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

‘실명 유발’ 당뇨 망막병증 악화 기전 규명

pulmaemi 2017. 5. 18. 13:00
기초과학연구원 고규영 단장·박도영 박사 연구


[메디컬투데이 박종헌 기자] 

국내 연구진이 당뇨 합병증인 당뇨 망막병증이 악화되는 원인을 찾아냈다. 


17일 기초과학연구원에 따르면 혈관연구단 고규영 단장·박도영 박사가 망막 혈관의 주위세포 소실이 당뇨 망막병증을 악화시키는 주요 원인이라는 것을 규명했다.

연구진은 당뇨 망막병증을 비롯해 다양한 망막 혈관 질환에서 혈액-망막 장벽의 파괴가 관찰된다는 점에 주목했다. 혈액-망막 장벽은 말 그대로 혈액 내 물질들의 비정상적 이동을 차단하며 시각 기능에 중요한 망막 내 신경세포를 보호한다.

실험은 두 가지로 진행되었다. 첫 번째 실험은 정상 망막 혈관의 대조군과 혈관 주위세포가 정상적으로 유착되지 않는 망막 혈관을 지닌 실험군으로 구성했다. 실험군 동물모델에서는 혈액-망막 장벽이 파괴되어 망막 혈관의 누출, 유리체 출혈, 시각기능 상실 등 당뇨 망막병증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병변이 재현되었다.

실험 결과 연구진은 혈관 주위세포가 혈관 내피세포로부터 떨어져 나오면 혈관 안정성이 무너지면서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됨을 확인했다. 먼저 혈관 주위세포가 소실되면 혈관 안정화에 중요하다고 알려진 TIE2 수용체 발현이 감소한다.

두 번째 실험은 성체 동물모델을 대상으로 진행되었다. 안정화된 망막혈관에서 혈관 주위세포를 선택적으로 소멸시켜 실험군을 만들었다. 이 실험군에 혈관을 불안정하게 만들고 신생혈관을 자극하는 혈관내피성자인자(BVEGF-A)를 주입했다. 

연구진은 실험군의 망막혈관 구조가 정상처럼 보일지라도 앞선 실험과 마찬가지로 혈액-망막 장벽 파괴가 촉진된다는 것을 확인했다. 망막 혈관이 혈관 주위세포가 없어지면서 정상 혈관에 비해 외부 자극에 크게 반응하는 환경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로 혈관 주위세포가 혈액-망막 장벽을 조절할 뿐만 아니라 망막 내 혈관 안정화에 다양한 역할을 수행함을 발견했다고 자평했다.

신생 혈관이 활발하게 자라는 망막 혈관과 안정된 망막 혈관을 비교해 두 가지 다른 환경에서 혈관 주위세포의 역할을 규명했으며, 혈관 주위세포가 혈관 안정화와 관련된 TIE2-FOXO1-ANG2 체계를 조절하고, VEGFA에 대한 반응성을 조절한다는 사실을 증명했다는 것이다. 

고규영 단장은 "이번 연구로 혈관 주위세포의 소실이 당뇨망막병증에서의 미세 혈관 및 망막 손상을 촉진시킬 수 있음을 확인했다"며 "TIE2 수용체의 활성 혹은 ANG2 단백질의 억제 등의 방법이 당뇨망막병증의 새로운 치료법이 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고 밝혔다.

한편, 이 연구결과는 세계적 학술지인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5월 16일 게재됐다.

메디컬투데이 박종헌 기자(pyngmin@md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