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청소년·청년 건강

“아이들 물놀이 때 '튜브' 불다 큰일 날라”

pulmaemi 2009. 7. 20. 10:55
기표원, 시판품 조사 결과 74%에서 ‘프탈레이트’ 검출
 

[메디컬투데이 박엘리 기자]


시중에 판매중인 어린이 물놀이 용품에서 내분비계 장애물질인 ‘프탈레이트계 가소제’가 검출됐지만 아무런 후속 조치가 취해지지 않고 있어 소비자의 불안감만 가중시키고 있다.

아이디 ‘리즌’인 한 누리꾼은 “수영장에 놀러가거나 야외로 물놀이 가면 항상 아이한테 튜브나 물공을 불라고 줬었는데 이젠 무조건 펌프를 사용해야 겠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디 ‘율맘’인 누리꾼은 “휴가가 코 앞인데 물놀이용품을 안 살 수는 없고 어느 업체가 걸렸는지 알려 줘야 피할 거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식경제부 기술표준원은 시판중인 어린이 물놀이용품 27개 제품을 무작위 선별해 조사한 결과 27개 제품 중 20개 제품에서 프탈레이트계 가소제인 DEHP, DBP 등이 0.2%에서 39.4%까지 검출됐다고 8일 밝혔다.

현행 물놀이용품에서 프탈레이트에 관한 기준은 없으며 이번에 검출된 양을 완구에 대해 적용되는 프탈레이트 기준인 0.1%와 비교하면 최대 394배에 해당하는 양이다.

프탈레이트는 흔히 PVC(폴리염화비닐)를 부드럽게 해주는 합성 화학물질로 대부분의 PVC 제품에는 거의 다 사용된다고 보면 된다.

이미 유럽에서는 1999년 영유아용품에 프탈레이트 사용금지를 선언했으며 2001년 프탈레이트 가소제 중 DEHP, DBP는 인간의 번식력을 손상시킬 수 있는 물질로 분류했다.

또 얼마 전 미국 미시건대학 연구팀은 급증하고 있는 미숙아 출산이 플라스틱 속 ‘프탈레이트’가 원인이라는 연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30명의 만삭 아동을 출산한 여성과 미숙아를 출산한 30명의 여성, 총 60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한 결과 미숙아를 출산한 여성들이 만삭아동을 출산한 여성들에 비해 소변내 프탈레이트 농도가 3배 이상 높았다는 것이다.

이런 움직임에 따라 최근 우리의 인식도 많이 변하고 규제도 선진국 수준이지만 아직도 병원에서 사용하는 링거백이나 어린이 장난감, 유아용품 등 생활 전반 곳곳에 사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인하대학교 산업의학과 임종한 교수는 “물놀이용품에 프탈레이트계 가소제가 포함됐을 경우 피부 접촉을 통해서나 입으로 빨거나 할 때 노출이 될 수 있어 그런 잠재적 노출 가능성 때문에 외국에서도 기준을 마련해 규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5월 기술표준원은 어린이 보행기와 유모차 등에서 프탈레이트계 가소제가 최고 372배 까지 검출됐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 당시 문제의 제품들에 대해 정부가 취했던 태도는 자진해서 판매중지와 회수조치를 하도록 권고한 후 그 이후에도 회수조치를 하지 않는 기업에 한해 홈페이지에 공표하는 등 지금과는 사뭇 달랐는데 그 이유는 뭘까.

현재 기술표준원이 업체의 정보도 공개하지 않고 회수조치 등 아무런 대책도 세우지 못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물놀이용품의 프탈레이트계 가소제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프탈레이트계 가소제는 유해물관리법상 유독물질에 들어가지만 기준치 이하라면 사용 가능하도록 규정 돼 있고 '환경보건법'상엔 기업의 자발적 협약에 맡기고 있으며 '품질경영 및 공산품안전관리법' 상 시중 몇 개 제품에 대해 정기적으로 검사한 후 문제가 있으면 회수하거나 폐기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이 물놀이용품은 완구로 봐야 할지 문구로 봐야 할지 품목의 구분이 애매해 법의 사각지대에 놓이게 된 것이다.

이와 관련해 기술표준원 제품안전조사팀 관계자는 "계절상품이고 안전 쪽에 중점을 두다보니 아직 기준이 없었다“며 ”논란이 되고 있는 프탈레이트에 대해서 실험한 결과 생각보다 많이 검출돼 기준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소비자원 소비자안전센터 화학섬유팀 최환 팀장은 “현재 프탈레이트는 환경호르몬 추정물질로 웬만하면 거의 다 규제에 들어가지만 놀이방매트나 물놀이용품과 같이 일부 사각지대에 놓이는 것이 있어 문제”라고 언급했다.

또 최 팀장은 “PVC재질에는 거의 들어있는데 대체물질이 있지만 물성이 떨어지고 가격이 비싸 기업에서 사용하지 않는 측면이 있어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메디컬투데이 박엘리 기자 (ellee@md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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