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와 검찰 사이의 파이프라인 - '검찰관계자'는 누구인가?
저녁 식사들 하시는 시간에 찌라시 화면들을 보여드리게 되어 송구스럽습니다만, 유해물 박멸 차원에서 끊임없이 연구해야 하는 점 널리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오늘 조선닷컴 인터넷판에 오른 기사 두 개를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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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김만복 '100만불 진술'에 노(盧) '헉'
제목만 보면 마치 김만복 전 국정원장이 무슨 폭탄 진술을 했고, 노대통령은 패닉상태에 빠진 것 같은 느낌을 전달하기에 충분합니다.
그러나 막상 기사를 접속해보면, 내부 제목이 바뀝니다. '헉'은 '당황'으로 바뀌고, 막상 그와 관련된 내용은 '한국일보가 전한 것'으로 떠넘겨버립니다.
그러면 한국일보 기사는 어떤 내용인지 찾아가 보겠습니다.
'조사과정에서 김 전 원장의 진술을 접한 노 전 대통령이 상당히 당황했다는 눈치였다는 게 검찰관계자의 설명이다'.. 이렇게 기사가 쓰여 있습니다.
당황했다는.. 눈치라는.. 설명.. 거, 참 어이가 상실하려 합니다. 물론 그 검찰관계자가 누구인지는 아무도 알지 못합니다. 아니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관계자라 한들 알 방법이 없습니다. 참 편한 인물입니다. 관계자..
이와 관련된 오리지널 기사는 아무리 인터넷을 뒤져봐도 '한국일보' 밖에 없습니다. 조선일보는 한국일보 기사를 인용해서 보도하고 있습니다. 한국일보에서 보도한 것을 우연히 조선일보 발견하고 인용보도한 것인지, 아니면 조선이 쓰기위해 한국이 필요했던 것인지.. 의혹을 갖기에 충분한 일입니다.
어쨌든, 보고 듣지도 못한 조선일보는 < 노(盧) '헉' >이라는 섹시한 타이틀을 뽑아 올리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습니다. 갑자기 그들의 트레이드 마크 '일파만파'라는 단어가 오버랩되는군요.
만약, 그 기사내용이 사실이라면, 한국일보가 말하는 그 '검찰관계자'는 누구일까요. 홍만표 수사기획관은 아닐 것 같습니다. 만약 홍 기획관의 설명이라면 모든 언론이 그것을 보도했겠지요. 그렇다면 그 '검찰관계자'가 소위 말하는 '빨대'가 되겠군요.
만약, 그렇지 않다면, 그 기사내용은 사실여부를 입증해 줄 사람이 그저 익명으로 존재하는 허공에 뜬 기사가 되고, 그저 입맛대로 인용하여 확대 재생산하기 좋은 소재로 사용된 셈이군요.
익명의 검찰관계자를 내세워 '눈치'로 '당황'을 보고, '당황'을 비틀어 '헉'이라는 메인 타이틀까지 생산해 내는 패턴, 그들이 늘상 즐겨 쓰는 왜곡 수법입니다.
2. 박연차 "털어놓으시죠", 노(盧) "나도 곧 ..."
노 대통령과 박연차의 1분간의 만남에 대해서는 홍 수사기획관의 브리핑 이후 즉각 모든 언론을 통해 서로 인사말을 교환한 것으로 간단히 소개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오늘 조선일보가 올린 '털어놓으시죠' 부분은 인터넷 검색을 해봐도 그런 내용을 보도하는 곳은 어떤 언론도 없습니다. 유독 조선일보만 보도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기사는 소설식 작문을 했거나, 아니면 오늘 새벽 세시 경 기사가 오른 것으로 보아 어제 밤 이전에 취재원(소위 '빨대')을 접촉하여 은밀히 단독으로 입수했다는 뜻인데, 내용조차 '말했다고 한다'라는 표현으로 진위여부에 대해 책임을 피해가는 수법을 쓰고 있습니다.
'털어놓는다'는 표현과 제목으로 마치 무언가 숨기거나 속이고 있다는 색깔을 덧칠하기 위한 목적임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홍만표 수사기획관은 '빨대를 색출하여 엄벌을 하겠다'고 큰소리 쳤지만, 그럴 생각이 전혀 없는 듯 합니다. 홍 기획관은 이러한 일련의 행위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검찰의 공식입장을 내 놓아야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오히려 그 스스로가 그 역할의 일부분을 하고 있다는 비난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것입니다.
독고탁
덧글 : '조선일보에 대한 이해' 시리즈를 차분히 준비하면서 '조선일보의 역사'를 첫 타이틀로 잡고 자료를 정리하던 중, 좃선닷컴에 올라온 기사를 보고 '비틀고, 왜곡하고, 피해가는 수법' 사례의 한 단면을 소개하는 것도 의미있을 것 같아 올립니다.
원문 주소 - http://www.seoprise.com/board/view.php?table=seoprise_12&uid=38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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