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투데이 김혜인 기자]
한국인의 수면시간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꼴찌다.
지난해 OECD 자료에 따르면 프랑스는 평균 수면시간이 8시간 50분, 미국은 8시간 38분, 영국은 8시간 13분이며, 우리나라는 7시간 49분으로 OECD 회원국 중 가장 적은 것으로 보고된다.
사회 특성상 다른 국가에 비해 근무 시간이 많아 수면 시간이 짧은 것도 문제이지만, 수면의 질 또한 낮아지고 있어 문제가 보다 심각하다.
실제 최근 수면장애 환자가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자료에 따르면 2015년 한 해에 수면장애로 병원을 찾은 환자가 72만 명을 넘어섰다. 2010년 46만 1000명이었던 5년 전과 비교하면 약 56% 이상 급증한 수치다.
여기서 수면장애는 단순히 잠을 이루지 못하는 불면증뿐만 아니라, 충분한 수면을 취했음에도 낮 동안 각성을 유지하지 못하는 기면증(과다수면증), 잠들 무렵이면 다리가 쑤시거나 저리는 증상, 코골이와 동반되어 수면 중에 호흡이 멈춰 숙면을 취하지 못하는 수면무호흡증 등 수면의 양과 질 저하로 생긴 다양한 증상을 모두 포괄한다.
수면장애 환자를 성별로 보면 여성이 42만 7000명으로 남성(29만 1000명)보다 1.5배 정도 더 많다.
여성은 임신과 출산, 폐경과 함께 찾아오는 갱년기 등 생체주기에 따른 영향으로 전 연령에서 수면장애가 보다 빈번하게 나타나는 경향을 보이는 것으로 보고된다.
특히 폐경이 되면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줄어들면서 수면과 관련이 있는 아세틸콜린 신경전달 물질의 분비 역시 저하되어 체내 시계가 혼란스러움을 느끼게 돼, 밤에 잘 잠들지 못하거나 자주 깨며 새벽에 일찍 일어나는 등 여러 형태의 불면증이 동반된다.
또 수면장애 환자를 연령별로 살펴보면 40·50대 중·장년층이 36.6% 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이에 비해 20·30대는 17.3%로 나타났다. 흔히 나이가 들면 생체시계에 변화가 생겨 깊은 잠은 비교적 줄어들고 꿈 수면이 나타나는 시간이 빨라지게 되어 상대적으로 얕은 수면과 꿈 수면이 많아지게 된다. 또한 퇴행성 질환으로 인한 통증 역시 고령층의 수면장애를 유발한다.
이향운 이대목동병원 수면센터장은 “수면장애는 연령이 높아질수록, 특히 폐경기 전후의 여성들에게서 많이 발생하므로, 중년 여성 중 밤에 숙면을 취하지 못하고 낮에 졸리거나 피곤하여 일상에 어려움을 겪는다면 수면장애를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잠은 낮 동안 축적된 피로를 회복하는 것은 물론, 신체 면역력을 강화시키고 낮 동안 학습된 정보를 저장시키는 기능, 창조적인 사고 기능을 활발하게 하는 역할까지 담당한다.
때문에 오랜 기간 숙면을 취하지 못하면 신체 건강을 해칠 뿐 아니라 정신적인 휴식, 뇌 기능 회복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게 된다. 더 나아가 우울하고 신경질이 늘게 되어 스트레스와 긴장감이 증가되면서 고혈압이나 뇌혈관 질환과 같은 합병증의 위험 또한 높인다. 이에 평소 지속적으로 잠을 제대로 못 자 일상 활동에 지장을 받는다면 이를 질병으로 인식하고 전문의 진료를 받아야 할 필요가 있다.
이 수면센터장은 “수면장애는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하는 만큼 전문 의료진의 정확한 진단이 필수적이다. 수면에 문제가 있어 밤잠뿐 아니라 낮에 일상적인 활동에 지장을 받고 있다고 느낀다면 이를 가볍게 넘기지 말고, 수면센터나 수면전문클리닉 등을 방문해 수면 건강을 체크해보고 전문적인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향운 교수 (사진=이대목동병원 제공) |
규칙적이고 충분한 수면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건강한 수면을 위한 생활 수칙을 지키는 것이 도움된다. 잠자리에 드는 시간과 아침에 일어나는 시간을 일정하게 유지하고, 잠자리는 빛을 최대한 없애 어둡게 하는 것이 좋다.
잠자리에 누워 TV를 보거나 스마트 폰을 사용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또 잠이 부족하다고 해서 낮잠을 한 번에 몰아자기 보다는 낮에 너무 졸릴 땐 15분 이내, 휴일에는 30분 이상 자지 않는 것을 권한다.
수면제가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지만 의료진 상담 하에 복용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현명하다. 불면증 초기엔 일주일 중 3일 이상 잠을 제대로 못 자 피로와 스트레스가 심하다면 단기간 복용을 고려해 볼 수 있다.
단, 수면제는 일시적인 불면증 해소에는 도움이 될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 복용할 경우 내성이나 부작용이 생길 수 있고 수면무호흡증이나 하지불안증후군 등과 같은 기존의 수면장애가 악화될 수도 있다. 이에 장기간 약물을 복용하기보다는 수면다원검사와 같은 정밀진단을 통해 불면증의 정확한 원인을 찾아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메디컬투데이 김혜인 기자(hyein@md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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