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거리와 건강

등교 후 확진자 나오면 전원 2주 자가격리·원격수업 전환

pulmaemi 2020. 5. 6. 13:40

1주일 전 자가진단 시작…음악시간에 ‘가창 수업’ 못해
고3, 등교 2~3주 후 중간고사·7월 기말고사 실시할 듯

오는 13일부터 시작될 고3 등교 수업을 앞두고 4일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서 교사가 학생들의 발열체크를 위한 카메라와 이동동선을 확인하고 있다.  김기남 기자

오는 13일부터 시작될 고3 등교 수업을 앞두고 4일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서 교사가 학생들의 발열체크를 위한 카메라와 이동동선을 확인하고 있다. 김기남 기자

“학교는 코로나19 이전으로 똑같이 돌아갈 수 없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4일 등교수업 일정과 방식을 발표하는 대국민 브리핑에서 이렇게 말했다. 유 부총리는 “등교수업은 코로나19의 종식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라면서 “학생 안전과 일상, 학업을 모두 지킬 수 있는 새로운 학습 방법과 학교 방역체계를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했다. 그의 말마따나 등교수업이 이뤄지더라도 학교 현장은 기존과는 전혀 다른 길을 걸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교육부가 밝힌 학교에서 지켜야 할 생활 속 거리 두기 세부지침을 보면, 등교수업 일주일 전부터 학생들은 자가진단을 시작한다. 모바일 등으로 나이스의 자가진단시스템을 활용해 발열과 호흡기 증상 외에도 메스꺼움과 미각·후각 마비, 설사 등 증상이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게 된다. 증상이 있을 경우 등교 대신 의료기관 또는 선별진료소에서 검사를 받게 된다.

모든 학생과 교직원은 식사시간을 제외하고는 마스크를 상시 착용해야 한다. 교실 내 책상은 학생 간 거리를 최대한 확보할 수 있도록 배치하고, 음악시간에도 침이 튈 수 있는 가창이나 관악기 관련 수업은 당분간 하지 않는다. 급식도 학생 간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해 학년별·학급별로 배식시간을 분산하고, 필요에 따라 개인 도시락이나 간편식으로 대체될 수 있다.

또 등교수업 이후 학생이나 교직원 중 단 1명이라도 확진자가 나올 경우 모든 학생과 교직원이 14일간 자가격리에 들어간다. 이 기간 동안 수업은 다시 온라인 원격수업으로 전환하게 된다.

등교 일정이 확정됨에 따라 고3 학생들은 입시 일정을 숨가쁘게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당장 경기도교육청 주관 전국연합학력평가 일정이 등교수업 바로 다음날인 14일로 예정돼 있다.

대입 과정에서 고3 1학기는 학교생활기록부 반영 비율이 높은 수시모집에서 중요한 시기인 만큼 각 학교는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를 모두 볼 가능성도 높다. 등교가 이뤄지고 2~3주 후인 다음달 초 1학기 중간고사를 보고, 7월에 바로 또 기말고사가 실시될 것으로 전망된다. 6~7월에는 대학수학능력시험 출제 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주관 모의고사와 인천시교육청 주관 학력평가도 있다. 두 달 새 총 5회 시험을 치러야 하는 것이다.

한 입시 전문가는 “중요 시험이 단기간에 몰려 있어 모의고사에 대한 객관적 평가가 가능할지 모르겠다”며 “수능 점수에 대한 예측이 어려워 수시와 정시 지원 등을 선택할 때 불안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교육 현장의 혼란은 당분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교육당국은 가능하면 책상 앞뒤 간격을 띄우라고 하지만, 한 학급당 학생 수가 25~30명인 현실에서 학생 간 거리 두기는 한계가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학급당 학생 수가 30명을 넘는 전국 초·중·고교는 2만3000여곳에 이른다.

원격수업과 등교수업의 병행 여부는 물론 학급 단위의 오전·오후반 등을 시·도교육청과 학교 자율에 맡긴 것에 대한 우려도 많다. 교사와 학부모들은 교육 현장의 혼란을 막기 위해서는 개별 학교 차원이 아닌 교육부 차원의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유치원생 자녀를 둔 ㄱ씨(34)는 “에어컨을 틀어도 될지, 미세먼지가 심한 날엔 창문을 닫고 공기청정기를 틀어도 될지, 식사시간에 이동은 어떻게 할 것인지 등을 유치원장이나 학교장 재량으로 결정하게 되면 혼란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수업 시 마스크를 쓰지 않을 경우 어떻게 조치할지 등등 혼란이 예견된다”며 “학교가 혼란 없이 수업, 학사 운영에 전념하도록 사안별 세부 가이드라인을 조속히 제시하고, 개별 학교가 방역 책임을 지지 않도록 정부와 교육당국이 방역 관리와 물품, 인력을 지원하는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방역당국과 논의해 냉방장치 가동 여부 및 출결·평가 등 학사 관련 가이드라인을 이번주 중 현장에 별도 안내할 예정이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005041805011&code=940401#csidxa5644a72e7141e3b1043e5a87ca0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