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

술, 고령자 정신운동능력 낮춘다

pulmaemi 2009. 6. 22. 07:19
적게 먹어도 영향, 대부분 자각 못해

【미국 플로리다주 게인스빌】고령자는 비교적 젊은 층에 비해 술 1∼2잔으로도 정신운동능력이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플로리다대학 맥나이트뇌연구소 정신의학 사라 조 닉슨(Sara Jo Nixon) 교수팀은 Journal of Studies on Alcohol and Drugs에 이같이 발표하고 “더 큰 문제는 이러한 현상을 본인이 느끼지 못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운전할 때는 매우 위험

이번 연구에서는 중등도 음주 후 알코올 대사 능력은 50세 이상이나 젊은 층이나 같았다. 하지만 정신운동능력 시험의 결과는 고령자가 낮았다. 자신의 반응능력이 떨어진 사실도 모르는 경우도 많았다.

또한 술을 마신 직후에는 전혀 마시지 않은 경우에 비해 시험 수행 시간이 평균 5초 길었다. 대표연구자인 닉슨 교수는 “5초라는게 대수롭지 않게 생각되겠지만 운전 중 급브레이크를 밟는 경우에는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시간”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고속도로교통안전국(NHTSA)에 의하면 2007년에 미국에서는 음주운전 관련 사고로 1만 2,998명이 사망했다.

스탠포드대학 정신의학·행동과학 에디스 비오니 설리번(Edith Vioni Sullivan) 교수는 “미국에서는 음주운전 사고가 재정을 압박하고 있으며 그 대부분은 사망 사고”라고 말했다.

미국약물남용·정신보건국(SAMHSA)이 발표한 2008년 보고에 의하면 55세 이상의 과반수가 인간관계를 위해 술을 마시는데도 불구하고 고령자의 음주를 단기적 영향에 초점을 맞춘 연구는 거의 없었다.

지금까지 연구는 한번의 과음으로 어떤 영향이 발생하는지를 조사한게 대부분이었고 그나마 대상자는 대부분 젊은 층이었다.

그러나 고령자는 노화로 인해 인지력, 알코올 대사·배설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젊은 성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를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무리다.

이러한 배경을 감안해 닉슨 교수는 건강하고 활동적인 고령자에서 중등도 음주가 미치는 영향에 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이번 연구를 실시했다.

대사능력 차이가 원인 아니다

닉슨 교수팀은 매월 한잔 이상 음주하는 비흡연자 68례를 고령자군(50∼74세)과 젊은층군(25∼35세)으로 분류하고, 다시 양쪽군을 음주군과 비음주군(호기 알코올 농도가 높아지지 않는 위약 음료 제공)으로 나누었다. 각 군의 성별, 체질량지수(BMI), 음주경험 등의 배경 인자는 일치시켰다.

술을 마시면 혈중 알코올 농도는 최고조로 도달할 때까지 계속 상승하다가 나중에는 낮아진다. 또한 알코올 대사의 제I상(음주 후 25분)에서는 자극 작용을 나타내지만 제II상(75분 후)에서는 진정·우울 작용이 생긴다.

시험에는 많은 점이 그려진 용지를 이용했다. 점에는 숫자나 문자가 표시돼 있어 피험자가 펜을 지면에서 떼지 않고 점과 점을 차례대로 이을 때 걸리는 시간을 측정한다. 놓친 점의 수도 측정했다.

첫번째 시험은 숫자의 순서, 2번째 시험은 숫자와 문자를 교대로 잇는 방법으로 실시했다. 이 시험은 신체 활동에 대한 정신운동능력과 문제해결법의 변환 능력을 측정하는 것이다.

이와함께 피험자에는 명정상태와 능력 저하에 미치는 알코올의 영향을 10점 만점으로 하여 직접 평가하도록 했다.

그 결과, 고령자군의 음주군에서는 젊은층군의 음주군에 비해 해답을 내는 시간이 길었다. 하지만 비음주군에서는 나이에 따른 차이는 나타나지 않았다.

또한 음주 직후의 혈중 알코올 농도의 상승 속도와 피크치는 고령자군과 젊은층군에서 같았지만, 시험 성적은 고령자군이 떨어졌다. 이는 중등도 음주 후에 나타나는 능력의 나이 차이가 대사능력의 나이 차이 때문이 아니라 개개인에 미치는 알코올의 작용에 영향을 주는 다른 인자가 원인임을 시사하는 것이다.

또한 고령자에서는 술을 마신 후의 반응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늦어졌지만 젊은층 군에서는 반대로 능력이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설리번 교수는 그러나 “이 결과를 젊은층은 음주로 인한 손해는 없다고 생각해선 안된다”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반응 저하 자각못해

고령자는 자극에 대한 반응이 떨어져도 이를 모르고 있었다. 한편 술을 마신지 75분이 지난 후 진정 상태에서는 능력이 떨어지지 않았는데도 그렇다고 믿는 고령자가 많았다.

설리번 교수는 “바꿔 말하면 이는 고령자의 ‘운전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말은 믿을 수 없는 것임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닉슨 교수는 “활동적인 고령자가 저녁식사 때 1∼2잔 음주했다면 디저트를 먹고 충분히 쉰 후에라도 운전대를 잡아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이번 연구에서는 알코올과 처방약 등의 상호작용에 대해서는 분석하지 않았다. 교수팀은 다양한 연령 집단과 음주량을 포함한 대규모 인구를 대상으로 한 시험의 실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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