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사회

건강보험 부과체계 대수술…저소득 지역가입자 부담 ‘절반’

pulmaemi 2017. 1. 25. 14:30
복지부, 부과체계 개편안 공개…소득중심 개편 등 과제

[메디컬투데이 박종헌 기자] 

지역가입자 성·연령 등에 부과하는 평가소득 건강보험료가 17년 만에 폐지된다.


재산 보험료 비중을 단계적으로 줄이고 재산에 부과하는 경우에도 공제제도를 도입해 공제금액을 단계적으로 상향시킨다.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는 지난 23일 국회에서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안’을 공개했다.

현행 부과체계는 직장·지역 간 건강보험제도 통합 이후에도 지역가입자에 대해서만 성·연령, 재산, 자동차 보험료를 부과하는 17년 전 기준을 유지하고 있다.

때문에 송파 세 모녀 사례와 같이 저소득 지역가입자의 부담은 과중하고, 고소득 피부양자는 무임승차한다는 비판이 계속 제기돼 왔다.

정부에서도 개편 필요성에 공감하고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함께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안’을 마련했다. 형평성을 높이기 위한 소득 중심 개편으로, 총 3단계에 걸쳐 진행되는 모형이다. 

먼저, 지역가입자의 경우 성·연령 등에도 부과하는 평가소득 보험료가 17년 만에 폐지된다. 

지금까지는 연소득 500만원 이하 지역가입자에게도 성·연령, 소득, 재산, 자동차로 추정한 평가소득을 적용함에 따라 소득이 없거나 적더라도 가족 구성원으로 인해 보험료 부담이 크다는 문제가 있었다. 

앞으로는 성·연령 등에 부과하는 평가소득 보험료는 없어지고, 소득이 일정기준 이하인 경우에는 최저보험료, 일정기준을 넘어서면 종합과세소득에 대한 보험료를 부과토록 했다. 

최저보험료 1단계는 연소득 100만원 이하의 경우 최저보험료 1만3100원을 내면된다. 최종적으로는 연소득 336만원 이하의 경우에도 직장 최저보험료인 1만7120원이 적용된다. 

일부 지역가입자의 경우 평가소득 폐지, 최저보험료 도입 등으로 보험료가 오를 수 있으나 1~2단계에서는 인상액 전액을 경감해 현행 수준을 유지하고, 3단계에서는 50%를 깎아 주기로 했다. 

자가 주택은 재산 공제 없이 전액에 보험료를 부과하고, 전세 거주자(無 주택)는 전세 보증금에서 500만원 공제 후 30%로 환산해 부과됐지만, 앞으로는 재산 보험료 비중을 단계적으로 축소하고 재산에 부과하는 경우에도 공제제도를 도입, 공제금액을 단계적으로 상향키로 했다.  

1단계는 세대 구성원의 총 재산 과표 구간에 따라, 500만원에서 1200만원까지를 공제하고 2단계는 재산이 있는 지역가입자 중위 재산인 과표 2700만원을 공제하며, 3단계는 하위 60% 재산인 과표 5000만원을 공제한다. 3단계가 시행되면 시가 1억원 이하의 재산에는 보험료가 부과되지 않는다.  

자동차에 부과하는 보험료도 축소된다. 1단계는 ▲배기량 1600cc 이하 소형차(4000만원 이하) ▲9년 이상 자동차 ▲승합차·화물·특수자동차 부과를 면제하고, 3단계는 4000만원 이상의 고가차만 부과한다. 

이 같은 기준을 적용할 경우 지역가입자 대다수인 583만 세대는 보험료가 인하되고, 140만 세대는 변동이 없으며, 34만 세대(소득 상위 2%, 재산 상위 3%)는 보험료가 인상될 것으로 복지부는 내다봤다. 

말이 많던 고소득, 고재산 피부양자의 경우 단계적으로 지역가입자 전환을 추진한다.

지금까지는 ▲금융소득 ▲공적연금 ▲근로+기타 소득 중 어느 하나가 4000만원을 초과하는 경우에만 지역가입자로 분류돼 합산소득이 1억2000만원이 되더라도 단 한푼의 보험료를 내지 않을 수 있었다.  

개선안은 피부양자 진입장벽을 대폭 강화했다. 1단계는 연소득 3400만원, 2단계 2700만원, 3단계 2000만원을 초과하는 경우 피부양자 자격이 박탈된다.

다만 연금소득 보유자가 소득기준 초과로 지역가입자로 전환되더라도 연금소득 일부에만 보험료를 부과해 부담을 완화키로 했다. 

피부양자의 재산요건도 강화된다. 지금까지 과표 9억원(시가 18억원)을 초과해야 지역가입자로 전환됐지만 앞으로는 과표 9억원 이하의 재산이라도 일정 기준을 초과하면서 생계가능소득이 있다면 지역가입자로 전환한다.

1단계는 5억4000만원, 2~3단계는 3억6000만원을 초과하면서 연 1000만원 이상의 소득이 있으면 보험료를 내야 한다. 

피부양자 인정 범위도 축소된다. 지금까지는 부모나 자녀 등 직계 존비속이 아닌 형제·자매도 피부양자가 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1~2단계까지는 가족 부양 정서를 고려해 형제·자매도 피부양자도 인정하되 3단계에서는 원칙적으로 제외키로 했다.

직장가입자들은 보수 외 소득에 대해서도 보험료가 부과된다. 

지금까지는 연간 보수 외 소득이 7200만원을 초과할 경우에만 부과해 소득이 많아도 연간 7200만원 이하이면, 보수 외 소득에 대한 보험료는 내지 않았다.

하지만 앞으로는 1단계에서는 연 3400만원, 2단계 2700만원, 3단계 2000만원을 초과하는 보수 외 수익에 대해 보험료가 적용된다. 

월 보험료 239만원으로 정해져 있는 상한선도 폐지된다. 보수의 변화와 함께 자동 조정될 수 있도록 전전년도 평균 보수보험료의 30배 수준으로 정하기로 했다.

한편, 여야는 금번 개편안에 대해 다소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야당은 정부 개편안에 대해 재손질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소득에 건강보험료를 부과하는 방향으로 개편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정의당 윤소하 의원은 “정부가 제시한 3단계 개편안은 3단계까지 진행되더라도 소득중심의 부과체계와는 한참 거리가 멀다”며 “단계적으로 시행하더라도 이에 대한 최종 목표지점까지의 스케줄을 분명히 제시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더불어민주당 인재근 의원은 “이원화된 부과체계 불형평성 논란을 종식시키기 위해서는 소득에 비례한 부과체계를 원칙으로 하는 방향으로 보험료 산정기준을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반해 여당은 정부의 단계적 개편에 뜻을 함께 하겠다는 입장이다.

새누리당 이현재 정책위의장은 “현실적으로 지역가입자 소득파악률이 낮은 점을 고려할 때 소득파악률을 높이는 노력과 함께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을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메디컬투데이 박종헌 기자(pyngmin@md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