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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걀처럼 무언가가 쑥 빠져 나와요" 골반장기탈출증 의심해야

pulmaemi 2018. 4. 25. 12:40
출산 경험한 40대 이상 여성 10명 중 3명 경험할 정도로 빈번하게 발생

[메디컬투데이 임우진 기자] 

#55세 주부 이모씨는 몇 달 동안 아랫배가 뻐근하고 소변을 볼 때마다 무언가 빠져나오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부위의 특수성 때문에 병원을 찾는 게 부끄러워 치료를 차일피일 미뤄왔다. 그러나 증상은 점점 심해져 빠져나온 것을 손으로 쑤셔 넣어야지만 겨우 소변을 볼 수 있는 상황에 접어들었고 골반통증 증상까지 생겨 그녀는 결국 ‘골반장기탈출증’으로 수술을 받아야 했다.


골반장기탈출증은 ‘밑이 빠지는 병’이라고도 불린다. 자궁, 방광, 직장 및 내장과 같은 장기들이 정상 위치를 벗어나 질을 통해 밑으로 처지거나 질 밖으로 빠져 나오기 때문이다. 장이 빠져 나오면 직장류라고 하고 자궁이 빠져 나오면 자궁탈출증, 방광이 빠져 나오면 방광류라고 부른다. 단독으로 발생하기도 하고 복합적으로 발생하기도 한다.

골반장기탈출증은 주로 임신과 출산의 영향을 받아 발병한다. 출산을 할 때 여성의 몸은 많은 변화를 경험하게 되는데 이때 골반 구조도 변하게 돼 골반 구조물을 지지하는 골반 인대나 근막, 근육 등이 손상을 입는다. 

난산을 겪었거나 거대아를 출산한 경우 혹은 여러 번 출산을 한 경우 골반 지지구조의 손상을 입게 돼 약해지므로 골반장기탈출증이 발생할 위험이 높아진다. 골반장기탈출증은 출산을 경험한 40대 이상의 여성 10명 중 3명이 경험할 정도로 중년 이상에서 빈번하게 발생한다.  

유전성이 있어 어머니가 골반장기탈출증을 앓을 경우 30% 이상에서 발병한다.

고려대 구로병원 산부인과 신정호 교수는 “많은 여성들이 골반장기탈출증으로 고통을 받지만 수치심에 치료를 받지 않고 감추는 경우도 흔하다”라며 “이는 삶의 질을 현저히 떨어뜨리고 배뇨장애, 질 출혈, 골반통증 등 다양한 증상의 원인이 될 수 있으므로 밑이 빠지는 기분이 들고 걸을 때 밑쪽이 불편하다면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라고 조언했다. 

골반장기탈출증이 발생하면 밑이 묵직하고 빠지는 기분이 들거나 실제로 계란 모양처럼 장기가 빠져 나온다. 또 질 쪽에 덩어리가 만져지고 걸을 때마다 불편하며 질염도 빈번하게 생긴다. 소변이 자주 마렵거나 봐도 시원하지 않으며 변비가 생기는 등 배변‧배뇨 장애가 나타나고 골반 통증도 발생한다. 

골반장기탈출증의 치료는 질 입구로 장기가 얼마만큼 빠졌느냐에 따라서 달라지는데 초기에는 골반 근육 강화 운동을 하면 증상을 호전시킬 수 있다. 하지만 2기 이상 진행된 상태라면 반복적으로 질 밖으로 장기들이 탈출하고 염증이 발생하므로 수술적 치료를 받아야 한다.  

골반장기탈출증은 폐경 이후 노화가 진행되면 증상이 심해져 50대, 60대, 70대가 될수록 수술을 받는 경우가 증가하고 70대 환자들이 가장 많이 수술을 받는다. 

80세 이상은 체력이 약해 수술 후 후유증 등의 문제로 수술보다는 ‘페사리’라고 불리는 실리콘 링을 질 안에 삽입해 고정시켜 주는 시술을 실시한다. 그러나 페사리는 소독이 불편해서 만성적 염증을 유발하는 경우가 많아 건강에 무리가 없는 노년의 여성이라면 수술적 치료를 받는 것이 낫다.  

예전에는 개복 수술이나 질식수술, 혹은 복강경을 활용한 수술을 많이 시행했기 때문에 수술 시간이 3시간 이상 소요돼 체력이 약하고 만성질환을 앓는 고령의 환자에게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로봇수술기를 이용한 최소침습적 수술이 가능해져 수술 시간을 단축시키고 최소한의 절개와 작은 흉터로 수술 후 통증 경감 및 빠른 회복을 도모할 수 있게 되었다. 대부분의 환자가 고령층 여성으로 며칠만 입원해도 근력이 저하되는데 이런 부분에서 보다 안정적이다. 

게다가 로봇수술기를 이용하면 정교하고 정확한 시술이 가능해 조직 손상 및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어 여러 부위를 봉합해야 하는 고난도의 골반장기탈출증에 특히 많이 활용된다. 실제 로봇수술기를 이용해 골반장기탈출증 수술을 시행하면 일반 수술에 비해 회복이 빠르고 재발률도 현저히 낮출 수 있다. 

신 교수는 “힘든 출산이 기본적인 원인이지만, 복압을 상승시키는 만성적 변비와 복부비만, 반복적으로 무거운 짐을 드는 행위 등이 골반장기탈출증의 악화 요인이 되므로 적정 체중 유지와 배변 활동 개선, 생활습관 개선에 신경을 써야 한다”라며 “골반장기탈출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평소 소변을 끊는 느낌으로 요도괄약근 주위를 조이는 행동을 반복해 주는 케겔운동으로 골반 근육을 강화시키는 것도 도움이 된다”라고 조언했다.

복압을 증가시키는 생활습관은 골반장기탈출증의 악화 요인이다. 잘못된 생활습관을 개선하지 않으면 재발할 확률이 높다. 실제 수술을 받은 여성의 1/3이 재발 때문에 두 번 이상의 수술을 받았다.  

그러므로 골반장기탈출증으로 수술을 받은 경우라고 하더라도 평상 시 생활습관을 개선하는 노력이 필요하며 본인의 몸 상태를 세심히 관찰해 이상 증상이 발생했을 시 즉각적인 치료를 받아야 한다.    
메디컬투데이 임우진 기자(woojin1803@md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