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사회

우리는 불을 옮기는 사람들이다

pulmaemi 2009. 1. 25. 09:10

(서프라이즈 / 바다의집 / 2009-01-23)


저자 코엘 매카시의 작품 ‘로드(The Road)’는 지금까지의 소설과 영화가 심각한 두려움 때문에 접근하지 못했던 영역으로 뛰어들어가 살아남았다.


이것은 인류문명이 극단적인 경쟁구도 속에서 미래에 결국 종말을 맞은 잿빛 지구를 배경으로 하였기에 시사하는 바가 크겠지만, 무엇보다 자연이 더 이상 아무것도 생산하지 못하는 환경 속에서 게다가 인간의 생산능력이 식량으로 대체되어버리는 미래의 절망 속에서 한 부자가 걸어가는 삶의 과정을 다만 기행 하였기에 현재의 우리에게 유효하다.


코맥 매카시(Cormac McCarthy)

1933년 7월 20일 미국 로드아일랜드 주 프로비던스 출생.

1965년 ‘과수원지기’로 데뷔.

1985년 ‘피의 자오선’이 타임지에서 ‘100대 영문소설’로 선정.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영화의 원작자.


로드(The Road)는 2007년 퓰리처상, 2006년 제임스 테이트 블랙 메모리얼 상을 수상.

또한, 본 작품은 영화로 제작 중에 있다.


민주주의 대한 도전

민주주의란 무엇인가? 주권이 국민에게 있다는 것의 다름 아닐 것이다. 하지만 어떠한 국가의 이념과 체제에도 민주주의는 범용적으로 차용되어왔다.
 

북한의 정식국명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朝鮮民主主義人民公和國, 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이다. 대한민국의 어떤 집단에선가는 혼란스러울지도 모르겠다. 왜냐면 우리나라 대한민국도 민주주의 국가로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 그 집단은 어쩔 것인가? 자기부정을 해야 할 것인가? 그놈의 골칫덩어리인 ‘민주주의’를 부정할 것인가?


이미 “천민자본가”들은 대한민국을 정의하길 “천민민주주의”라 했다. 이러듯 천박한 지성으로 결코 민주주의의 접근은 난망(難望)일 따름이다.


천박한 정부에게 고하노니, 민주주의는 단지 제도나 입법을 통해 얻어지는 것이 아님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생존에 대한 도전

원주민의 생존율이 10%대에 불과한 뉴타운 삽질은 누가 시작했나? 그리고 그 전리품을 획득한 사람들은 누구인가? 혹시 삽질 잘하는 전 서울시장을 떠올린다면 필자는 당신의 눈을 응시하고 정확한 발음으로 말할 수 있다. ‘바로 당신’이라고 말이다. 그리고 ‘바로 나 자신’이라고 말이다.


그렇다. 우리는 욕망에 눈이 멀었으며 무지했고, 또한 기만(欺瞞) 당했다. 삶의 터전을 잃은 철거민의 따뜻한 잠자리는 이웃에 의해 사라져 버린 것이다. 90% 가까운 타지의 조합원과 10%의 이웃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임차인들을 거리로 내몰았고, 막막한 철거민들은 생과 사의 한가운데 서서 비명을 질러야 했다.


그렇다면 도대체 90%의 원주민들은 모두 어디로 간 것일까? 그들은 자신들의 상황을 인지하지 못한 채 조금씩 ‘이웃이 없는 세상’ 밖으로 밀려가고 있을 뿐이다. 더 이상 이웃이란 자기생존을 위해 거추장스러운 무엇일 뿐인 것이다.


이제 점점 대한민국은 공포스러운 이웃을 생산하고 있다. 이러한 이웃과 코맥 매카시(Cormac McCarthy)의 ‘로드(The Road)’ 속의 이웃이 무엇 하나 다를 것이 없다는 사실이 나는 진정 두렵다.



부디 살아서 버티라.


미래에 언젠가 우리의 이웃은 아무것도 생산되지 않는 지구에서 생존해야 할지도 모른다. 때문에 우리가 지금 생존해야 함은 바로 그 이웃을 위한 삶이기도 하다. 우리가 잘살면 그들도 잘살 것이고, 우리가 막산다면 그들도 막살아야만 한다.


그렇다면 오늘날의 우리는 어떻게 살며 버틸 것인가? ‘로드(The Road)’속의 아들은 아버지에게 묻는다.


“우리는 좋은 사람인가요?”

“그렇단다.”

“그래요, 우리는 불을 옮기는 사람이에요.”

“그래, 우리는 불을 옮기는 사람들이다.”


그렇다. 우리는 불을 옮기며 살아가야 한다. 대한민국의 어떤 집단의 짐승은 하지 못하는 인간만이 가진 힘, 바로 불 말이다. 따뜻한 온기를 나눌 불은 바로 우리의 생존에 이유인 것이다.


우리 모두 살아남자. 그리고 우리의 아들을 위해 불을 전해주자. 결코 자살용 총알을 유산으로 남기지 말자.


끝으로 ‘로드(The Road)’의 본문 중에서, 아버지와 아들은 말한다.


“우리가 사는 게 안 좋니?”

“아빠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글쎄, 나는 그래도 우리가 아직 여기 있다는 게 중요한 것 같아. 안 좋은 일들이 많이 일어났지만 우린 아직 여기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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