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1~4호선 석면제거 위해 2011년까지 총 1400억 지원
[메디컬투데이 박엘리 기자]
매일 지하철역만 3번 갈아타고 직장에 출근하는 김모(41)씨는 "버스도 타봤지만 지하철이 제일 빨라서 이용하는데 유난히 지하철만 타면 냄새 때문인지 머리가 아프고 기분이 찝찝하다"고 말했다.
베이비파우더로 시작해 화장품에서 의약품까지 석면이 함유된 탈크가 원료로 쓰인 사실이 알려져 그 충격이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얼마 전 부산 지하철 역사에서도 백석면이 30% 이상 검출돼 국민들을 분노에 떨게 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언론은 예전엔 시골에서 석면 슬레이트에 고기를 구워 먹었다든지, 흡연으로 인한 위험성보다 낮다는 식의 언급으로 석면이 대수롭지 않은 것으로 치부하도록 하는 데 한 몫하고 있다.
흡연의 위험성은 이미 알려질 대로 알려져 있어 금연운동을 하거나 금연구역이 지정돼 있지만 석면은 유해한지 모르고 있다가 최근 알려진 것이고 원하지 않아도 어쩔 수 없이 노출 되는 것이기에 비교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했다.
또 일각에서는 서민들에게는 필수 교통수단인 지하철의 석면 문제에 대해 환경부나 정부당국이 거의 손을 놓고 있거나 늑장대응을 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 "서울 지하철, 안심해도 될까?"
서울메트로는 지난 1월21일 지난해 지하철 이용 승객수가 고유가와 금융위기 등의 영향으로 전년대비 1525만 명이 늘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렇듯 지하철은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고 공사도 잦을 뿐 아니라 환기가 제대로 되지 않아 미세먼지의 농도가 심각하며 지하철이 역사 안으로 들어설 때 날릴 수 있어서 사실 시민들은 먼지에 그대로 노출 될 수밖에 없다.
사실 지하철 먼지 속 석면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며 지난 2월에도 환경운동연합 시민환경연구소는 서울 지하철 2호선 서초역, 방배역, 봉천역과 4호선 한성대입구역 승강장 안의 먼지 등에서 석면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특히 봉천역 승강장에서 채취한 먼지와 회반죽에는 트레몰라이트 석면이 각각 2%, 5%의 농도로 섞여 있어 석면 허용 기준치 보다 1~4배 많았다.
한 지하철 노조 관계자는 "노동자들이 마스크도 끼지 않은 채 역사 석면 뿜칠 부분을 드릴로 구멍을 뚫은 후 석면 먼지를 철로 변에 쓸어내리는 CCTV 장면은 충격적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서울메트로측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일관되게 고형시료의 측정에 대해 비산의 우려가 없기에 시민단체의 검사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현재 지하철 역사 안 대기 중 공기의 질을 전자현미경으로 측정해 홈페이지에 계속 공개하고 있지만 석면은 검출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환경단체에서도 보통 심야나 새벽시간에 며칠에서 몇 개월까지 공사작업이 이뤄지고 대기가 가라 앉아 먼지로 쌓이거나 토양을 오염시키는 것인데 대기측정가지고는 부족하다고 맞섰다.
전국석면환경연합회 안종주 회장은 "지하철이라면 사람들이 많이 활동하는 승강장이라든지 위치를 정하고 하루 중 다양한 시간대를 측정해 비교하는 작업을 해야 할 것이며 측정방법에 논란이 있다면 샘플링을 공개적으로 하든지 시료를 믿을만한 곳을 지정해 맡기는 등 투명하게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안 회장은 "석면은 비산이 돼서 공기 중에 오래 있을 때 문제가 되며 악성중피종, 석면폐 등 폐질환과 호흡기 질환의 원인으로 잠복기간은 평균 30~40년으로 건강을 위협하는 무서운 존재"라고 덧붙였다.
현재 서울 지하철은 과거 1970~80년대에 만들어진 1호선부터 4호선이 문제가 되며 석면자재가 사용된 116개 역사 중에서 석면뿜칠이 된 역사 17곳이 가장 해결이 시급해 메트로는 특별관리역사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석면뿜칠은 내화나 흡음 등의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스프레이로 뿌린 것인데 지하철이 다니는 선로가 아닌 시민들이 대기하고 있는 승강장 바로 위 천장에 있다.
시민환경연구소 최예용 부소장은 "이것이 광고판 탈·부착이나 스크린도어 설치 등을 위한 공사시 천공 작업이 이루어 질 경우 시민들은 그대로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 뿜칠 형태의 석면을 제거하기 위해 서울시와 환경부는 서울메트로에 2011년까지 총 1400억을 지원하며 모자라는 금액 400억은 메트로에서 충당하게 된다.
메트로측은 "현재 소규모 공사를 제외하고 17개 특별관리 역사에 대해서는 전면 공사를 중지한 상태로 석면 때문에 스크린 도어 설치도 미뤘다"며 "방배역의 경우 완전밀폐형 가설 칸막이 방식을 개발해 안전하게 제거했기에 믿어도 좋다"고 강조했다.
17개 역사에 포함된 선릉역의 경우 냉방공사를 끝낸 지 3년 밖에 되지 않아 다 뜯어낼 수는 없고 석면자재 위에 약품을 도포하는 안정화 작업을 하게 된다.
하지만 아직까지 제거공사가 이뤄지지 않은 역사에서는 석면이 존재하며 완전한 제거가 이뤄지기 전까지 국민들이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환경부 생활환경과 관계자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지하역사 공기질 개선 5개년 대책'을 수립했으며 2012년까지 쾌적한 지하철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한 지하철 관계자는 "밖으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지 철도청이 훨씬 더 심각하고 학교 등에도 있는 것으로 아는데 지하철만 타깃이 된 것 같다"며 씁쓸해했다.
메디컬투데이 박엘리 기자 (ellee@md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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