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심혈관계 질환

뇌전증은 불치병? ‘NO’ 70% 이상 약물치료로 완치 가능

pulmaemi 2016. 8. 8. 14:21

[메디컬투데이 강연욱 기자]

최근 부산 해운대에서 20여명의 사상자 발생한 참담한 교통사고. 이 사고의 가해차량 운전자는 지난해 9월 뇌전증 진단을 받은 환자였다.

가해 운전자의 사고발생 원인으로 지목된 뇌전증은 뇌의 비정상적인 과흥분이나 과동기화로 인해 발작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만성 신경질환이다.

뇌전증은 전 세계적으로 약 6500만명이 앓고 있는 흔한 질환이다. 뇌전증의 유병률은 인구 1000명당 2.2명에서 41명으로 보고되고 있다. 우리나라 전체 유병 환자수는 2012년 기준 19만 2254명으로 인구 1000명당 4명으로 추정된다.

뇌전증 유병률은 실제 환자 수보다 적게 나타날 수 있는데 그 이유는 환자 자신이나 보호자들이 증상을 인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으며 부정적 사회 인식이나 차별로 인하여 환자 자신 및 가족들이 뇌전증을 앓고 있는 사실을 숨기고 싶어하거나 의료제도 이용을 거부하는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신원철 강동경희대학교병원 신경과 교수는 “뇌전증은 대부분의 경우 조절이 가능한 질병이고 일부에서는 완치를 기대할 수 있는 질병”이라고 말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2014년 자료에 따르면 뇌전증 환자 수는 총 13만 8277명인데 소아 및 청소년기 환자가 전체 약 24%를 차지하고 있다.

뇌전증의 원인은 매우 다양하고 연령에 따라 나타나는 원인도 다르다. 분만손상, 중추신경계 발달장애나 유전적 성향은 소아 및 청소년기 뇌전증의 흔한 원인이다. 중년 이후에는 뇌졸중이 가장 흔한 원인이 되며, 고령에서는 퇴행성 신경질환도 흔한 원인이 된다. 그리고 전 연령군에서는 뇌 외상, 중추신경계 감염 및 종양이 뇌전증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신원철 교수는 “뇌전증을 진단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첫 번째 과정은 환자와 보호자와의 자세한 대화를 통한 문진”라며 “진찰을 통해 뇌전증 발작이 맞는지 여부와 어떤 형태의 발작인지를 사전 구별할 수 있음은 물론 환자에게 적합한 치료계획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환자 스스로 발작을 느낄 수 도 있지만 복합부분발작 등의 일부 발작은 환자가 전혀 발작을 했는지를 모를 수도 있기 때문에 발작을 관찰한 보호자의 말이 중요할 수 있다.

다음으로 뇌전증의 보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뇌파 검사와 뇌영상검사 등의 검사를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검사들을 하더라도 뇌의 이상을 찾을 수 없는 특발성 뇌전증도 20~30%가 있을 수 있다.

신경세포의 흥분을 억제시키거나, 발작을 억제하는 항경련제는 뇌전증 치료의 근간이 되는 약물치료다. 환자 70% 이상이 약물치료를 통해 완치가 가능하다고 일반적으로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약물치료에 잘 반응하지 않는 2~30% 환자는 약제 불응성 난치성 뇌전증에 해당되는데 이때 수술치료, 미주신경작그술, 케톤식이요법 등이 이용된다.

신원철 교수는 “뇌전증은 충분히 치료가 가능한 질병이다. 사회적인 이슈 때문에 제도와 법이 한순간에 바뀐다면 환자들은 사회적 편견 때문에 치료를 받지 않고 더욱 음지로 숨어 질병을 숨기거나 치료를 받지 않아서 뇌전증이 악화 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나중에 더 큰 사회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사고이후 발작이 잘 조절되고 있는 환자들 까지도 운전면허가 제한되고 사회적으로 낙인이 찍히는 것을 두려워하는 환자들이 생기고 있다. 실제로 잘 조절되는 뇌전증 환자들의 교통사고율은 거의 일반인과 비슷하다. 따라서 지나친 우려로 환자들이 소외되지 않도록 사회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메디컬투데이 강연욱 기자(dusdnr1663@md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