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법상 영양성분 표시 법적 의무 대상 아냐
[메디컬투데이 김동주 기자]
‘혼밥족’에 단짝 친구 편의점 도시락이 허용치를 훌쩍 넘는 나트륨양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갈수록 고급화되는 편의점 도시락 시장은 숙제를 안게 됐다.
최근 1인 가구 증가로 ‘혼밥‧혼술’ 트렌드가 유행처럼 번져나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1인 가구 비율은 2000년 15.5%에서 2015년 27.1%까지 증가했고 이 같은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1인 가구가 늘면서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편의점 도시락들은 ‘혼밥족’들에 단짝 친구로 자리 잡았다. 실제로 편의점 업계에 씨유(CU)가 198.0%, GS25는 176.1%, 세븐일레븐은 153.8% 수준 가량 증가했다.
씨유의 도시락 매출 증가율은 ▲2012년 32.6% ▲2013년 51.8% ▲2014년 10.2% ▲2015년 65.8% 등 해마다 두 자릿수를 유지했지만 전년의 3배로 급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백종원 매콤불고기 정식’은 국내 편의점 역사 27년 만에 처음으로 매출 1위 품목에 등극했다.
GS25은 2016년 들어 11월까지 도시락 매출이 전년 동기의 2.74배로 불었다. 1년 전만 해도 GS25 매출 상위 품목 10위권에는 도시락이 없었지만 지난해에는 ‘김혜자 바싹 불고기’(3위), ‘마이홍 치킨도시락’(9위) 등 두 개 상품이 이름을 올렸다.
세븐일레븐 역시 편의점 도시락 매출이 ▲2012년 34.2%, ▲2013년 58.0% ▲2014년 51.0% ▲2015년 90.2%에서 2배 가까이 올랐다.
편의점 도시락 수요가 늘면서 업계에서도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입맛과 보다 재료 질을 향상시킨 프리미엄급 도시락을 속속 출시하고 있다. 과거 2000원에서 2500원 대에 판매되던 것과 달리 현재 편의점 업계의 주력 도시락 가격이 3500~4500원대를 형성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편의점 도시락 이미지 개선을 통해 든든한 한 끼 식사로서 부족함이 없도록 맛과 영양까지 잡을 수 있는 프리미엄 제품군을 형성해 시장 확대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최근 씨유 운영사 BGF리테일은 횡성축산업협동조합과 제휴를 통해 업계에서 처음으로 1등급 이상 횡성한우 소고기를 사용한 도시락을 개발해 출시하기까지 했다.
▲횡성한우 도시락 (사진=BGF리테일 제공) |
하지만 이 같은 편의점 도시락들이 건강을 위협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최근 소비자시민모임은 서울시와 함께 편의점 도시락 20종의 나트륨 함량을 조사한 결과, 도시락 1개당 평균 나트륨함량이 1366.2㎎으로 WHO의 하루 나트륨 섭취 권고량(2000㎎)의 68.3%에 달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소비자시민모임은 지난 7월14일부터 8월22일까지 편의점 씨유(CU), GS25, 세븐일레븐, 미니스톱 등 편의점 상위 4개사가 판매하는 편의점 도시락을 5종씩 총 20종을 수거해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에서 분석을 의뢰한 결과, 각 도시락 100g당 나트륨 함량은 최저 195.0㎎부터 최대 429.0㎎으로 최대 2.2배 차이가 났다.
100g당 나트륨 함량이 가장 낮은 제품은 세븐일레븐의 '김치제육덥밥(195.0㎎)'이고 가장 높은 제품은 씨유의 '백종원 매콤불고기정식(429.0㎎)'이다. 더욱이 100g당 나트륨 함량이 높은 상위 5개 제품 중 4개 제품이 CU의 도시락 제품으로 나타났으며 제품 1개당 나트륨함량이 제일 높은 것은 씨유의 '백종원 매콤돈까스정식(2099.6㎎)'으로 하루 나트륨 섭취 권고량(2000㎎)을 넘어선 수치다.
편의점 도시락 1개당 평균적으로 1일 나트륨 섭취 권고량에 68%에 달하는 셈. 나트륨 과다섭취가 우려되는 부분이다.
나트륨 과다섭취는 혈관수축에 관여하는 부신수질 호르몬의 분비를 증가시켜 말초혈관 저항을 높임으로써 고혈압을 유발할 수 있다. 뇌졸중ㆍ심장병의 발생 위험도 높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체내 나트륨 배출을 돕는 영양소인 칼륨 함량은 나트륨 함량에 절반도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시락 제품별 100g당 평균 나트륨 함량은 314.7㎎, 칼륨 함량은 113.7㎎으로 나트륨 함량을 1로 보았을 때 칼륨 함량은 0.36 수준에 불과했다.
이에 대해 BGF리테일 관계자는 “아무래도 가성비에 초점을 맞춘 제품들이 많다 보니 그 양이 많아져 나트륨 사용이 많아진 거 같다”며 “내부적으로 저염도나 건강 도시락에 대해 연구 및 개발에 힘쓰고 있다”고 밝혔다.
미니스톱 관계자 역시 “한국인의 입맛 자체가 다소 짠 맛을 선호하는 편이기도 하다”며 “당장 특별히 조치를 취하진 않았지만 소비자들의 다양한 선택 폭을 넓히기 위해 저염도 상품 개발이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이번 조사대상 제품 중 영양표시를 한 편의점 도시락은 10개로 절반에 그쳤다. 이 중 '백종원 매콤불고기정식', '7첩 반상', '백종원 매콤돈까스정식', '백종원 한판도시락' 등 CU의 4개 제품은 나트륨 실제측정값과 표시량의 차이가 131.2~167.5%로 허용오차 범위(120%)를 넘어선 것으로 확인됐다.
현행 식품위생법상 편의점 도시락은 영양성분 표시의 법적 의무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 하지만 편의점 도시락 종류가 다양해지고 소비량이 급증하고 있어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위생 및 영양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또 소비자가 제품별 영양성분을 비교하고 건강한 식생활을 위해 알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제도가 갖춰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 역시 이 같은 문제점을 개선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시민단체나 언론에서 지적하고 있는 편의점 도시락 영양성분 문제에 대해서는 내부적으로 파악하고 있는 상태”라며 “편의점 도시락의 영양성분 의무 표시 대상 포함을 위해 올해부터 준비단계에 들어선 상태”라고 전했다.
메디컬투데이 김동주 기자(ed30109@md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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