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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후 자기충족감 상실…男, 女 보다 우울증 가능성 2배 더 높아

pulmaemi 2018. 12. 28. 13:59
다시 일할 경우 우울증 발생 가능성 낮춰

[메디컬투데이 남연희 기자] 

중고령층이 은퇴를 기점으로 인지적 자극 부족과 자기충족감 상실로 인해 인지기능 저하 및 우울증 발생 위험에 심각하게 노출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남성이 여성 보다 은퇴 직후 우울증에 걸릴 가능성이 2배 이상 높았다.


이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간한 보건복지 ISSUE & FOCUS 내 실린 ‘은퇴가 정신건강 및 인지기능에 미치는 영향과 시사점’ 보고서 분석이다.

보고서는 한국고령화패널조사 1~6차 자료를 활용해 은퇴를 정의하고 정신건강 및 인지기능을 측정할 수 있는 간이 지표를 활용해 은퇴가 정신건강에 미치는 효과를 분석했다.

정신건강 변화를 보면, 은퇴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50대 후반~60대 이후 우울증을 나타내는 지표(CES-D)는 계속 근로하는 사람 보다 더 높았다.

은퇴가 우울증 발생 가능성을 높이고 주관적 건강에는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얘기다.

은퇴 후 시간이 지날수록 주관적 건강에 주는 부정적 영향은 사라지는 것으로 확인됐으나 우울증의 경우 유의한 수준을 유지하나 그 효과가 줄어들었다.

성별에 따른 은퇴 후 정신건강·인지기능 변화는 모두 부정적인 방향으로 나타나며, 특히 남성의 경우 은퇴 직후 우울증에 걸릴 가능성이 여성에 비해 2배 이상 높았다.

은퇴라는 이벤트가 정신건강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도 있지만 은퇴 후 이용 가능한 시간 예산(available time budget)이 증가해 할애하는 시간이 달라지는 환경적 변화를 통해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퇴 후 행동 조정(behavioral adjustment) 과정이 존재한다. 은퇴 후 건강 관련 행동과 사회활동 및 대인관계에 대한 변화를 살펴보면 건강 관련 행동은 연령이 증가함에 따라 긍정적으로 변화되며, 특히 계속 근로자에 비해 은퇴자는 규칙적인 운동을 할 확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문화활동, 대인관계에서는 오히려 계속 근로자에 비해 은퇴 비율이 높은 50대 후반~60대 이후의 참여 비율이 줄어들어 계속 근로자와의 격차가 벌어졌다.

건강행동 변화와 사회참여 및 대인관계를 매개변수로 활용한 매개분석을 살펴보면 사회활동 및 대인관계를 매개변수로 포함하면 은퇴가 정신건강 및 인지기능에 미치는 부정적 효과는 상당히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행동 조정 과정이 정신건강에 영향을 주고 그 영향이 크다면 결국 은퇴 자체가 정신건강에 미치는 효과는 감소되거나 없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미래전략연구실의 이아영 부연구위원은 “은퇴 후 사회활동 및 대인관계의 부정적 변화가 정신건강과 인지기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에서의 일은 사회와의 통로로써의 역할이 크고 이러한 이유로 은퇴는 사회적 자본과 연결망 형성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은퇴 후 다시 일할 경우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면, 우울증 발생 가능성을 낮추고 주관적 건강과 인지기능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아영 부연구위원은 “근로 상태는 은퇴자들이 직면한 환경보다 인지적으로 더욱 도전적이고 자극적인 환경을 제공하므로 재근로 상태는 은퇴 상태에 비해 인지기능 저하로부터 보호하는 효과가 있으며, 생산활동은 역할 지원 및 사회적 소속감을 통한 긍정적 자기지각을 강화해 우울증 등 정신건강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중고령층의 정신건강 및 인지기능 악화를 방지하기 위해 의료 영역의 역할뿐 아니라 사전 예방적 차원에서 은퇴 후 생산 및 사회활동 참여 유도를 위한 다양한 정책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이 부연구위원은 “현재 은퇴했거나 은퇴할 예정인 중고령층의 특성과 욕구를 파악해야 하며 이를 고려하여 생산 및 사회활동 영역의 참여 기회와 선택의 폭을 넓혀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메디컬투데이 남연희 기자(ralph0407@md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