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심혈관계 질환

행동 굼뜨고 생각대로 안움직이면 파킨슨병 의심을…

pulmaemi 2009. 1. 30. 09:44

권대익기자 dkwon@hk.co.kr  
일러스트 김경진기자 jin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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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만 움직여도 쉽게 피로해지는 것은 나이가 듦에 따라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걸을 때 한쪽 다리가 끌리거나 젓가락질과 같은 미세한 동작이 안 된다면 파킨슨병을 의심해봐야 한다. 손떨림, 팔다리가 뻣뻣해짐, 보행 장애 등의 증상을 통해 이 병을 진달할 수 있다.

대한의사협회 국민의학지식향상위원회(위원장 윤방부)는 “파킨슨병 초기에는 특징적인 증상이 나타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증상이 있어도 뇌졸중이나 허리디스크 등 다른 질환으로 오인해 병을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 병과 유사한 증상이 보이면 전문의와 상담해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 파킨슨병 확진 방법 아직 없어

고령화사회로 접어들면서 파킨슨병은 노인성 치매와 함께 대표적인 노인성 질환이 됐다. 1996년 미국 애틀란타 올림픽에서 마지막 성화 주자로 나섰던 권투선수 무하마드 알리가 이 병을 앓고 있다는 것이 알려져 관심을 끌었다.

전세계적으로 인구 1,000명 당 1~2명이 발병하고, 대개 50~60대 이후에 나타나지만 30~40대에도 발병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우리나라는 환자가 5만명 정도인 것으로 추정되지만 고령인구 증가로 늘고 있는 추세다.

파킨슨병은 뇌의 흑질이라고 불리는 부위의 신경세포가 점차 죽어가면서 발생하는데, 신경세포가 죽는 원인은 아직 규명되지 않았다. 뇌의 신경세포는 도파민이라는 물질을 생성ㆍ분비해 사람이 동작을 적절하게 하도록 조절하는 기능을 한다. 이러한 뇌 신경세포 소실로 자발적인 운동장애가 생긴다.

 

이런 변화는 부검 시 현미경을 통해서만 알 수 있어, 뇌 컴퓨터 단층촬영(CT)이나 자기공명영상촬영(MRI) 등으로는 발견할 수 없다. 따라서 아직까지 파킨슨병을 확진할 수 있는 검사법은 없다.

환자의 병력과 증상, 진찰소견, 치료에 대한 반응 등을 종합해 진단한다. 최근 양전자단층촬영(PET)을 통해 사람의 뇌에서 도파민을 생성하는 신경세포가 얼마나 존재하는지 측정하는 방법이 개발돼 초기 파킨슨병을 진단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파킨슨병은 드물게 유전적 요인에 의해 젊은 나이에 발생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유전성을 띠지 않는다. 다만 부모나 형제 중에 파킨슨병 환자가 있으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발병 위험성이 3배 가량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 걸음걸이 관찰하면 초기 발견 쉬워

파킨슨병을 초기에 발견하기 가장 좋은 방법은 환자 걸음을 관찰하는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걸을 때 자연스럽게 팔을 흔들면서 걷지만, 파킨슨병 환자는 팔의 흔들리는 폭이 감소하고, 특히 초기 환자는 증상이 있는 쪽의 팔 흔들림이 반대쪽 팔에 비해 감소된 것을 관찰할 수 있다.

또한 얼굴 표정이 줄어들어 무뚝뚝하거나 화가 난 듯이 보인다. 병이 진행되면 보행장애가 나타나고, 보폭이 줄어 종종걸음을 걷고, 자세를 구부정하게 숙이게 된다.

이밖에 편안한 자세로 앉거나 누워있을 때, 저도 모르게 손발이나 턱이 떨리고, 신체 행동이 느려진다. 특히 한쪽 팔이나 다리가 무겁거나 힘이 빠지는 느낌이 든다.

근육이 뻣뻣하고 죄거나 당기는 느낌이 들면서 관절운동이 힘들게 된다. 방바닥에서 혼자 돌아눕기 힘들고, 침대나 의자에서 혼자 일어서기도 힘들어진다. 걸을 때 한쪽 다리가 질질 끌리고, 걸을수록 속도가 빨라져 앞으로 넘어지기도 한다. 글씨를 쓸 때 점점 작아지고, 컴퓨터 마우스를 더블클릭하기 어려워지는 등의 증세가 나타난다.

■ 도파만 조절로 치료

파킨슨병은 약물치료를 통해 부족한 도파민을 보충해준다. 이런 약물치료로 증상의 50~90%가 감소, 많은 환자들은 일상생활을 하는 데 큰 어려움 없이 지낼 수 있다. 그러나 장기간 약을 먹으면 약효 지속시간이 짧아지거나 불규칙해지고, 약 효과가 있을 때 몸이 맘대로 움직이는 이상운동증(dyskinesia) 부작용이 나타난다.

이를 조절하기 위해 여러 약물이 개발됐다. 파킨슨병 치료제에는 크게 도파민 전구체(복용시 뇌에서 분해돼 도파민으로 작용함)인 레보도파 제제와 도파민 효능제군, 그리고 다양한 보조제 등이 있다. 1960년대 레보도파라는 도파민 전구체가 최초의 치료제로 개발됐다. 레보도파는 효과는 좋지만 장기간 사용하면 이상운동증 등의 부작용이 나타난다.

1990년대 개발된 도파민 효능제는 도파민 수용체와 결합해 도파민과 같은 작용을 한다. 초기에 도파민 효능제로 치료하면 레보도파의 부작용을 늦출 수 있고, 레보도파와 함께 사용해도 레보도파의 사용량을 줄여 이상운동증을 최대한 지연할 수 있다.

도파민 효능제로는 씨랜스(성분명 페르골라이드), 미라펙스(피라미펙솔ㆍ베링거인겔하임), 리큅(로피니롤ㆍGSK) 등이 있다. 씨랜스는 심장 판막 섬유화 등과 같은 심각한 부작용으로 인해 시판이 중지됐고, 미라펙스와 리큅이 쓰인다.

미라펙스는 간 대사를 받지 않아 간으로 대사되는 다른 약물과 상호작용의 우려가 없으며, 하지불안증후군에도 쓰이고 있다. 리큅은 1일 1회 복용하는데 체내에서 약물이 24시간 동안 서서히 방출되도록 고안된 서방형 제제다.

최근에는 대뇌심부자극술이라는 수술도 부작용을 줄이는 데 효과가 우수한 치료법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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