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흡기계 질환

증상 완화만 가능한 COPD, 금연이 예방책

pulmaemi 2020. 5. 18. 12:59

[메디컬투데이 손수경 기자]

호흡기는 계절을 막론하고 시도 때도 없이 일상을 침범하는 미세먼지, 매연, 담배연기 등 다양한 위험인자에 노출되어 있다. 그중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은 사망률이 상당히 높음에도 불구하고, 위험성이 잘 알려지지 않아 주의가 필요한 질환이다.


COPD는 기도와 폐에 만성적인 염증이 생겨 기도가 좁아지고, 결국 숨 쉬기가 곤란해지는 병을 말한다.

직접적인 원인은 흡연인데, 세계적으로 2초에 1명씩 사망자가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국내 사망률 역시 7위를 차지한다. 국내 사망 순위가 높지 않은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단일 질환에 의한 사망률로 따지면 COPD에 의한 사망위험은 상당히 높은 편이다.

국내 사망률 1~3위인 암, 뇌혈관질환, 심질환에 다양한 단일 질환들이 포함되어 있는 것과 달리(예를 들어 사망률 1위인 암의 경우, 위암·폐암·대장암·간암 등 무수한 암이 포함되어 있다), COPD 사망률에는 오직 COPD에 의한 사망만이 적용되어 있다. 그마저도 5, 6위는 질병이 아닌 자살, 교통사고에 의한 사망이다.

사망 위험이 높은 편임에도 불구하고 COPD가 잘 알려지지 않은 데에는 전 세계적으로 많은 연구가 이뤄지지 않았고, 과거에는 치료약도 없어 병에 대한 홍보가 적극적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흡연자의 경우 ‘흡연에 의해 생긴 일시적 증상’쯤으로 가볍게 여기거나, 환자가 COPD로 진단받았다 하더라도 환자 스스로가 본인의 질병 이름을 모르는 경우가 많을 정도로 질환의 이름이 너무 길고 어려운 점 역시 COPD가 잘 알려지지 않은 이유다.

COPD는 한 번 발생하면 회복이 되지 않고 계속 진행되는 질환이라 방치할 경우 결국 호흡곤란으로 큰 고통을 겪게 되고, 심하면 ‘숨이 차서’ 움직이는 것조차 불가능해진다. 또한 심장질환, 폐암 등과 같은 질환의 발생률을 높인다.

흡연력 있는 사람이, 기침과 가래가 만성적으로 나오고 움직일 때 숨이 차다면 COPD를 의심해볼 만하다. 천식과 증상이 유사해 혼동하기 쉽지만, 천식은 주로 알레르기에 의해 발생하며 어린 나이에서 더 많이 보인다. 천식은 또한 증상을 악화시키는 유발 인자가 있는데 계절성 알레르기가 원인인 경우 해당 계절에 기침, 가래, 천명음, 숨찬 증상이 있다가 사라지는 것이 매년 반복되어 천식을 의심해볼 수 있다.

반면, COPD는 대부분 흡연력이 있는 사람에서 40세 이후 기침, 가래 증상이 발생하며 이러한 증상이 점진적으로 심해지고 기침, 가래에서 시작해 결국은 숨찬 증상을 호소하게 된다.

COPD와 천식의 가장 큰 차이점은 천식은 폐기능이 정상으로 회복될 수 있는 반면, COPD는 증상 완화는 가능하지만 완치는 어렵다는 점에 있다. 따라서 조기 발견과 예방이 가장 중요하며, 특히 고령 환자의 경우 숨찬 증상과 같은 호흡기 증상을 노화 현상으로 생각하기 쉬워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적지 않으니 유의해야 한다.

COPD의 발병 시기는 개인차가 있으나 대부분 40대 이후부터다. COPD의 발현이 보통 흡연을 시작하고 약 10년 뒤부터 시작됨에 따라 상대적으로 흡연 경력이 긴 중년층에서 발병률이 높으며 국내의 경우 흡연력이 많은 남성에서 그 발생이 월등이 높다. 70세 이상에서 남성이 51.7%로 여성 13.6%의 COPD 유병율을 보여 고령일수록 남성일수록 훨씬 COPD에 취약하다.

