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A·O형 첫 동시발생…백신 접종 ‘비상’

전국 가축시장 86곳 18일까지 일시 폐쇄키로

［메디컬투데이 박종헌 기자］ 

경기도 연천의 젖소 사육농장에서 발생한 구제역이 앞서 전북 정읍과 충북 보은지역에서 발생한 것과는 다른 유형인 ‘혈청형 A형’인 것으로 확인되면서 방역 혼란을 빚고 있다.

특히 같은 시기에 다른 유형의 구제역이 동시에 발생한 건 처음이어서 방역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는 지난 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전날 의심신고가 접수된 경기 연천의 젖소 사육농장이 혈청형 ‘A형’ 구제역으로 확진됐다고 밝혔다.

지난 2010년 1월 A형이 발생한 이후 그해 4월 강화에서 O형이 발생한 적은 있지만, 이번처럼 거의 같은 시기에 O형과 A형이 동시 발생한 것은 처음이다.

국내에서는 2000년 이후 여덟 차례 구제역이 발생했는데, 이 가운데 A형이 발생한 것은 지난 2010년 1월 연천·포천 소 농가에서 6건이 발생한 것이 유일했고 나머지 7차례는 모두 0형이었다. 

문제는 현재 정부가 보유한 구제역 백신이 이번에 나온 A형 바이러스를 차단할 수 있을지 여부가 불확실하다는 점이다.  

방역 당국이 보유 중인 백신 종류는 ‘O형’과 ‘O+A형’ 두 가지로, 국내에선 구제역 백신을 생산하지 않고 전량을 수입에 의존한다. 연천에서 발생한 A형이 당국이 확보한 O+A형 백신으로 예방되는지는 아직 확실한 검증이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방역당국은 살아있는 가축의 농장 간 이동을 금지하고, 전국에 통제 초소와 소독 장소를 설치, 전국 86개 가축 시장을 오는 18일까지 폐쇄키로 했다.

뒤늦게 정부가 비상 대응에 나섰지만, 정부 백신 정책과 방역 대응은 여전히 미흡한 수준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또한 지난 5일 구제역이 최초 발생했던 충북 보은 젖소 농장에서 불과 1.3㎞ 떨어진 한우 농가도 구제역 간이 검사 결과 양성반응이 나와 구제역 발생 농장은 총 4곳으로 늘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서 소에 비해 구제역 확산 속도가 매우 빠른 돼지까지 구제역이 번질 경우 ‘가축 전염병 대란’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과거 2010년 A형이 발생했을 당시에는 백신 접종을 하지 않았을 때라 A형과 관련한 정보가 많지 않다”며 “O+A형 백신이 연천에서 검출된 A형 바이러스에 매칭 정도가 높아서 바로 효능을 나타내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일단 유전자 분석 결과를 기다릴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심각 단계로의 격상 조치를 통해 구제역이 빠르게 종식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총력 대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메디컬투데이 박종헌 기자(pyngmin@md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