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청소년·청년 건강

[방송후기] 학교급식은 그 나라 지도자들의 '마음의 창'

pulmaemi 2009. 7. 13. 14:02

특집 방송이 많은 분들의 관심 속에 무사히 끝났습니다.


 

학교급식의 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는 방송 자료가 되면 좋겠습니다.

(다시듣기 :  http://www.kfm.co.kr/program/01_pro.html?pg_key=mea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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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프로그램의 출발점은 2008년 6월의 광우병 촛불현장이었습니다. 

당시 정말 많은 시민과 학생들이 '안전한 먹을거리'를 원했습니다.

그러나 저 높은 곳에서는 "먹기 싫으면 안 사먹으면 된다"라는 말이 나왔죠.

저도 그 때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이 것은 단순히 미국산 쇠고기의 문제가 아닙니다. 소통의 문제도 아닙니다. 

먹을거리에 대한 지도층의 인식 수준이었기 때문입니다.  광우병촛불(한겨레 20080609).JPG
 
그 때부터 저는 공권력이 책임지는 먹을거리인 '학교급식'을 눈여겨봤습니다.

알고 봤더니 경기도에는 '학교급식지원조례'라는 법이 있더군요.

2003년 추운 겨울에 경기도민 무려 17만 명이 집단발의해 만든 눈물겨운 법입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질좋은 우리 농산물을, 위탁이 아닌 직영급식을, 무상급식 확대를..
그러나 '말은 좋지만 예산이 없다'며 지방자치의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있었습니다.

경기도는 무려 170만 명의 학생들이 급식을 먹고 있는 '학교급식의 메카'입니다.

이 지역의 급식이 바뀌면 서울의 급식이 바뀔 것입니다.

그리고 급식재료를 공급하는 전국의 농촌이 바뀔 수도 있는 중요한 문제입니다.

혹자는 '돈'이 문제라고 합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돈'이 아니라 '마음'이라는 것을 일본 취재 과정을 통해 절감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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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가나카와현 요코하마시의 이이지마 초등학교.

이 학교에서 급식을  가장 먼저 먹는 사람은 교장선생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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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라도 애들 먹는 급식에 이물질이나 이상한 것이 없는지 교장선생님이 먼저 체크하고

조금이라도 이상하면 그날 급식을 중단시킬 권한이 있다고 합니다. '검식'이라 부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아이들과 함께 똑같은 급식을 먹는 교장선생님들이 많으시지만,

일부 위탁급식의 경우 선생님들 식사와 아이들 식사와 판이하게 다르다고 합니다. 


 

이 학교 교장 선생님의 자랑거리는 '아이들이 아이답게 커서 좋다'입니다.

교장실 앞에는 초등학교 1학년 아이들이 그려준 교장선생님 그림이 붙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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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장 선생님의 OK 사인을 받아 아이들에게 제공된 급식은

저온냉장고에서 2주일 간 보관됩니다. 

혹시라도 문제가 발생하면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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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식비는 어느 정도 하는지 물어봤습니다.

20만 명의 학교급식이 이뤄지고 있는 요코하마시의 경우

시중에서 700~800엔 가치를 지닌 학교급식을 공급하면서

학부모에게 식재료값의 일부인 240엔만 부담시키고

나머지 비용은 모두 요코하마시에서 부담하고 있습니다.

약 2/3의 부담을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하는 것이죠.

일본도 경기불황이지만 급식지원을 줄이는 사례는 거의 없다고 합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품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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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학교에 친환경 채소를 공급하고 있는 농업인 오오키씨.

그는 일본에서 학교급식에 들어가는 식재료는 일반 슈퍼마켓보다 훨씬 까다로운

품질기준을 만족시켜야 하며, 자신도 반년 간 체크 받은 뒤 급식납품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일본에서는 개인이 급식납품을 하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고도 하며

학교급식 납품을 자신의 농산물에 대한 '품질보증'으로 자랑스러워 합니다.

