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소통 안돼 적응 못하고 선생님들만 고생”
한국인과 재혼 베트남인 자녀
집 근처 5개 학교서 입학 퇴짜
학교장에 입학 최종 결정권한
법 허점으로 공교육 진입 막아
다문화 교육 지원 체계도 미흡
응웬(13·가명)은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혼자 보낸다. 또래들이 모두 학교에 간 사이, 그는 무슨 말인지 모를 한국말이 흘러나오는 TV를 보거나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며 하루를 보낸다. 지난 7월 베트남에서 엄마를 따라 한국에 온 응웬은 한 달 동안 5개 중학교에서 모두 입학을 거절당했다.
응웬은 한국인과 재혼해 먼저 서울에서 살고 있던 어머니를 따라 한국에 왔다. 응웬에게는 이름도 낯선 서울 성동구. 응웬은 집과 가까운 중학교에 입학하길 원했다. 응웬의 가족은 각종 서류를 챙겨 집에서 가까운 중학교 두 곳에 전화를 했다. 하지만 두 학교 모두 응웬의 서류를 보지도 않고 입학을 거절했다. 한국어를 못한다는 것이 이유였다.
결국 응웬의 가족은 성동외국인노동자센터에 도움을 청했다. 성동외국인노동자센터는 앞서 응웬의 가족이 전화한 두 곳을 포함해 모두 5개 학교에 입학을 문의했지만 응웬을 받아주겠다는 학교는 아무 데도 없었다.
무학중학교는 1학년 정원이 모두 차서 받아주기 어렵다고 했다. 정원이 남은 나머지 4개 학교도 응웬의 입학을 거절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행당중학교와 동마중학교는 의사소통이 어려운 학생을 받으면 선생님도, 학생들도 힘들다며 난색을 표했다.
행당중학교 관계자는 “3~4년 전 중국에서 온 아이가 있었는데 적응이 쉽지 않았다”며 “의사소통이 안돼 수업하는 선생님들이 고생한 것은 물론 학생 본인도 적응을 못해 힘들어하다가 결국 본국으로 돌아갔다”고 했다.
한양대학교사범대학부속중학교는 “우리는 이미 외국인 학생이 많다”는 이유로, 마장중학교는 “집 근처에 다른 학교도 많은데 왜 가장 먼 우리 학교로 오려고 하느냐”며 응웬의 입학을 거절했다. 응웬의 어머니는 “응웬이 왜 자기는 아직 학교에 가지 못하느냐고 묻는다”면서 “학교의 잘못만은 아니지만, 마음은 슬프다”고 말했다.
입학을 거절당하는 일은 비단 응웬에게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응웬처럼 결혼이민자가 본국에서 데려온 미성년 자녀를 중도입국 청소년이라고 부른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2016년 9~18세 중도입국 청소년 57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학교에 입학하지 못해 공교육 제도 밖으로 밀려난 중도입국 청소년 비율은 10명 중 3명꼴이었다. 공교육 진입을 위한 준비기간만 1년 이상 걸렸다는 학생도 27.5%였다.
법적으로는 중도입국 청소년의 입학을 막을 수 없다. 초·중등교육법 제19조와 75조는 외국인 아동도 절차를 거쳐 집 근처의 초·중등학교의 장에게 입학 또는 전학을 신청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문제는 학생 입학에 관한 최종 결정권이 각 학교장에게 있다는 것이다.
공교육 내 중도입국 청소년의 학습을 지원할 수 있는 체계가 미비한 것도 문제다. 한국어가 서툰 다문화가정 아이들을 지원해주는 다문화특별학급을 운영하는 학교는 서울의 경우 초등학교는 현재 15곳, 중학교는 3곳, 고등학교는 1곳뿐이다. 다문화가정 학생의 학교 적응을 돕는 다문화 언어강사가 배치된 학교도 서울에서는 올 6월 기준으로 초등학교 69곳, 중학교 5곳, 고등학교 5곳뿐이다.
이은하 성동외국인노동자센터 정책국장은 “아이들이 교육받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은 어른들의 몫”이라며 “어른들이 학생 본인도 힘들 것이라며 아이의 입학을 거절하는 것은 아이들에게 할 행동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불편하면 그 시스템을 고쳐야지, 이미 존재하는 아이의 입학을 거절해버리는 것이 가장 심각한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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