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질환·감염병

건선 환자 10명 중 4명 ‘자살 충동’…“죽지 못해 사는 병”

pulmaemi 2016. 10. 20. 14:06

[메디컬투데이 강연욱 기자]  


건선 환자 10명 중 4명은 사회적 고립과 우울감 등으로 자살 충동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이는 또 경제활동을 더욱 어렵게 해 결국 기초생활조차 보장 받지 못하는 악순환을 겪는 환자가 많은 현실이다.


대한건선협회 선이나라는 10월 29일 ‘세계 건선의 날’을 맞아 건선 환자 467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19일 발표했다.

건선 환자들은 질환 자체로 인한 고통 이외에도 질환을 치료하고 관리하는 과정에서 겪는 경제적, 정신적 고통이 매우 심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응답자 3명 중 2명꼴인 77.6%가 현재의 건선 치료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었고, 치료비 부담 때문에 치료를 중단하거나 포기한 적이 있다는 응답도 58%에 달했다. 사회활동에도 타격이 커 41%가 건선 때문에 취직 실패, 업무상 불이익, 실직 등을 경험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겉으로 드러나는 병변으로 일상생활이 힘들고 사회적으로 고립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우울감을 느끼는 환자가 무려 82%, 자살 충동을 느낀 경우도 43%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건선으로 인한 우울감-자살충동 여부(그래프=대한건선협회)



절반 이상(51%)이 현재 자신이 받고 있는 치료가 불만족스럽다고 답했으며, 치료의 장애요인으로는 치료에 대한 불확실성(50.3%)에 이어 치료비 부담(30.5%)을 가장 많이 들었다.  

건선은 피부 표피의 과도한 증식과 진피의 염증이 만성적으로 나타나는 난치성 피부 질환이다. 전세계적으로 건선과 건선성 관절염으로 고통받는 인구가 1억명이 넘고, 국내 환자도 16만 명에 달한다.  

16만 명 중 약 10%인 1만 6,000여명은 전신에 병변이 나타나는 중증 난치성 건선을 앓는 것으로 추정된다. 정확한 발병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통상적으로 우리 몸의 면역학적 이상에 의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건선 환자들은 질환 치료뿐 아니라 피부가 거북이 등처럼 갈라지고 각질이 떨어지는 외형적인 변화로 인해 일상생활 및 사회생활에도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조사됐다. 건선이 전염되지 않는 전신성 자가면역질환임에도 불구하고 질환에 대한 일반인들의 이해가 부족하고, 피부병의 특성상 타인에게 옮긴다는 선입견이 만연하기 때문이다.

▲사회생활에 미치는 건선의 악영향 (그래프=대한건선협회)



건선 때문에 이성친구를 사귀거나 결혼에 지장이 있다는 응답이 61%로 나타났으며, 하고 싶은 일이나 꿈을 포기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도 71%였다. 특히, 질환 때문에 경제활동에 받는 타격도 심각했다. 41%가 건선으로 인해 취직에 실패하거나 직장에서 불이익, 실직 등을 경험했으며, 33%는 직장 학교에서 악의적인 비방이나 따돌림 대상이 되기도 했다.  

이러한 사회적 고립과 스트레스는 환자들의 정신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쳐, 많은 환자들이 자존감 저하, 대인 기피, 우울 및 불안 장애 등의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대한건선협회 선이나라 김성기 회장은 “건선 중에서도 증상 정도가 심한 중증 건선 환자들은 하루하루 죽지 못해 산다고 표현할 정도로 육체적, 정신적 고통이 심각하다”며 “이들에게 생물학적 제제와 같은 치료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치료비가 부담돼 쓰지를 못하는 현실이 너무 안타깝다. 중증 건선만이라도 산정특례 지원을 통해 치료비를 경감해 주는 정책적 배려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  
메디컬투데이 강연욱 기자(dusdnr1663@md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