실제로 식재료 대량구입을 하는 '요코하마 학교급식회'의 물품기준을 보면

식품가공품의 경우 식품 첨가물에 해당하는 조미료, 결착제, 산화방지제,

보존물질, 유화안정제, PH조정제, 착색물질을 모두 금지하며

어육의 경우 표백제 금지, 양질의 식용유 기름 사용 의무 등을 명문화시키고 있습니다.


 

더욱 인상적인 것은, 급식시간이 단지 '먹는 시간'이 아니라 '교육'시간이었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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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코하마시의 시라네 초등학교.

수업시간에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콩 까는 방법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잠두'라는 완두콩 종류인데 그날 급식에 제공될 '콩'입니다.

오전 10시까지는 콩을 다 까서 급식실에 전해줘야 합니다.

그런데 아이들의 참여열기가 뜨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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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을 다 까면 관찰일기를 작성하게 합니다.

이 학교에는 이런 식의 관찰일기가 셀 수 없이 많은데,

얼마전에는 죽순 농장을 방문해 죽순을 캔 뒤

관찰일기도 쓰고 그날 점심에는 죽순 밥을 먹었다고 합니다. 

콩을 다 까면 급식당번들이 직접 급식실로 갖고 내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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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급식실 조리 아주머니에게 "정성껏 콩을 깠으니 맛있게 밥을 해주세요"라는 인사를 하고

아주머니는 "맛있게 밥을 해주겠다"는 답례를 합니다.

이런 인사를 건네며 아이들에게 조리사 아주머니들의 존재는 '밥하는 아줌마'가 아니라 소중한 먹을 거리를 책임지는 '또다른 선생님'처럼 인식되는 것 같았습니다.


 

한편, 이 학교 영양선생님은 급식시간에 1학년 학생들에게 '동화'를 읽어주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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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피라 타로우' 라고 야채소년 타로우의 이야기인데,

시금치 먹고 힘내는 뽀빠이의 이야기처럼

채소를 꼭꼭 씹어먹고 도깨비를 굴복시키는 소년의 이야기입니다.

동화는 사람을 괴롭히던 도깨비까지 채소를 먹기위해 직접 '농사'를 짓는 것으로 끝납니다.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영양선생님은 어디에선가 '켄짱'이라는 인형을 꺼내들고 급식실 여기저기를 돌아다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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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켄짱'이라는 어린이 인형은 '밥안먹는 아이' 역할을 합니다.

그러면 아이들은 '켄짱'에게 다가가 '밥안먹으면 안돼' '편식하면 안돼' '이거 먹어'라는 식으로

오히려 켄짱을 가르치고 나섭니다.

영양선생님이 켄짱 흉내를 내며 아이들과 대화를 하며 가르치는데

이렇게 켄짱 인형을 만든 뒤 학교에서는 편식하거나 밥을 남기는 사례가 없어졌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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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학교 옆에는 텃밭이 많습니다.

그리고 주변에 사는 농업인들이 농업과 먹을거리에 대한 교육을 하는 사례도 많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이이지마 초등학교의 경우 '쌀'을 주제로 농업인이 교육을 하게 되면,

아이들이 직접 모내기를 해보고, 수확후 볏짚을 갖고 '짚신삼기'도 합니다.

자기가 만든 짚신으로 수학여행때 등산도 가기도 하는데,

교사로 나선 농업인은 '쌀'이라는게 하나도 버릴 게 없는 전통문화임을 강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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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일본의 학교급식이 '먹을거리 교육'의 기능을 강화하면서

일본의 농업인들은 '또 다른 선생님' 역할을 하고 있으며,

학교급식 유통을 통해 안정적 판로와 브랜드 가치를 인정받기도 합니다. 

실제로 오오키 농업인의 경우 50대에 귀농을 했는데 학교급식 납품을 계기로

직거래 유통망을 확대해가면서 내년부터는 아들까지 농사에 참여한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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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학교급식을 변화시킨 원동력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의지입니다.

