에서 과량의 칼륨을 소변으로 내보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그러나, 콩팥기능이 떨어진 만성콩팥병 환자라면 문제가 다르다. 만성 콩팥병 환자에서는 고칼륨혈증이 치명적인 부정맥을 일으킬 수도 있으므로, 칼륨이 특히 많이 함유된 과일은 주의가 필요하다.

칼륨이 특히 많이 함유된 과일은 바나나, 참외, 키위, 오렌지 등이고, 칼륨 성분이 상대적으로 적은 과일은 사과, 체리, 포도, 파인애플, 딸기, 수박 등이다. 칼륨이 많은 과일은 가능하면 피해야 하지만, 칼륨이 적게 들어 있는 과일은 만성 콩팥병 환자라도 하루에 1-3쪽은 먹어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무더운 여름철에는 땀을 많이 흘리게 되는데, 콩팥기능이 정상인 사람에서는 물을 많이 마시더라도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만성콩팥병 환자는 콩팥의 조절 능력이 떨어져 있어서 물을 너무 많이 마시게 되면 저나트륨혈증 등이 생길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땀을 많이 흘린 후에 이온음료를 마시기도 하는데, 대부분의 이온음료에는 나트륨과 함께 많은 양의 칼륨이 들어 있으므로, 만성콩팥병 환자들은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여름철에 식중독에 걸려 설사와 구토가 심하게 생기면, 수분과 전해질 조절 능력이 떨어지는 만성 콩팥병 환자들은 건강한 사람들보다 훨씬 심한 고생을 하게 된다. 탈수로 신장기능이 급격하게 나빠지기도 한다. 생선회와 같이 조리하지 않은 음식은 가능하면 피하는 것이 좋다.

위와 같은 몇 가지 사항만 주의하면 만성콩팥병 환자라고 해서 여름철을 즐기지 못할 이유가 없다. 만성 콩팥병이라도 조기에 발견하여 진단하면 적절한 치료로 일반인과 다름없이 건강하게 지낼 수 있는 것이다.

반면에 만성콩팥병이 심해진 다음에야 진단을 받게 되면 병의 진행을 막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문제는 만성콩팥병으로 콩팥 기능이 정상의 30%-40% 이하로 떨어지더라도 약간 피곤하다거나 조금 붓는 것 같다거나 소변이 거품이 좀 나는 것 같다거나 하는 등의 아주 막연한 증상 밖에 없어서 환자들이 스스로 알아채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콩팥병을 조기에 진단하기 위해서는 병원에서 정기적인 검진을 받는 수밖에 없다. 아주 간단한 소변검사와 혈액검사만으로도 콩팥병의 유무를 진단할 수 있으므로, 특히 당뇨병이나 고혈압 등의 만성 질환이 있는 환자는 병원에서 꼭 콩팥병에 대한 검진을 정기적으로 받는 것이 필요하다.

최근에는 국가에서 시행하는 건강검진에서 콩팥의 기능(사구체여과율로 표기)과 단백뇨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검진만 충실히 해도 만성콩팥병의 유무를 쉽게 알 수 있다. 물론, 검진에서 이상 소견이 나오면 반드시 병원에 가서 추가로 정밀 검진을 받아야 한다.

건국대병원 신장내과 조영일 교수는 "이미 만성콩팥병이 너무 심하게 진행한 경우라면, 혈액투석이나 복막투석 혹은 신장이식을 받아야만 한다. 병원에서 그런 이야기를 듣게 되면 환자들은 대개 낙심을 하는 경우가 많다.하지만 최근에는 환자의 상태나 형편에 맞는 여러 치료 방법들이 있어서, 너무 염려할 필요는 없다. 신장이식을 할 수 있으면 좋으나 당장 공여자가 없어서 신장이식을 기다려야 한다고 하더라도 적절한 투석 치료를 시행하면 얼마든지 건장하게 지낼 수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말고 자신에 맞는 적절한 투석 방법에 대해 주치의와 잘 상의하면 된다"고 조언했다.

이어 "투석을 하든 투석을 하지 않든 만성콩팥병 환자도 여름철을 얼마든지 건강하게 지낼 수 있음을 기억하고, 이번 여름에 휴가를 갈 계획이 있으면 휴가를 출발하기 전에 주치의와 미리 의논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메디컬투데이 손수경 기자(010tnrud@md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