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투데이 지용준 기자]
#직장에 다니는 30대 여성 권모씨는 최근 질 부위에 염증이 생긴 것 같아 고민이다. 며칠 전부터 냉이 많고 악취가 심해 인터넷에 증상을 검색해보니, 비슷한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았다. 친구들에게 고민을 토로하니, 이전에 질염에 걸렸던 친구들도 꽤 있었다. 하지만 서로 증상이 달라 진짜 질염이 맞는지 혹시 더 심각한 질병은 아닌지 걱정이 된다.
'여성의 감기'라고 불릴 정도로 흔한 질염은 질 부위에 염증 상태를 말한다. 흔히 '냉이 많아요'라고 말하는 증상이 있을 때, 질염을 의심해 볼 수 있다. 그러나 배란시기에는 정상적으로 질 분비물의 증가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가려움증 또는 악취 등의 동반 증상 여부가 중요하다.
생선 비린내 같은 악취를 동반한 회색의 질 분비물의 증가가 있을 때는 세균성 질염의 가능성이 높다. 세균성 질염은 정상적으로 질을 산성으로 유지하게 하는 락토바실러스라는 유산균이 줄어들고 혐기성 세균이 증식하면서 주로 발생한다. 우리 몸에 유익한 균인 락토바실러스 유산균이 줄어드는 환경으로는 잦은 성관계 또는 질 깊숙한 곳까지 물이나 비누로 씻는 뒷물과 같은 습관이 있다. 락토바실러스 유산균은 줄어든 후 다시 서식하기 어려워 세균성 질염은 재발하기 쉽다. 그러므로 세균성 질염의 치료는 혐기성 세균에 대한 적절한 항생제 사용과 함께 물이나 비누 대신 질 세정제 사용하거나 외음부 부분만 씻고 잘 말리는 등의 습관 교정도 중요하다. 직접적인 성적 접촉으로 발생하는 질염이 아니므로 성 파트너와 함께 치료할 필요는 없다.
성적 접촉을 통해 발생하는 질염은 질편모충증이 대표적이다. 질편모충증은 트리코모나스라는 원충의 감염으로 발생하는데, 가려움증을 유발하고 외음부 부위에 홍반이나 부종이 나타나기도 하며 주로 세균성 질염과 동반되는 경우가 많아 악취가 나는 분비물이 많다. 이의 경우, 성 파트너와 함께 치료해야 하며 원충은 물에서도 움직일 수 있어 수영장, 목욕탕, 젖은 수건 등을 통해서도 전파시킬 수 있으므로 치료가 완료될 때까지 주의하여야 한다.
가려움증을 동반한 하얀색의 질 분비물의 증가가 있을 때는 곰팡이성 질염의 가능성이 높다. 가려움 증상으로 피부를 심하게 긁는 경우에는 외음부 작열감과 질 동통, 성교통, 배뇨곤란 등이 나타나기도 한다. 대부분 항진균제로 치료가 잘 되며, 병변 부위의 국소적 치료(질정, 연고)로 가려움증 등의 증상 조절을 할 수 있다. 곰팡이성 질염은 당뇨병, 비만, 항생제 치료, 임신, 면역이 약화된 환자 등에서 위험도가 높으며, 재발이 흔한 편이다. 1년에 4회 이상의 곰팡이성 질염이 있는 경우 6개월간의 장기 요법으로 치료하기도 한다.
가려움증이 심하지만 질 분비물의 증가가 많지 않고 가끔 출혈도 동반될 때는 위축성 질염을 생각해 보아야 한다. 위축성 질염은 폐경 이후에 에스트로겐 양이 감소함에 따라 질 점막이 얇아지고 질 분비물이 줄어들면서 질이 메마르고 건조한 상태가 되어 가벼운 자극에도 출혈이 생기게 된다. 또한, 질 점액의 방어 기능도 줄어들어 세균에 쉽게 감염되는 경향이 있다. 이는 여성호르몬 부족이 원인이므로 에스트로겐 투여가 치료방법이며, 국소적인 질염 증상만 있을 때에는 질 크림이나 질정 투여 등의 치료를 하며 다른 전신적인 폐경 증상이 있는 경우는 경구복용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증상만으로는 확인이 어려울 수 있으므로 산부인과에서 진료를 받아야 정확한 진단이 가능하며, 질염의 종류에 따른 치료 방법도 다르기 때문에 진료 후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
메디컬투데이 지용준 기자(yjun89@md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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