지난 2005년 '먹을거리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한 '식육기본법'이 의회를 통과했습니다.

이 법의 전문은 이렇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풍부한 인간성을 길러 살아가는 힘을 습득해 나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식, 먹을거리가 중요하다....

영양 불균형, 불규칙한 식사, 비만 등의 문제에 덧붙여,

식품 안전의 문제나 식량의 심각한 해외의존문제가 발생하는가운데

이제 사람들은, 식생활 개선 면에서나 먹을거리 안전 확보면에서나

스스로 먹을거리에 대한 바른 자세를 배우는 것이 요구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2009년 '식생활 교육지원법'이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그러나 일본과의 차이점은 추진주체의 문제입니다.

일본의 식육법은 국가 최고지도자인 '내각총리대신'의 책임입니다.

내각총리대신인 아소다로 총리가 의장이 된 식육추진회의가 구성,

그 밑에 관련 부서 장관들이 참여합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대통령이 의장이 되어 농림부, 보건복지부,교육부 장관 등이

의견을 모아 아이들 먹을거리 교육을 추진하는 것이죠.

참고로 우리나라 식생활 교육법은 농림부 장관의 몫입니다.


 

요코하마 교육청은 식육법이 통과된 후의 사례로 우선 '급식 그릇의 변화'를 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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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금속재질이던 급식 그릇이 위 사진처럼 밑에 '받침'이 있는 그릇으로 바뀌었습니다.

이는 밥그릇을 들고 먹는 일본의 전통 식습관을 교육하기 위해 일부러 '받침'을 만든 변화입니다.

일본에서는 그동안 영양만 강조하며 빵과 서구식 식습관을 강조하던 풍조가 많았는데,

급식을 통해 일본의 전통식습관을 가르치려는 분위기가 '식육법' 통과를 계기로 마련되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도 '급식'을 소중한 교육기회로 삼으려는 노력들이 많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부천 도당초등학교의 경우는 일본 뺨칠만큼의 친환경 급식식단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학부모들은 한끼에 100원을 더 부담하며 100% 친환경 농산물 급식을 제공받습니다.

교사, 학생, 학부모 만족도 90%.

영양교사와 학교의 의지가 있으면 가능하다는  사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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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학교급식을 개인의 선택, 학교의 선택으로 돌리기에는 힘겨운 점이 많아보였습니다.

우선 친환경 식재료 검수부터 관련 업무가 너무 많아 영양교사는 아침 7시30분부터 저녁 야근을 밥먹듯 하고 있었고, 일본처럼 다양한 '먹을거리 교육' 프로그램을 짤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는 형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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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시장군수가 조금이라도 재정지원을 학교급식에 한다면,

학부모들의 큰 부담없이 질좋은 학교급식이 이뤄질 것입니다.

한편 광역단체에서 질좋은 식재료를 검수하고 대량구입할 수 있는 급식유통체계를 잡아준다면,

그리고 중앙정부 차원에서 학교급식을 교육으로 활용할 수 있는 대책을 힘있게 밀고나간다면

학생과 학부모 뿐 아니라 수입개방으로 벼랑끝에 몰린 우리 농업인에게도

학교급식은 새로운 희망이 될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학교급식을 그 나라 지도자들의 '마음의 창'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은 우리의 미래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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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나레이션을 맡아주신 전무송 선생님께 각별한 감사의 인사 드립니다.

내일 모레 칠순을 바라보시는 전선생님은 3일 전부터 원고를 숙독하시고 

3시간 30분 가량의 녹음작업에 최선을 다해주시는 감동의 열정을 보여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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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자세한 방송내용 스크립트가 완성되는데로 각 지방자치 단체창에게 보낸 뒤 

경기도 전역의 학교급식 지원정책이 어느 정도인지를 모니터링할 계획입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는 도로정책, 재개발 정책만큼 학교급식 정책이

더 많은 애정과 조명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기대를 해봅니다.


원문 주소 - http://www.seoprise.com/board/view.php?table=seoprise_12&uid=720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