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투데이 남연희 기자]
한국 성인 중 전자담배를 사용한 적이 있는 경험자에게서 우울 증상의 위험도가 비경험군에 비해 1.71배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국내에서 전자담배와 우울증과의 관련성을 다룬 첫 번째 연구다.
중앙보훈병원 가정의학과 박가윤·여혜정·강동연·임승용·이준용·문나연 교수팀은 2016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를 활용해 ‘한국 성인에서 전자담배 흡연경험과 우울 증상과의 관계’에 관한 결과를 발표했다.
교수팀은 총 참여자 8150명 중 조사 당시 만 19세 이상 전자담배 흡연 항목과 우울증 선별도구(Patient Health Questionnaire, PHQ-9) 항목의 설문에 응답한 5742명을 분석 대상자로 선정했다.
우울 증상 여부는 우울증 선별도구(PHQ-9)로 평가, 9개 항목 점수를 모두 더해 10점 이상인 경우 우울 증상이 있다고 보았고, 전자담배 경험 여부는 ‘지금까지 전자담배를 피워본 적이 있습니까’에 대한 답변에 따라 경험군과 비경험군으로 구분해 분석했다.
우선 교수팀은 우울 증상 유무에 따른 특성을 살펴봤다.
총 5742명 중 우울 증상이 있는 그룹은 5.6%(354명)였고, 이 가운데 전자담배를 흡연한 경험이 있는 비율은 15.6%로 우울 증상이 없는 군(8.6%)에 비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높았다.
또 전자담배 흡연 유무와 우울 증상과의 관련성을 밝히고자 다항 로지스틱 회귀분석을 이용해 성별, 나이, 교육수준, 결혼 여부, 가구 소득, 주관적 건강상태, 활동제한 여부, 비만 유병 여부, 일반담배 흡연경험 유무, 음주 경험 유무, 평소 스트레스 인지 정도에 해당하는 변수들을 보정해 분석했다.
그 결과 전자담배 흡연 경험군 에서 우울 증상이 있을 위험도가 전자담배 비경험군에 비해 1.71배 높았다.
본 연구결과와 유사한 선행 연구들을 살펴보면 Cummins 등의 연구에서 우울증과 불안 장애 등 정신건강학적 질환이 있는 일반담배 흡연군에서 전자담배를 시도하는 비율이 14.8%로 그렇지 않은 흡연군(6.6%)에 비해 2배 이상 높았다. 또 전자담배를 현재 사용하고 있는 경우도 3.1%로 유의하게 많았다.
교수팀은 “몇몇 연구에서는 전자담배가 일반담배에 비해서 니코틴 함량이 낮고 독성물질의 농도도 훨씬 낮다고 발표했지만 상업적 이해관계에 따라 상이한 연구 결과를 보여주고 있어 전자담배 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결론을 내릴 의학적인 근거가 부족 하다”고 말했다.
“우울증은 일반담배 흡연을 시작하게 하는 위험인자이며 흡연 자체가 우울 증상을 유발한다는 연구도 있어 흡연과 우울증 사이의 관련성에 대해서는 비교적 잘 알려져 있다. 따라서 우울증이 있는 사람이 우울 증상을 완화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전자담배 흡연을 시도하거나 반대로 전자담배 흡연이 우울증의 발생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가정해보고 연구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우울증으로 진단받은 경우 뿐만 아니라 일차 의료 현장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우울 증상과의 관련성까지 고려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8년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9세 이상 현재흡연율은 22.4%로 집계됐다. 전년보다 0.1%p 증가한 수치다.
현재흡연율 추이를 보면 1998년 35.1%에서 2007년 25.3%로 서서히 감소 추세를 보이다 이듬해 27.8%로 다시 올라섰다. 이후 오르락 내리락을 반복하며 2014년 24.2%로 떨어졌고, 정부 정책에 따라 2015년 1월부로 담뱃값이 한 갑 당 2000원이 인상됨에 따라 그해 22.6%까지 하락했다.
2017년에는 조사가 시작된 1998년 이래 최저치를 찍었다.
남성 흡연율도 40%의 벽이 허물어지며 전년보다 1.4%p 하락한 36.7%로 역대 최저치를 가리켰다.
하지만 전자담배로 갈아타는 흡연자들의 움직임은 여전하다.
전자담배 현재흡연율은 4.3%로 전년(2.7%) 보다 껑충 뛰었다. 성인 남성만 보면 2017년 4.4%에서 지난해 7.1%로 2.7%p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궐련형 전자담배에 대해 우리 국민들의 인식은 어떠할까.
궐련형 전자담배가 궐련보다 인체에 덜 해롭다는 담배회사의 반박과 흡연자들의 인식이 만연함에 따라 이를 금연의 수단으로 사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상황이다.
궐련형 전자담배 흡연자는 대부분 구전과 주변 권유에 의해 접하기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흡연자들은 반복 흡연을 거쳐 맛에 익숙해지고 연기와 냄새가 적거나 없어서 화장실이나 방 등 실내 공간에서 흡연을 하면서 궐련의 대체재로 사용이 고착화 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주변에 자신의 경험을 전파·확산하는 역할까지 하고 있다,
궐련에 비해 흡연 시 연기와 냄새가 적고 흡연 후에도 냄새 가 거의 나지 않기 때문에 여전히 공공장소에서는 흡연이 어렵지만 개인공간이나 은폐 가능한 공간까지 궐련형 전자담배 흡연가능 역으로 확대되면서 흡연공간에 대한 불편함도 해결해 주고 있다는 근거에서다.
또 궐련형 전자담배의 유해성분 감소 인식은 건강문제(간접흡연 폐해)의 잠재적 위협까지 줄여주면서 이중 면죄부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메디컬투데이 남연희 기자(ralph0407@md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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