한편, 비흡연자 역시 COPD에서 자유롭지는 못하다. 흡연이 가장 큰 위험 요소임에는 분명하나, 유독물질, 공해, 미세먼지 등이 기도는 물론 폐포에 만성 염증을 만들어 폐기능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는 운전기사처럼 공해에 노출 빈도수가 높은 경우, 유해가스가 많이 발생하는 직업을 가진 경우, 어릴 때부터 나무나 동물의 분변으로 아궁이에서 취사 사용을 오래한 경우, 흡연력이 없어도 COPD가 생길 수 있다.

건국대병원 유광하 천식ㆍCOPD센터장은 "COPD는 완치가 어려운 만큼, 예방이 가장 중요하며 따라서 금연이 가장 최선의 예방책이다. 동시에 이미 발생된 COPD를 초기에 발견해 병이 빨리 진행하지 않도록 치료 시기를 놓치지 않는 것 또한 중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흡연력이 있으면 40세 이상인 경우 호흡기 증상이 있으면 최소한 1년에 1회 정도 폐기능 검사를 받을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폐기능 검사는 호흡기를 입에 대고 숨을 크게 내쉬는 아주 단순한 검사이지만, 안타깝게도 국내 COPD 환자 중 폐기능 검사를 받아 본 환자는 절반에도 미치지 못해 많은 환자에서 조기 발견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있는 실정이다. 환자 대부분 증상이 발생된 이후 즉 일상생활 속에서 숨쉬기가 어려워진 후에야 병원을 찾기 때문에 치료 시기가 늦어지고 치료도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늦어도 40세 이상의 경우 흡연력이 있으면서 기침·가래·호흡곤란 증상이 있는 경우라면 폐기능 검사를 받아볼 것을 권한다.

검사 전 특별히 준비해야 할 사항은 없으나, 호흡을 방해하는 꼭 끼는 옷은 피하고 폐기능 검사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약물은 중단해야 한다. 당연히 검사 전에는 금연을 하는 것이 좋다. 만약 감기 등 상기도 감염이 있는 경우라면, 폐기능 결과 값에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감기에서 회복된 후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유광하 천식ㆍCOPD센터장 (사진=건국대병원 제공)


건국대학교병원에서는 COPD 진단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6분 보행검사’, 중증도를 확인할 수 있는 정밀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이 중 6분 보행검사는 집에서도 해볼 수 있는 검사 방법으로, 6분 동안 걸을 수 있는 최대한을 걸은 후 그 거리를 재는 검사방법이다. 55세라면 500m, 75세라면 400m 정도가 적당하며 그 이하라면 폐기능이 좋지 않다는 신호이며 치료가 잘 될수록 이동 거리가 늘어나 환자가 본인의 운동 능력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COPD로 진단된 환자에게는 약물치료와 재활치료가 병행된다. 약물은 먹는 것이 아니라 흡입하는 형태인 흡입용 기관지 확장제인데, 약물을 흡입하면 좁아진 기관지가 확장돼 편안히 숨쉴 수 있도록 도와주며 갑자기 COPD가 악화되는 급성 악화를 예방 시켜준다.

유광하 센터장은 "COPD 급성 악화는 병원입원, 사망률의 가장 중요한 원인이기 때문에 이를 예방하는 것이 치료의 목표 중 하나이다. 증상 정도에 따라 기관지를 확장시키는 ‘흡입용 기관지 확장제’의 종류가 바끼며 COPD 환자의 경우 단순한 감기조차 COPD 증상을 악화시키는 급성 악화를 일킬 수 있기 때문에 독감 예방접종이나 폐렴 예방접종을 필수로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통계에 따르면, COPD 환자가 미세먼지에 노출되면 급성 악화가 발생해 입원율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미세먼지 경보가 있는 날은 외출을 삼가고, 꼭 외출을 해야 하는 경우라면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메디컬투데이 손수경 기자(010tnrud@md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