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생활] 성체 줄기세포를 이용한 세포치료가 난치성 뇌경색 후유증을 극복하는 희망의 불씨를 지피고 있다. 최근 국내 두 대학병원에서 뇌경색증으로 사경에 빠진 환자와 중증의 반신불수 환자들을 회복시키는 데 잇따라 성공했다.
건국대병원 신경외과 장상근 교수팀은 12일 뇌 속 한복판 숨골 부위 혈관이 막혀 혼수상태에 빠진 윤모(17) 군을 제대혈(탯줄혈액) 줄기세포 주사 및 혈전용해제 아스피린 병용요법으로 소생시켰다고 밝혔다. 탯줄혈액 줄기세포는 골수 유래 조혈모세포와 함께 생명윤리 논란을 빚지 않는 대표적 성체 줄기세포다.
윤군은 지난해 12월 중순 친구들과 운동장에서 농구를 하다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져 S병원 응급실로 후송됐다. 한 달여간 치료를 받았으나 소생 가망이 없다는 판정을 받고 1월 중순께 건국대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아왔다. 당시 그는 스스로 호흡은 할 수 있었지만 어떤 자극에도 반응을 보이지 않는 식물인간 상태였다. 자기공명영상(MRI) 검사 결과 윤군은 쓰러질 당시 충격으로 뇌 속 숨골 부위 혈관이 상당 부분 막혀 있었다. 장 교수팀은 S병원에서 사용하던 혈전용해제 아스피린을 그대로 투약하면서 탯줄혈액 줄기세포를 내원 이튿날부터 한 달 간격으로 총 3회 주사했다. 탯줄혈액 줄기세포는 ㈜히스토스템 서울탯줄은행이 제공했다.
윤군은 현재 의식을 회복했고 뇌경색증 후유증인 언어 및 사지마비 장애를 개선하는 재활치료를 받고 있다. 막혀서 죽었던 숨골 부위 혈관도 재생, 혈류가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는 상태다. 주위 사람의 말을 알아듣고, 눈을 깜박거리는 동작을 통해 의사 소통도 가능할 정도로 회복됐다.
장 교수는 “장기간 아스피린 투약이 막힌 혈관을 뚫어 죽어가던 뇌세포를 되살린 것인지, 탯줄혈액 줄기세포가 손상된 뇌세포를 재생시킨 것인지 여부를 확인할 수는 없지만 탯줄혈액 줄기세포 주사 외에는 다른 치료를 추가한 것이 없으므로 세포 치료 효과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윤군 사례를 영국의 권위있는 의학잡지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NEJM)에 보고했다. 게재 여부는 두어달 뒤 결정된다.
심한 사지마비 증상으로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뇌경색증 후유 장애 환자들에게 조혈모세포 이식을 병행하는 방법도 국내에서 성공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가톨릭의대 여의도성모병원 신경외과 나형균 교수팀은 2004년부터 최근 5년간 중증 뇌경색증 환자 20명을 대상으로 뇌혈관을 새로 만들어주는 혈관성형술과 환자 자신의 골수에서 추출한 조혈모세포를 동시에 주입하는 방법으로 손상된 뇌기능을 개선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나 교수는 “뇌경색으로 심하게 손상된 혈관 대신 옆에 다른 혈관을 이어 붙이는 우회로 수술을 해주면 혈류를 공급할 수 있으며 자가 골수 유래 조혈모세포는 뇌 속에서 뇌세포로 분화, 뇌 기능을 회복시키는 효과를 발휘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시술 효과는 44.4% 수준으로 아직까진 ‘절반의 성공’에 그치고 있는 것이 흠.
나 교수는 “난치병 정복을 위해 성체 줄기세포 치료의 효율을 높이려는 연구가 세계 각국에서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만큼 뇌세포로의 분화가 가능한 줄기세포주도 머잖아 수립돼 뇌경색증으로 인한 사지마비 장애를 치료할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같은 일부 임상적 성과를 내는 성체줄기세포 치료에 대해서도 아직은 응급 임상시험 단계에 불과하므로 속단하기엔 이르다는 지적도 있다. 가톨릭의대 기능성세포치료센터 오일환 교수는 “현재 혈관 심장 뇌졸중 연골이식 백혈병 등 여러 분야에서 가능성을 타진하는 수준일 뿐”이라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