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사회

메르스 1년, 감염관리체계 아직도 갈길 멀다

pulmaemi 2016. 6. 15. 13:04

공공의료 강화·예산 확보·역학조사관 확충 등 개선 목소리


[메디컬투데이 박종헌 기자]

지난해 전 국민을 감염병 공포로 몰아넣었던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가 발생한 지 1년이 지났다. 186명의 확진환자와 38명의 사망자가 발생했고 1만6752명이 메르스로 인해 격리생활을 했다.

메르스가 전파된 26개국 중에서 우리나라는 사우디아라비아 다음으로 많은 확진자와 사망자를 경험했다. 중동 지역을 제외하면 모두 5명 이내의 감염자가 발생한 것을 감안하면 매우 이례적이었고, 첫 확진 환자가 발생한 후 무려 7개월간 지속돼 한국의료의 부끄러운 민낯을 확인시켜줬다.

이에 정부와 국회, 의료계는 메르스와 같은 신종 고위험 감염병의 국내 유입·확산을 막기 위해 기존 감염병 예방·관리 법령에 대한 개선 논의를 지속해 왔다.

신종감염병의 국내유입에 대비해 감염병 전문병원 또는 연구병원 운영, 관련 의료기관에 대한 손실 보상에 대한 내용을 포함하는 등 신종감염병에 대한 준비 단계부터 대응, 손실보상까지의 일련의 감염병 관리체계를 구축해 해외 유입 신종감염병에 대한 대응을 강화했다.

또 ‘검역법’ 개정으로 검역감염병 종류에 메르스를 추가했고, 감염병이 유행하는 오염지역을 방문한 입국자에게는 오염지역 방문 사실을 신고토록 의무화했다. 메르스 관련 병원 내 감염 문제가 지적됨에 따라 간호·간병서비스 관련 규정을 신설하고, 감염관리실 설치 확대 내용을 담은 ‘의료법’ 시행규칙을 개정했다.

이 밖에도 감염병 확산을 방지하고 학생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감염병 정보 공유 규정을 두는 등 ‘학교보건법’이 개정됐으며, 감염병 유행 등 비상상황시 의료기기 허가를 면제토록 ‘의료기기법’ 시행규칙이 개정됐다.

그러나 메르스 1주기를 맞이하는 지금, 지난 1년간 개편된 우리나라 의료체계가 여전히 한계를 보이고 있으며, 국민들의 불안함을 없애기에는 미흡한 수준이라는 목소리가 이곳저곳에서 나오고 있다.

◇ 공공의료 강화 필요성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는 지난해 9월 발표한 국가방역체계 개편방안에 따라 감염병 전문병원 치료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중앙감염병병원은 국립중앙의료원에 두고, 3~5개의 권역 감염병병원은 국공립병원을 우선해 지정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감염병병원을 설치 또는 지정기준, 방법을 구체적으로 정하는 ‘감염병예방법’ 하위법령에 관련 연구용역 결과를 반영해 이달 30일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이의 조속한 추진을 위해 기획재정부와도 재원 규모 등을 협의 중이다.

그러나 여전히 공공의료 인프라 확충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정부의 적극적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보건의료노조 관계자는 “공공의료의 강화가 절실하다. 무엇보다도 재난 대비 의료컴플렉스의 구축이 필요하다”며 “이렇게 해야 재난적 상황 발생시 공공의료의 일사불란한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가 발간한 ‘메르스백서’는 “공공병원을 우선으로 확립하되, 부족하거나 없는 경우에는 민간병원이 거점의료기관으로서 해당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지역거점공공병원이 없는 대전, 광주, 울산광역시와 진주의료원을 폐업한 경남 서부권에 신속히 지역거점공공병원을 설립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 감염병 관련 예산 부족

올해 복지부 예산은 감염병 예방과 대응 강화를 위해 5478억원이 증액 편성됐다. 이는 메르스 사태로 감염병 대응에 대해 국가적인 경각심이 올라간 데 따른 것이라는 평가이다.

세부적으로는 예산안에 국제공항검역소의 검역장비 보강 등 검역관리 예산을 55억원에서 약 123억원, 시·도 감염병관리본부 추가 등 감염병 예방관리 분야에 약 125억원을 각각 증액했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감염병 대응 예산 증가분은 감염병 예방시스템 구축보다는 기존의 사업 수요 반영에 집중돼 있다. 실제로 항바이러스 교체 512억원, 한센인촌 주거환경 개선 176억원, 자궁경부암 국가예방접종 확대 159억원이 증가됐다.

반면 정부가 국회에 제출했던 지난해 질병관리본부 편성 예산안을 살펴보면 감염병 사업 예산이 약 3704억원이 배정됐지만 감염병 예방관리는 5억원이 증가한 것에 그쳤다. 오히려 SARS 등 신종감염병 대책은 1억원 삭감됐다.

의협 관계자는 “감염병 관련 예산 확보를 비롯한 의료체계 개편 방안의 지속적인 시행, 점검할 수 있는 기전을 구축해야 한다”며 “한국의료를 위해서는 중장기적인 플랜을 기반으로 한 지속적인 투자와 실행이 반드시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 역학조사관 확충 난항, 전문성도 우려

“메르스 당시 충분한 역학조사관이 부족했고, 경험이 많은 지휘관 역할을 수행하는 인력도 부족했다”

의료계 한 관계자의 말이다. 복지부는 지난해부터 감염병 역학조사와 관련 정보 수집, 분석 등의 업무를 담당하는 역학조사관 채용 절차를 진행해 왔다.

그러나 역학조사관을 비롯, 호흡기 바이러스 전문가 등 양질의 전문 인력 양성이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인력 유치 계획은 세웠으나 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정부 지원 예산 역시 많이 부족하다는 우려가 대부분이다.

대한예방의학회 관계자는 “현재 계약직(2년) 역학조사관으로 배치·운용하고 있는데, 양적으로는 개선될지라도 3년씩 근무하던 공중보건의사 때보다는 오히려 질적으로 업무의 수준히 저하될 것”이라며 “정규직 정원을 확보해 인력 차원에서 안정적이고 전문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복지부는 지자체 역학조사관 신규 의무직 등 전문인력을 추가 채용해 교체하기 위한 절차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메디컬투데이 박종헌 기자(pyngmin@md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